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가까이 일기를 쓴 것이 초등학생 때 이후로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교환학생 시절, 나는 먹고 즐기고 노느라 바빠 첫 이틀에만 일기를 쓰고 많은 추억거리를 내 머릿속에만 저장해 놓았다. 그때 일기를 쓰지 않았던 게 아쉬워 호주에 가면 매일 짧게라도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다짐했지만 1년을 다 채우지 못할 만큼, 하루를 기록하기 위해 몇 문장 쓰는 게 맘처럼 술술 잘 풀리는 일은 아니었다.
지쳐가는 육신과 반복되는 일상에서 '일기 쓸 거리'를 찾지 못한다는 이유, 잠깐 10분을 들여 하루를 복기하는 일이 귀찮다는 이유로 어느 날부터 나는 일기 쓰기를 중단했다. 그리고 어렴풋한 기억으로 호주 생활을 떠올릴 때면 '그땐 그랬던 것 같다'는 말을 하곤 한다. 어차피 완성하지 못 한 일기, 기억해 봤자 아무 의미 없다는 생각에 일기라는 걸 내가 썼다는 사실만 기억한 채 사실상 일기의 존재를 잊고 지냈다.
한국에 돌아와 호주에서의 일을 아주 가끔 떠올린다. 일상으로의 복귀가 빨랐던 만큼 호주에서의 시간이 더 신기루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내 생활을 궁금해했던 사람들에게 그간의 삶을 설명하던 와중, 일기의 존재를 상기했다. 그래, 내가 일기를 꽤 오래 썼지.
오랜만에 들여 본 일기장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기도 하면서 동시에 나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의 문제가 아니다. 언젠가 다시 일기를 들여다봤을 때, 이 순간을 떠올리기를 바라는 내 마음이 글에서 느껴질 때 나는 그때의 내가 일기 쓰기에 진심이었다고 깨닫는다.
기록의 힘은 대단하다. 그냥 떠올리려고 하면 떠오르지 않는 일도 기록을 보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나니까. 그런 의미에서 내가 호주에서의 일상 기록을 멈춘 것은 아쉽다. 내 무의식 중에 남아 있을 호주에서의 많은 나날이 다시 기억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 더 노력해 볼걸'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남아 있는 기록은 내 호주 생활 전반기를 담고 있는데, 낯선 나라에 도착해서 느낀 설렘과 두려움, 새로운 일에 익숙해지는 과정, 동료와의 갈등 등 불안한 감정이 아주 잘 느껴진다. 불안했지만 그래서 하루하루 더 소중했고 특별했다.
이 기록을 책 읽듯 반복해서 볼 일은 없겠지만 아주 가끔, 호주에서의 내 경험이 특별했다고 믿고 싶어지는 날이면 다시 읽어보고 싶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