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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찬양Lim Apr 02. 2022

팔찌가 사라졌다

- '내돈 내산' 팔찌였다

팔찌가 사라졌다


  저녁 식사 후에,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며 TV를 봤다. '뜨거운 씽어즈'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탤런트 윤유선 씨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여성 여성'하게 예쁜 팔찌를 여러 개 끼고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내 손목으로 눈이 갔다.

[시 아버지의 순금 반지를 녹여서 만든 6개의 14K  반지]

"어디 갔지?"

 내 손목에 있어야 할 팔찌가 보이지 않았다. 팔찌를 봤던 기억이 아련하다.  마음이 약간 켕기는 것은, 그 팔찌가 헐렁해서 롱로즈를 이용하여 길이를 좀 줄인 적이 있다. 미세한 틈으로 고리가 몇 번 빠진 적이 있었다.

 

 팔찌가 없어졌다는 내 말에 남편은 한마디의 말도 없었다.

-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두고 살아?

-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자기 손목에 팔찌가 없어진 걸 몰라?


혹은,

- 에구 그거 소중한 건데 아깝네.

- 당신 속상하겠네.


아니면,

- 잊어버려. 또 사면되지.

- 그거 없으면 그만이지.


 남편이 할 수 있는 말은 참 많았을 것이다. 그때는 무슨 말을 들었더라도 내 마음이 상했을 것이다. 팔찌가 아깝기도 했지만 그것이 없어졌다는 것조차 모르고 지내온 내 정신머리에 실망이 컸다. 침묵으로 그 순간을 넘겨준 남편이 새삼 고맙다.

그 팔찌로 말할 것 같으면...


  시아버지는 투병 한 달만에 생을 하직하셨다. 시아버지는 워낙 성격이 주도면밀하여 모든 것을 잘 정리해두셨다. 특히 순금 반지는, 자녀들이 쓰레기로 착각하고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수첩에다 끈으로 묶어 두셨다. 그 반지를 녹여서,  6명의 딸과 며느리가 똑같은 모양의 반지로 맞춰서 끼기로 했다. 마침 유행이던 로즈 골드 빛깔로 정했다. 그 반지를 끼고 나서 그것에 잘 어울리는 팔찌를 하나 마련하고 싶었다. 시아버지를 기리는 기념으로 반지와 깔맞춤 하여 그 팔찌를 구했다. 압축된 타원형 작은 고리가 앙증스럽게 연결된 심플하면서도 화려한 팔찌였다.

팔찌를 잃어버린 적이 또 있다

 2017년 5월 토론토에서 팔찌를 잃어버린 적이 있다. 그날의 다이어리가 생생하게 기억을 일깨워준다.

[캐나다의  길바닥에서 다시 찾은, 망가진 팔찌]

 이런 놀라운 일이  있다니. 넓은 캐나다 땅에서 잃어버린 팔찌를 되찾다니... 이건 기적이다.


 검색해둔 Glenbrook Presbyterian 장로교회에 전화하니, ARS로 10시에 예배가 있단다. 30분 정도 걸어갔는데 눈앞에서 버스가 지나가 버렸다. 한참 기다려서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내리니 눈앞에 Catholic Church 가 있고 바로 그 옆에 미리 전화해봤던 Anglican Church가 있다. 엥? 교회 문 앞에 Information Note 가 떡하니 붙어있네.


    Moring Servic on May 28th is held at St. Andrew Church at Streetsville at 10:30.

   (5월 28일 아침예배는 Streetsville에 있는 St. Andrew Church에서 10:30분에 드립니다.)


  같은 시간대에 그 교회에 도착한 낯 모르는 여성도 나와 같은 입장이었다. 45분이나 걸리는 그곳까지는 갈 수 없다며 예배를 포기하고 다음 주에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구글링 하여 학국 식품 파는 곳을 찾아가서 쇼핑을 했다. 지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 앞 도로에서 그 팔찌를 발견했다. 차가 그 위를 지나다녀서 팔찌는 더 이상 낄 수는 없을 정도였다.

 

  일주일 전에 팔찌를 잃어버렸다. 사위가 생일 선물로 사준 액세서리였다. 손목에 있어야 할 팔찌가 보이지 않아서 날마다 집안 구석을 유심히 쳐다보고 다녔다. 그 팔찌를 닮은 것이 있다면 대체용으로 사고 싶었으나 마땅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진주 모양 등 다양한 장신구들을 묶어서 만든 듯한 특이한 액세서리  팔찌 하나를 사서 섭섭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오늘은 피곤하지만 기분이 참 좋다. 잃었던 것을 다시 찾아서. [5.28 다이어리]

찾고 또 찾는다

[여름까지는 손목에 있었던 팔찌]

  그 팔찌가 없어진 것을 안 후에, 가방이란 가방은 다 뒤졌다. 호주머니도 샅샅이 훑어보았다. 있을 리가 만무하다. 찾고 또 찾는 버릇이 생겼다. 화장실 발판도 들어보고 풀숲을 찬찬히 쳐다 보기도 했다. 뭔가가 반짝이면 남몰래 살펴보곤 했다. 분리 수거장도 유심히 봤다. 이렇게 애를 태우다가 그 팔찌를 찾는다면 반가움에 소리를 지를 것 같다. 그 팔찌는 대한민국 땅에 있을 것만 확실하고 내 곁은 떠났다. 그런 줄 알면서도 팔찌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유명한 성경 말씀도 떠오른다.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에 대한 말씀이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하나님 사랑을 잘 나타내는 그 말씀이 이해가 된다.

 만일 어떤 사람이 양 100마리가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길을 잃었으면 그 99마리를 산에 두고 가서 길 잃은 양을 찾지 않겠느냐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만일 찾으면 길을 잃지 아니한 99마리보다 이것을 더 기뻐하리라 [마 18:12-13]


그 팔찌를 잊을 수 있는 길은?

  캐나다에서 돌아오니, 딸이, 망가졌던 것과 같은 모양의 팔찌를 다시 사줬다. 못쓰게 된 그 팔찌는 잊어버리라고. 그거였다.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또 다른 것이 있어야 그 텅 빈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것이다.


 시아버지를 기리기 위해서 '내돈 내산' 팔찌와 같은 모양의 팔찌를 언가 다시 사려고 한다. 그래야 잃어버린 것에 대한 미련이 없어질 것 같다. 신나고 좋은 일이 생긴다면 그 기념으로, 똑같은 모양의 팔찌를 다시 살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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