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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Apr 04. 2024

'반쎄오' 맛집에 들렀고,

- 즈엉동 야시장에서는 못 볼 걸 봤지 뭐예요

그땐 그랬다. 2009년, 영종도 운서에서 연수를 받던 우리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으면 인천 국제공항으로 달려갔다.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만 봐도 괜스레 마음이 설렜다.


일행 중 한 명의 별명은 '세븐'이었다. 엄카, 카*를 바꿔 끌고 다녔다. 그분 덕택에 모둠 발표 수업이 끝난 날은 바람을 쐤다. 그는 엄카, i30끌고 오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아빠카 K7을 몰고 왔다. 그때만 해도 그런 차가 드물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분을 세븐이라 불렀다. 있는 덕은 본다고, 그분이 항상 차를 끌고 왔다. 우리 5명은 틈나는 대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때 우린, 영종도 국제공항 근처에 있는 태국 음식, 베트남 음식 등을 먹으러 가기도 했다. 나는 그냥 따라만 다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하니 베트남 쌀국수는 물론 바로 '반쎄오' 맛집에 갔던 것 같다. 새삼스럽게 그때의 추억을 소환해 봤다.




호핑 투어를 마치고 예약해 두었던 마사지를 받았다. '1일 1 마사지'라는 우리의 구호는 빛바래지 않았다. 우리는 서서히 마사지 마니아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후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그 일정도 당연히 트리플 앱에 저장되어 있었다. 나름 유명하다는 '반쎄오 푸꾸옥'이라는 맛집에 들렀다.

[착한 메뉴 가격표 / 분짜, 반쎄오 등]


딸내외는 이미 블로그 등을 통하여 반쎄오에 대해 알고 있는 눈치였다. 우리나라에서 먹었던 계란말이 덮밥인 오므라이스 같기도 했다. 일단 그것을 얇디얇은 라이스페이퍼에 싼 후에 소스에 찍어 먹었다. 말이 단 한마디도 통하지 않았지만 식당 직원은 우리에게 친절하게 반쎄오 먹는 법을 설명했다. 그러면 우리는 찰떡같이 그 말을 잘 알아들었다.

[반쎄오 먹는 법]


"저, 가격표 좀 봐. 저 가격에 이 모든 음식이 가능하다고?"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딸내외는 엄지를 세우며 맛있다고 난리였다. 우리 부부도 맛있게 먹었다. 전통 베트남 음식점에 왔지만 우리에게 거북스러운 맛이 아니었다. 다행이었다. 어쩌면 그분들은 한국 관광객들에게는 현지인에게와는 다른 비법으로 요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한국에 돌아와 주변에 반쎄오 맛집이 있는지 검색해 보니 꽤 있었다. 시간을 내어, 언제 한 번 딸 내외와 들르려고 반쎄오 맛집 하나를 알아두었다.


https://m.blog.naver.com/lilyxhyxun/223204455374




반쎄오 푸꾸옥에서 저녁을 잘 먹은 후에 푸꾸옥 야시장으로 향했다.

항상 많은 사람들로 인해 늦은 시간까지 활기를 띠는 즈엉동 야시장엘 들렀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딸은, 대표적인 두 곳의 야시장 중에서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하라고 했다. 로컬 멋이 물씬 풍기는 곳과 나름 단장된 곳 중에서 어디로 가고 싶으냐고...


"그래도 현지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낫겠지."


그래서 우리는 '소나시'보다는 '즈엉동'을 선택했다.


베트남은, 더우니 밤에 시장에 나가는 게 더 편리하여 야시장 문화가 활발한 듯하다. 그러므로 야시장 상인들은 밤에 근무하고 낮에 잠을 잘 것 같았다. 그들에게는 밤이 낮이고 낮이 잠자는 밤이 될 것 같다.


많은 여행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유명한 푸꾸옥 관광의 하이라이트. '즈엉동 야시장'밤이 되면 현지인, 여행객 할 것 없이 사람들로 활기차다. 코코넛 아이스크림, 열대 과일 등 길거리 간식을 판매하는 노점상은 물론, 랍스터, 조개, 새우 등 각종 해산물을 취급하는 맛집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맛땅콩, 라탄 백, 후추 등 현지 특산품을 다루는 상점도 여럿 자리하고 있었다. 식도과 기념품 쇼핑을 모두 즐길 수 있다. 


특히 진주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가 엄청 많았다. 값은 저렴해도 일단 양식 진주로 만든 것일 테니 두어 개 사두면 좋을 것 같았다. 진주 액세서리를 파는 노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보석상 같은 형태로 고급진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도 있었다. 그 가게는 퀄리티가 좀 나은 진주를  파는 모양이었다. 그곳에서 몇 개의 선물을 샀다. 딸과 함께, 반짝거리는 액세서리 팔찌를 룩으로 좌판에서 하나씩 골랐다. 여행 기념 팔찌로...


우리는 철판 아이스크림을 하나 주문했다. 만드는 법이 신기했다. 그것을 보려고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것 같았다. 그랜드 월드에서 딸내미는 철판 아이스크림을 못 먹었던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마침내 철판 아이스크림 만드는 것도 직관하고 그것을 먹어보기도 했다. 코코넛 맛이 강했다.




그다음에는, 딸의 성화에 못 이겨 여권 케이스를 주문 제작하기로 했다. 본인이 아이템을 고르면  여권 케이스에 부착해 준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권 케이스가 된다. 그리고 본인 영문 이름의 알파벳을 하나하나 챙겨서 가죽 세공사처럼 케이스에 박아준다. 오너 메이드 제품이다. 

[여권 케이스 오너 메이드 현장]


[완성된 여권 케이스]

그래서 그것을 완성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바쁠 게 없다. 세월아 네월아 하며 그 케이스를 장식하고 있었다. 그것이 완성되는 동안에  우리는 뒤쪽에 놓여있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그런데, ㄷ ㄷ ㄷ ㄷ ㄷ

.

.

.

.

.

.

.

우리가 앉아 있는 바로 앞에 하수구 파이프 같은 것이 있었다. 그 구멍으로 매미만큼 통통하고 큰 바퀴벌레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그게 로컬 맛이 물씬 풍기는 시장의 민낯이란 말인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우리가 앉아 있는 뒤쪽 담장으로 커다란 생쥐가 슬금슬금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야시장 사람들은 생쥐나 바퀴벌레 따위 상관하지 않는단 말인가? 나는 그것들을 몹시 싫어하는데...




그러잖아도 그날 아침에, 숙소 싱크대에 손가락 만한 도마뱀이 있어서 나는 기겁을 했다. 집안이 떠나가도록 고함을 질렀다.


"에이 이 사람아!"


남편은 별일 아닌 듯이 싱크대 앞으로 갔다. 나는 벌벌 떨며 방으로 들어갔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삼총사는 바로 뱀, 생쥐, 바퀴 벌레인데...뱀의 일종인 도마뱀을 아침부터 보고 말았다.


"그냥, 창문 열고 살려줬어."


남편은 티슈로 새끼 도마뱀을 잡아서 밖으로 던져 주었다고 했다.

동남아 같은 곳에는 그런 게 있을 것 같아서 여행을 주저하고 있었는데...




아, 그날은,
도마뱀, 생쥐, 바퀴벌레 때문에
여행 기분 완전 잡쳤다.



* 엄카: 엄마 차

* 압카: 아빠 차

#반쎄오  #여권 케이스  #오너 메이드  #즈엉동  #소나시 #진주 팔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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