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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Apr 11. 2024

선셋 뷰의 잔상이 오래도록 내 맘 속에 남아

- '세일링 클럽' 예약석에 앉아 불꽃쇼를 보다

드디어 푸꾸옥 여행 일정의 마지막 코스다. '세일링 클럽'이라는 곳은, 선셋과 불꽃쇼를 감상할 수 있는 모던한 인테리어의 레스토랑이라고 트리플 앱에서 소개하고 있다. 이 여행의 기획자, 딸내미가 그 레스토랑의 테이블을 이미 예약해 두었다. 앱에 '예약하기' 버튼이 있다.


테이블 수납함 사이드에 예약자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니 직원이 그곳으로 친절하게 안내했다. 기득권이란 게 바로 그런 거였다. 우리는 전망 좋은 곳에 앉아 식사를 하며 선셋을 즐겼다. 또한 메인이벤트인 불꽃쇼도 봤다. 설령 우리 일행이 '우리의 테이블'을 비우고 사진을 찍거나 바닷가를 거닐어도 우리 좌석에는 아무도 앉을 수 없다. 이미 우리 것으로 예약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핫한 곳은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겠다. 세일링 클럽에서 먹는 만찬도 기대 이상이었다. 푸꾸옥에서 먹었던 식사 중, 단 한 끼도 역겨운 적이 없었다. 다행이었다.



우리는 긴 하루 같은 나흘을 푸꾸옥에서 함께 보냈다. 더욱 돈독해진 관계로 선셋 인증샷도 찍고 절경도 카메라에 담았다. 진주 생산을 많이 한다는 상징으로 커다란 진주 모양의 조각물도 있었다.


여행을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은 맘이 흔들리곤 했다. 돌아가기 싫은 마음과 반드시 돌아가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 두 마음이 늘 갈등하곤 했다. 세일링 클럽 비치에서도 그런 마음이었다. 무념무상으로 선셋을 멍 때리며 바라보고만 싶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밤에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이국적인 풍취를 한껏 풍기는 그 해변이 참 좋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뷰만 바라보고 있어도 힐링이 절로 되는 느낌이었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해변이 무수히 많겠지만 그날 그 선셋 풍경으로 더 발랄 것이 없었다. 충분했다.

그곳은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렇게 완벽하게 일정을 짜느라 딸내미가 얼마나 생각을 많이 했을지 알 것 같았다.


"여행 일정을 참 잘 짰네." 여행 떠나기 전에 맹송맹송하던 남편이 마지막 코스에서 소회를 말했다.

"그렇죠? 이거 여행사에 팔아야 한다니까요." 사위가 의기양양하게 자기 처를 칭찬했다.

"그렇네. 한정된 시간 안에 이렇게 꼼꼼하게 모든 것을 다 체험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항상 패키지여행만 다녔던 나는, 이번 여행이 참 알뜰하고 살뜰한 일정이라고 여겨졌다. 역시 내 딸이다.



아마도 오래도록 이 해변의 석양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잔상이 내내 가슴에 남아 있을 것 같았다. 격동했던 삶의 감정들이 사그라들었다. 나락 끝까지 갔던 마음도 힘을 얻고 있었다.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선셋에게서 얻었다. 선셋의 힘은 참 컸다. 장엄하고 따뜻하고, 그리고  감동적이었다. 다시 멋진 선셋을 바라볼 수 있는 날까지 맘 속에 오래도록 품고 살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곳의 선셋 뷰는 푸꾸옥 4박 6일 여행의 화룡점정이었다. 마치 조각물 속에 앙증스럽게 올려둔 진주알이 그렇게 말해주는 듯했다.



진주섬으로 알려진 푸꾸옥은 잔잔한 바다와 적당한 염도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진주 농사에 최적지라고 한다. 호주와 일본 등에서 계승 · 발전한 선진 재배 기술을 접목해 푸꾸옥 진주 농장을 비롯한 진주 농사 산업이 크게 성장했단다.(내용출처: 빈펄 홈피)



푸꾸옥에서 다양한 쇼를 관람했다. 세일링 클럽에서는 불꽃쇼를 봤다. 바닷가에서나 가능한 쇼였다. 그러지 않으면 화재의 위험이 있으니까. 한 번쯤은 볼만한 쇼였다. 그 쇼를 보기 위해서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 타이밍에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하여 이런 것을 미리 다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그 시간에 그 해변이 그렇게 인산인해였을 것이다. 모두들 자신의 일상을 뒤로하고 같은 것을 동시에 바라본다는 것도 생경스러웠다.



몇 명의 청소년들이 비치발리볼 게임을 하고 있었다. 깔깔대는 저들의 웃음소리가 선셋 아래 일렁이는 잔잔한 파도와 어우러졌다. 저들에게 선셋의 그 아련한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친구들과 공놀이를 하거나 물놀이를 하는 것으로 충분히 재미있는 눈치다. 그리고 그들은 불꽃쇼를 볼 때는 팔짝팔짝 뛰며 환호했다. 청소년이 저녁 바닷가에서 느끼는 감동과 우리가 느끼는 바는 자못 달랐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힘들게 예약하여 멋진 좌석을 잡았지만 우리 옆 테이블에 앉은 다국적 젊은이들이 꼴불견이었다. 쉬지 않고 줄 담배를 피워대며 서로 시시덕거리는 모양새가 눈에 거슬렸다. 장발이 전혀 힙해 보이지 않았다. 그냥 매너 없어 보였다. 그 청정 해변을 담배 연기로 더럽히고 있었다. 그들의 불량스러운 모습이 선셋의 매력을 훼손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곳의 풍경을 감상하러 온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추억을 쌓으려고 온 듯했다. 그렇다면 굳이 그런 멋진 해변이 가당한가? 옥에 티였다.



이번 여행에서 극한 직업을 또 하나 추가하게 됐다. 매일 저렇게 불을 돌려야 하는 직업은 사람이 할 짓이 못 되는 것 같다. 그 경지에 이를 때까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때로는 머리카락이 타기도 하고 화상도 입었을 것이다. 보는 우리는 즐겁지만 불꽃쇼를 하는 사람은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다. 폭염에 불을 안고 살아야 하는 불쇼맨은 그야말로 극한 직업이다.


지구 어디에나 힘들고 어려워도 저마다의 위치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몫을 하고 었다. 그 불꽃쇼맨처럼...


참 인생 만만치 않다.

#불쇼  #세일링클럽 푸꾸옥  #진주섬  #선셋  #비치발리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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