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향기와 찬양Lim Apr 05. 2024

하마터면 놓칠 뻔했네! 프라이빗 비치 뷰!

- 우리가 누리지 못한 것들이 꽤 많았다

드디어 푸꾸옥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체크 아웃 전에 숙소 근처에 있는 '프라이빗 비치'에 가보기로 했다. 일정에는 없던 일이었다. 툭툭이를 호출하여 그 해변에 도착하는 순간,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랬었지. 이런 뷰를 꼭 보고 싶었는데...


"제대로 된 뷰를 여기서 보네."

"헉, 하마터면 놓칠 뻔했네요."

"그러게, 이건 한낱 해수욕장 수준이 아니야. 이게 프라이빗이라고?"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좋네."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 미세한 입자의 모래알, 눈이 부실 만큼 파란 하늘, 그리고 수평선의 반짝임, 그 이국적인 해변에서 모두 한 마디씩 했다. 놓칠 뻔한 프라이빗 비치 뷰를 보니, 푸꾸옥 여행을 4박 6일 일정으로 해치우기에는 짧다고 생각됐다.

빈펄 원더월드 리조트의 부대시설 중에 아예 가 보지 못한 곳이 많았다.


"그냥 리조트를 떠나서 다른 곳을 가려고 할 필요 없이 빈펄 리조트 부대시설만 이용해도 며칠은 걸리겠네."

"그러게, 누리지 못해서 아쉬운 게 많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부대시설은 도대체 뭐지?" 나는 그게 궁금했다. 사전 예습 부족이었다.


우리가 아예 방문해 보지도 않았던 것 중에는 스파, 사우나, 피트니스 클럽, 포켓볼, 키즈 룸, 골프 라운딩 등등이 있었다. 리조트 로비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골프복을 입고 줄을 서있던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골프 라운딩을 가려고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분들은 이 리조트에 묵으면서 골프를 치러 온 것이었다.


누려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만 사람이 다 하고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출처: 트리플/ 우리가 누리지 못한 빈펄 원더월드 리조트의 부대시설]




그나마 다행이었다. 프라이빗 비치를 가 볼 수 있어서... 맘에 쏙 드는 해변이었다.


[프라이빗 비치 전경: 참 정겹다. 주인 모를 강아지도 한가로이 해변에서 놀고 있었다.]


딸내외가 잠시 눈에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갔나 했더니 둘이서 '네스트 바구니 흔들의자'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눈도 밝다. 우리는 바다에 노니는 사람들을 비치 선베드에서 구경하느라 여념 없었는데... 젊은 세대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 그새 꽁냥꽁냥 놀잇감을 찾아서 추억 쌓기를 하고 있을 줄이야.

[네스트 바구니 흔들의자]


어느새 '비치 바'에서 사위가 음료를 주문해 놨던 모양이다. 선베드에 누워 있는데 슬금슬금 바 직원이 잔이 담긴 트레이를 들고 나타났다. 배달된 음료를 마시니 그곳은 지상낙원 같은 '비치 카페'가 되었다. 왕이 된 기분이었다. 캬, 수평선을 바라보며, 하늘을 보며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야외 카페, 비치 카페]

시간이 되어 해변을 빠져나왔다. 정류장 시간표에 적혀있는 시간인데도 툭툭이가 도착하지 않았다. 난감했다. 숙소가 아니기 때문에 로비와 연결할 수 없었다. 로비에 연락하여 툭툭이를 호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사위는 다시 해변 쪽으로 달려갔다. 비치 바에 가서 로비에 전화를 했던 모양이다. 잠시 후에 정겨운 툭툭이가 바람을 가르며 달려왔다. 일이 벌어진 순간에 대처하는 능력에 놀랐다. 우리였다면 당황하며 리조트 사이트 찾아 들어가서 번거롭게 일을 처리했을 것이다. 젊은 세대와 여행을 가니 그런 면에서 참 좋았다. 그렇게 우리는 그 비치를 떠나왔다. 그나마 비가 오지 않아서 참 다행이었다.


푸꾸옥 여행은 3~4월이 좋을 성싶다. 지인은 8월에 푸꾸옥을 갔었는데 하루도 비가 오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했다. 우리의 여행기간 동안에는 단 하루도 비가 오지 않았다. 날씨도 습하지 않았다. 숨 막힐 정도로 덥지도 않았다. 푹푹 찌는 날에 하는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고역인데...



여행 막바지에, 부자의 고민을 체휼 했다. 한정된 시간이라 다 누려보지 못하고 떠나는 아쉬움은 참 씁쓸했다. 부자들은 그 많은 재산 다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려면 얼마나 기가 찰까? 가져갈 수도 없고 두고 가기도 아깝고...


지인의 고모님은 천 억대 자산가다. 그런데 아들 둘은 50대에 심장 마비로 차례로 먼저 죽고 본인은 이제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다. 그런데도 매일 자신의 재산을 챙기느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분은 재산이 아까워서 어떻게 눈을 감을까? 때때로 걱정 아닌 걱정을 하게 된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 딸린 럭셔리한 수영장]

우리는 숙소에 딸린 수영장에 발도 한 번 담그지 못했다. 아쉽다. 우리가 누리지 못했으니 그 수영장은 벽에 걸린 그림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침이면 리조트 직원들이 와서 갈고리로 떨어진 낙엽을 건져냈다. 그 수영장에 딸린 등나무 베드나 소파에 앉아 볼 겨를이 없었다. 다 무용지물이었다. 그림의 떡이었다.


그곳에서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없었다.

 빈펄 사장님으로부터 배달된 뜻깊은 생일 케이크에 손도 못 댔다. 이미 배부른 자는 더 먹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혹시 리조트 청소하러 오시는 분이라도 드시라고 냉장고에 그대로 넣어 두었다.


그토록 맛있었던 망고도 되가져 갈 수 없어서 냉장고에 고스란히 두었다.


내가 정성스럽게 묵은지를 볶아서 가져갔던 볶음 김치도 버리고 와야 했다. 과하면 버리게 된다.


정작 숙소에 있는 럭셔리한 소파에 앉아 보지도 못했다. 그냥 잠시 우리의 전유물이었을 뿐이다. 그런 경험을 하고 보니 부자들은 눈 감기 전에 기부를 하든지 나눔을 미리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내가 부자가 아니므로 이렇게 쉽게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부자들은 참 걱정되겠다.




여행의 마지막 날,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한 번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중첩되게 지닌 것은 이웃과 나누며 살아야겠다.

#프라이빗 비치  #네스트 바구니 흔들의자  #부자의 고민  #비치 바  #비치 카페  #그림의 떡





이전 14화 '반쎄오' 맛집에 들렀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