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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찬양Lim Mar 01. 2022

S급 동서

- 내게는 3명의 손아랫동서가 있다

  동서는 다른 성(姓)의 남남이면서도 배우자들의 형제·자매 관계로 가까워진 사이다. 무슨 일을 자기가 하고 싶어 하면서도 은근히 남에게 먼저 권하는 경우, ‘동서 보고 춤추란다.’라는 속담이 있다. 더러는 동서 간에 시새움이나 불화가 따르기도 한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B급 며느리’라는 독립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A급 며느리도 있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며느리들이 짊어져 온 모든 억압과 착취에 맞서겠다는 B급 며느리 ‘진영’ 때문에 남편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짝이었다. 그 영화 속의 B급 며느리의 입장이 대부분 이해가 됐다. 시대가 확 바뀌었기 때문에 고부간의 관계에 대하여 인식의 틀을 깨야 할 것 같다. 상호가 편한 대로 살면 되지 않을까? 말은 쉬우나 실상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고부갈등 못지않은 것이 동서지간에도 있다.  손윗동서가 어렵고 불편해서 힘들어하거나 손아랫동서가 어이없는 행동을 하고 손윗동서를 무시하는 것 때문에 속상해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동서들과의 즐거운 한 때

 내게는 3명의 손아랫동서가 있다. 시댁 식구들이 죄다 모이면 33명까지 된다. 그래도 일 걱정이 없다. 며느리가 넷이니 일은 시스템처럼 척척 해결된다. 동서들이 알아서 본인들의 자리와 역할을 묵묵히 잘 해내서이다. 동서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남편이 다른 형제들에 비해 제일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나도 그렇다.


 학교 영양교사인 둘째 동서는 깔끔 대장이다. 서랍을 보면 반듯한 옷들이 잘 개켜져 있어서 마치 옷가게 같다. 주방에는 맑은 물이 좌르르 하고 집안 어디든 흐트러진 곳이 없다. 어느 모로 보나 둘째 동서는 나보다 한 수 위다. 그러나 나를 형님으로 섬겨주고 묵묵히 따르는 모습에서 존경스러운 맘까지 든다. 주방에서 내가 어떤 음식을 하면, 전문가로서 시원찮아 보일 게 뻔하다. 그러나 항상 내가 마무리한 음식에 대하여, “맛있어요, 괜찮아요.” 하면서 형님의 위상을 지켜준다.

10년 전에 기록해둔 내 스토리의 한 장면

 3년 전, 시아버지가 갑자기 몸져누우셨을 때 그 깔끔한 둘째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대소변을 처리하며 자리를 지켜주었을 때, 맏며느리인 나는 어디 숨고 싶은 맘이었다. 멀리 살고 있기도 했고 아들이 오랜 시간 동안 중병환자로 누워있으니 나는 어찌할 길이 없었다.


 셋째 동서는 간호사 출신이다. 아들이 사고를 당하여 의식 없는 중환자가 되었다. 모든 일상을 제쳐두고 원룸을 얻어서 간호만 하면서 지내던 때였다. 그때 맘으로는, 온 가족이 그렇게 지내다 함께 다 죽으면 되겠다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동서는, 자신의 냉장고를 몽땅 털어서 달려왔다. 한 달 월급 정도 되는 후원금을 내밀면서 동서가 말했다.


“형님, 이건 아니에요. 제가 본 사례 중에서 가장 안 좋은 경우는, 형님처럼 온 가족이 환자한테 매달려있는 거였어요. 잘 간호하려면 마음을 가다듬고 일상을 회복하셔야 해요. 그래야 멀리까지 가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가시면 환자보다 간호하는 분들이 먼저 한 분씩 나가떨어집니다. 제발 정신 차리세요.”


 동서의 진정성 있는 조언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서는 다재다능하고 영리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중간 역할을 잘하여 손위, 손아랫동서들에게 솔루션을 잘 찾아주는 보배 같은 존재다.


 막내동서는 시아버지의 발톱을 깎아 드릴 정도로 정이 많고 애교도 많다. 온 가족의 관계를 상호 원만할 수 있도록 완충재 역할을 잘한다. 막내 동서는 시댁의 모든 분들과 사통팔달 잘 통한다. 시부모님께도 스스럼이 없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입관 예배를 드릴 때였다. 나는 동서의 뒤쪽에 앉아 있었다. 나는 보았다. 예배 시간 내내 아무 소리 없이 하염없이 눈물방울을 방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막내 동서를... 딸도 아닌 며느리가 남몰래 그렇게 눈물을 쏟을 수가 있단 말인가?     


 가족은 많아도 어떤 상황에서 별 탈 없이 의논이 잘되는 집안이다. 만나면 마냥 반갑고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것은 동서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온 가족의 화목을 위해 소리 없이 자신들의 자리에서 잘 살아가고 있는 그들이 바로 S급 동서다. 때로 미안하고 부끄럽다.




 10년 전, 어느 명절에 며느리 넷이서 해외여행을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참 재미있는 여행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내 아들이 사고를 당하여 그 약속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안타깝다. 그때부터 나는 딴 주머니를 차고 조금씩 돈을 모으고 있다. 때가 되면 반드시 동서들과 해외여행을 가려고 맘먹고 있다.


 친정 동생이 독일에 살고 있으니 그곳에다 베이스캠프를 정하고 유럽 일대를 9박 10일 정도 다녀올 계획이다. 동서들은 항공권만 구하면 나머지 여비는 내가 다 쏠 테다.  코로나가 끝나는 대로 동서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S급은 못 되더라도 B급  맏동서라도 되어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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