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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Apr 02. 2024

'모녀기타'는 아니었고요

- 곰살가운 사위와 함께 호핑 투어했어요

드디어 호핑 투어를 하는 날이 밝았다. 난생처음 하는 것이라 가슴이 쿵쾅거렸다.


"일단 먹어두세요."


꼼꼼함의 끝판왕인 딸내미는 '씹어 먹는 멀미약'을 많이도 준비해 왔다.


"배를 타고 가다가도 멀미 난다 싶으면 씹어드세요. 원래는 미리 먹어둬야 하는 거예요."


딸내미가 인천 공항에서부터 우리 각자에게 멀미약을 2 케이스씩 나눠 주었다. 사실은, 놀이 기구 타는 날도 멀미약을 미리 하나 씹어먹었다. 멀미약 덕분에 기분 좋게 놀이기구를 잘 탔다.




배를 이용하는 호핑 투어는 멀미가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전에 낚시 배를 대여하여 지인들과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7~8쌍의 부부가 영흥도에서 낚시를 했다. 그런데 배에 오르자마자 멀미가 시작됐다. 여기저기, 한 사람씩 배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토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바다에 대고 다 토해냈다. 마치 입으로 물고기 밥을 뿜어 주는 것 같았다. 귀미테라는 멀미 패취를 붙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월척이다."

"잡았다."


그런 환호의 소리가 들려도 멀미 중인 우리들은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멀미는 지옥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 배는 그러진 않을 거예요. 제법 크니까. 그래도 멀미약을 드셔 두는 게 좋을 거예요."


멀미할 것을 미리 걱정해 주는 딸내미가 최고다. 나는 평소에도 멀미를 좀 하는 편이다. 서울까지 택시로 가면 멀미를 한다. 그러나 전철이나 KTX는 멀미와는 상관없었다.


호핑투어를 하기 위해 배에 올랐다. 다행히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데 남편의 얼굴이 새하얬다. 아무래도 멀미를 하는 모양새였다.


"차라리 2층으로 올라가 보세요. 그러면 덜 할 수도 있어요."

[기네스북에 등재된 케이블카]

사위가 걱정 섞인 투로 말했다. 멀미약을 하나 더 먹고 2층으로 올라간 남편은 좀 나아 보였다. 다행이었다.


2층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푸르고 넓었다. 멀리까지 펼쳐져 있었다. 속이 후련했다. 딸 내외는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우리가 지나가는 바다 위에는 푸꾸옥과 '혼똔섬'을 이어주는 케이블카가 갈매기처럼 유유히 운행되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긴 3선 케이블카'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단다.


드디어 스노클링을 할 스팟에 도착했다. 미리 스노클링 하는 법을 사위로부터 익혀두었으니 기대가 되었다. 다행히 두려운 마음은 없었다.


준비해 간 소독제로 스노클을 소독한 후에 세면기 물로 깨끗이 잘 씻었다. 딸내미가 소독제를 챙겨 오라더니 이때 사용하려고 그랬던 것이다. 배에서 나눠주는 스노클은 만인이 사용하는 것이니 찜찜하다. 소독하고 장착하니 한결 개운했다.




"자자, 걱정하지 마시고 배우신 대로 하면 됩니다. 이제 바닷속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사위가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정, 무서우시면 줄을 잡고 다니셔도 됩니다."


나는 안전요원과 가족들, 그리고 구명조끼를 의지하고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마침내 실전이었다. 여차하면 물고기 밥이 될 수도 있을 판이었다. 바닷물은 짙은 초록색이었다.


"와, 와, 보인다. 보여."


꿈이 아니었다. 내 생애 처음으로 깊은 바다에서 스노클링 했다. 바닷속은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사위에게 배운 대로 물에 몸을 맡기니 어렵지 않았다. 산호도 보이고 물고기 떼들도 몰려왔다. TV에서나 보던 바닷속을 내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사위는 수시로 우리를 챙기며 더 아름다운 장소 쪽으로 안내했다. 깊은 바다 한가운데의 별세계를 다 봤다.

[스노클링으로 들여다본 바닷속, 산호와 물고기가 보였다.]


스노클링이 끝나자 사위는 챙겨갔던 대형 타월로 장인어른의 등을 덮어 드렸다.

우리는 아직 노인이 아닌데ㅋㅋㅋ


"추우실 수 있으니 이렇게 덮고 식사하세요."


선상 테이블 위로 점심이 제공되었다. 야채 꼬치도 나왔다. 쉬지 않고 먹거리가 제공되었다. 우리랑 합석한 한국인들과도 스스럼없이 한 상에서 식사했다.

[선상 점심, 스노클링 후에 먹는 점심은 맛있었다.]


이어서 메이룻이라는 섬에 다다랐다. 거기서도 스노클링 할 수 있었다. 다른 가족이 머뭇거리고 있을 즈음에 나 홀로 먼저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이런 기회 언제 또 있겠냐? 또 스노클링 해야지."

"엄마 조심해요."

"알았어. 깊은 데는 안 갈게."


[씽크로나이즈 하듯, 모녀 스노클링]


딸내미와 나는 스노클링을 즐겼다. 사위는 우리 모녀를 촬영해 댔다.


"자, 시작해 보세요."


딸과 함께 동시에 스토클링을 하란다. 우린 또 하라면 한다.


"자, 시작~"


모녀가 동시에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어, 어, 푸하하하~"


영상을 찍던 사위, 웃음보가 터졌다.


"완전, 모녀 맞네요. 씽크로나이즈, 제대로예요."


사위는 영상을 보며 키득거렸다.


"발이 동시에 올라가고, 손을 동시에 휘저어요, 아주 신기해요."


우리 모녀는 영상을 보러 사위 쪽으로 헤엄쳐갔다. 영상을 보고 우리 모녀도 웃음이 빵 터졌다.


"그러네. 아마추어와 프로인데도 싱크로나이즈를 하네?"

"엄마, 저도 아마추어예요."

"그래도 나는 '난생처음'이잖아. 좌우지간 우리는 모녀 맞네."




남편은 스노클링에는 관심이 없고 그냥 비취 썬베드에 누워 바다 구경만 하고 있었다. 무량태수가 따로 없었다.


마음은 물결처럼 흘러만 간다

저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 될까

물살의 깊은 속을 항구는 알까

저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 될까

딥디리 딥딥 디리 디리 딥


남편은 그냥 혼자서 신났다.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모녀가 씽크로나이즈로 스노클링 하는 영상을 보던 남편이 트롯 한 곡을 불러 젖혔다.

'모녀 기타'라는 노래였다. 생뚱맞다. 우린 모녀기타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데... 남편은 아재 개그 같은 '아재 노래'를 불렀다.


https://youtu.be/rPnq_3jWiXU?si=2dYCtITj3DrQMhE6




"아, 지금, 보기 좋아요. 그 기분 그대로 살려서 인생샷 한 방 찍으셔야죠."


곰살가운 사위가 우리 부부에게 촬영을 위한 모션을 주문하며 사진을 찍었다.


"코코넛 주스는 서로 마주 잡으시고,  장모님은 제가 벗어둔 카우 보이 모자를 쓰시는 게 낫겠어요.

손으로 V 표시도 하세요."

"이렇게?"

"네, 네, 좋아요. 그리고 멀리 바다를 지그시 바라보세요."

"에구, 선글라스 썼으니 눈길은 안 보이잖아?"

"그래도 그게 아닙니다. 카메라에 그런 스토리가 다 보입니다."


곰살가운 사위는 전문 PD 같았다. 우리 부부는 바닷가에서, 영화 한 편 촬영한 셈이다. 굳이 제목을 만들어 본다면,


<그 섬에 다시 한번!>



호핑을 끝내고 배에서 내리니 대형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호핑 투어를 하려고 안터이 항으로 갈 때는 슈퍼카를 대절했었다. 다시 돌아가는 길은, 호핑 투어를 매니저 했던 , 존스 투어(JOHN'S TOURS) 측에서 대형 버스로 시내까지 라이딩해 주어 편리했다.



P.S. 추가합니다. 브런치 완결 후에 완성된 영상입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dNIacFi4Y4k




호핑 투어는 처음이었습니다.
다시 기회가 되면, 절대 사절하지 않겠습니다.


#모녀기타  #호핑투어  #존스투어  #케이블카  #혼똔섬 #씽크로나이즈 #메이룻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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