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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Apr 12. 2024

(에필로그) 하이랜드 커피 하우스에서

- 정들었던 푸꾸옥을 떠나며

세일링 클럽에서 선셋을 만끽한 후에 우리는 여느 날처럼 마사지받기를 예약했다. '1일 1마사지'가 여독을 푸는데 꽤 도움이 되었다. 마사지를 다 받았지만 푸꾸옥 공항에 도착하기에는 시간이 좀 일렀다. 그래서 들른 곳이 '하이랜드 커피 하우스'였다. 우리나라에서 스타벅스를 가는 느낌이었다. 마감 시간이 임박하여서 그랬는지 붐비지는 않았다.


"온종일 우리를 라이딩해 주신 기사님께 뭘 좀 대접해야지."라고 남편이 말했다. 남편은 다짜고짜 슈퍼카 쪽으로 가더니 기사님께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고 한국말로 했다. 그 기사님은 남편의 말을 알아듣고 괜찮다며 손사래 쳤다. 따라나선 사위가 슈퍼카 기사님을 모시고 하이랜드 커피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자고 말했다. 구글 번역기를 돌려 그분에게 내밀어 보이며 우리의 마음을 전했다. 기사님은 못 이기는 듯이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드시고 싶은 것 있으면 맘껏 드세요."


한사코 마다하던 기사님이 겨우 빵 몇 개와 차를 가리켰다.


"온종일 저희를 라이딩해 주셔서 감사해요."

"당연히 할 일인데요."


서로를 잘 아는 사람처럼 기사님과 래포가 형성되어 있었다.


"혹시 꿈이 뭐예요?" 사위가 기사님께 물어봤다. 좀 뜬금없는 질문 같긴 했지만 기사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돈을 많이 벌어서 한국에 가 보는 거예요."

"정말요? 그러면 한국에 오시면 꼭 연락하세요."


기사님은 결혼했고 자녀도 있다고 했다. 사위와 그 기사님은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온종일 함께 지냈더니 잔정이 들었다. 과연 그분은 돈을 많이 번 후에 한국에 올 수 있으려나?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한국에 가보는 것이 로망인 모양이었다. 그것만 봐도 한류 열풍이 훈훈하게 불고 있다는 증거였다. 뿌듯했다.




푸꾸옥 여행을 마친 후에 그 일정을 브런치 연재북으로 발행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매주 한 편씩 발행한다면 5~6 개월 정도는 걸릴 것 같았다. 그렇다고 매일 한 편씩 발행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 이미 나는 수요일과 토요일에 각각 연재하는 글이 있던 터였다.


몇 날을 고심했다. 이왕 푸꾸옥 여행에 대한 글을 발행하려면 가급적 빠른 시간에 완재하는 게 구독자들께 좋을 것 같았다. 이미 연재되고 있는 요일만 빼고 주 4회에 걸쳐 푸꾸옥 여행기를 발행하기로 맘을 먹었다.


그런데 그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번 시작한 일은 해내는 성향이라 매일매일 글을 발행했다. 마치 집필하는 전업 작가처럼 글을 썼다. 저녁에 글을 일단 완성해 두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수정 과정을 거쳐 발행했다.


나의 경우는 보통 한 편의 글을 발행하기 위하여 10번 정도의 수정 과정을 거친다. 처음 쓴 글은 대부분 쓰레기 수준이다. 글을 빚는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글쓰기에 대해 배워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표현 하나, 어휘 하나에도 조심스럽고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글을 발행해도 남편의 레이더망에 최소 3~5개는 지적을 받곤 했다. 브런치 '맞춤법 검사'를 하지만 띄어쓰기와 오타 검정은 완벽하지 않았다. 나는 '오타 퀸'이다. 나이도 나이지만 성질이 급해서 그런 것 같다. 맞춤법 검사가 해내지 못하는 flow나 개연성을 봐주니 더욱 좋았다. 'AI 맞춤법 검사기' 보다 나은 '인간 맞춤법 검사기'가 바로 남편이었다. 어색하면 금방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제1 독자' 남편이었다. 쓰는 자와 읽는 자는 글을 보는 각도가 다른 것 같다. (방송국에는 작가팀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한 작품을 여러 명이 완성한다는 의미다.)  인간 춤법 검사에서 만점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독자의 입장에서 읽어 주는 남편이 있어서 좋았다.


"또 읽어줘야 해?"


글을 쓰는 나도 힘들었지만 매일 정독하여 옥에 티를 골라내는 남편의 고역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남편이 끝까지 나의 글을 다 읽어 주어 여기까지 왔다. 아무래도 남편한테 한 턱 쏴야겠다.


마치 바느질을 하듯, 뜨개질을 하듯, 한 땀 한 땀, 한 코 한 코... 글을 완성했다. 다른 작가님들은 글을 쉽게도 잘 발행하는 것 같던데...


마침내 오늘 이 글로, [푸꾸옥 4박 6일, 플랜 배포]라는 연재북을 완재하게 됐다. 내게는 대장정이었던 그 일을 해냈다. 맘이 가볍다. 다시는 '1일 1글'은 하지 않으리라, 맘속으로 다짐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나 혼자 세운 약속인데 그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 연재북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한 달 만에 완재해 낸 것은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었다.

[다음 회차는 쿠키 영상입니다. 푸꾸옥 4박 6일 동안 있었던 에피소드가 '유튜브 쇼츠'로 제공됩니다. 많은 관심 부드립니다~]



#푸꾸옥  #하이랜드 커피 하우스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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