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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Mar 09. 2024

'아무 말 대잔치' 영상을 보며 웃었다

- 아이는 생각이 말랑말랑하다

순방을 방불케 한 2박 3일 중 겨우 첫날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깊은 밤에 여동생과 많은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제부는 혼자서 술잔을 비웠다. 묵혀 두었던 복분자 술을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마셨다.


'저놈의 술 때문에 내 동생이 속앓이를 하며 여태 살아왔는데 저걸 좀 끊을 수는 없나?'


나는 제부의 술잔이 비워질 때마다 마음이 쓰라렸다. 하지만 내 속만 끓였을 뿐이지 말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제부는 하염없이 술을 마셔댔다. 그래서 TV화면에서 누군가가 술을 마시는 것을 보는 양 제부에 대해 무신경해 버렸다. 어쩌면 동생도 한평생 이렇게 애써 마음을 컨트롤하며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여동생의 외손녀가 쫑알대는 영상을 함께 봤다. 술꾼은 내버려 두고 우리는 영상을 보고 또 보며 웃음꽃을 피웠다. 아이가 열심히 쫑알거리는 말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이들의 생각은 참 말랑말랑했다. 선생님이 하는 말과 행동을 다 보고 있다는 걸 새삼 알 수 있었다.

손녀의 이름은 '바하'다. 음악을 전공한 바하의 부모가 지은 이름이다.


바하의 아무 말 대잔치 속에 많은 진리가 숨어 있었다. 영상 두 개를 정리해 보았다.

 

1편: 선생님 말씀 잘 들어보세요~

         (대본도 없이 선생님 역할을 잘하는 바하)


* 그런 거 있으면 좋은데 이게 책상에 없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책상에다 대고 밥 먹기 연습하고, 이거 연습하고 잘 거예요. 영어 하고.. 알겠죠? 근데 그렇게 하면 내가 혼자 간식할 거라고 내가 싸우거나 안 싸우거나, 내가 친구랑 안 싸웠다고 해서 거짓말하거나 그러면 선생님이 절대 안 놀아주고 절대 이야기를 안 해줄 거예요.


* 알겠죠? 안 놀아 주고 알겠죠? 밥도 안 먹여 주고 알겠죠? 밥도 안 주고...

(배고프겠다.)


* 그러면 이다음 주에 말 잘 들으면 선생님이 이거 게임도 해 주고 그럴 건데 어쨌든 그렇게 말 안 들으면 돼요? 안 돼요? 그럼 안 되죠?

(안 되죠.)


* 근데 어제처럼 막 이렇게 선생님이 약속했는데,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이렇게 많이 하면 선생님 이제 인제 못 놀아줘요.

알겠죠?

(예)


* 그래서 이거 연습만 하고 여기 놀면서 싸우니까 얼른 잘 거예요.

수업해야 되니까, 알겠죠?

(네)

(누구랑 누구랑 싸워요?) <-기습질문에 당황한 아이

.

.

.

.

.

.

* 엄마가 말해봐!


<갑자기 애드립이 바닥난 꼬마 선생님이 난처해 하네요>






2편: 생각이 어디서 나오는지 아세요?

          (미래의 내과 의사?)


* 여기로 이렇게 나와서 그래서 그렇게 됐어.

  (다시 말해봐. 어떻게 된 거라고?)


* 어떻게 되냐면

 (밥을 안 먹고?)


* 밥을 안 먹으면 소화가 돼.

  왜냐면 여기는 있고(왼쪽 가슴 가리키며) 여긴 밥이 없잖아(오른쪽 가슴 가리키며).


그럼 여기로 생각이 들어갔다 나왔다...

여기에서 입에 막 생각이 나와서 그게 여기로 속삭이는 거예요.

여기로 말하는 거예요. 여기로, 여기로 아주 짧게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다음에 용기를 내서 그래서 그다음에 하는 거야.

(아하, 할머니한테...)


<생각은 뱃속에서 나온다고 알고 있네요. 용기도 그 속에서 나오고...>




이렇게 창의적으로 생각하던 아이도 학교 교육을 받으면 점점 틀에 갇혀 버리게 된다. 창의성은 메말라 가고 경쟁 사회 속에서 허덕다. 얼굴에 생기와 웃음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창의성을 제일로 여기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본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노벨상 수상자가 없는 것은,


아마도 그런 창의성의 싹을 틔워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술꾼  #아무 말  #창의성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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