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앞에 놓인 일방향의 이야기
오늘도 할머니 한분이 찾아오셨다.
“어떤 업무 하러 오셨어요?”
“아가씨 나 기억하지 내 딸이 죽었어”
내 딸이 죽었어라는 말에 고개를 들어보니 얼마전에 왔다가 가셨던 할머니다.
“어머니..?”
”내딸이 너무 억울허게 죽어서 나는 이걸 다 밝혀야 내 딸한테 갈 수 있여“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딸이 원하는대로 해주고 싶었을까? 아니면 어디까지나 내 욕심때문에(아니면 내 자식을 지키고 싶은 불안이었을까) 결혼을 결사반대 했던 할머니의 딸은 50이 넘은 나이에 결혼 한지 2년만에 죽음을 택했다고 한다.
“내가 더 결사 반대할껄. 나땜에 죽었나봐“
죽음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
할머니는 계속 자책했다. 내가 더 말릴걸, 내가 왜 그때 더 안말렸을까? 딸의 얘기를 듣지 않은 나는 그 속내를 전혀 알수가 없다. 어쩌면 부모는 아이가 하고싶은 걸 다 이루어주고 싶으면서도 어쩌면 이 애가 잘못될까봐 그 선택을 마냥 지지해줄 수 없을때가 있을 것이다.
나는 몇년 전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미안해라는 말을 듣고 정말 치졸한 변명이다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엄마는 딸 마음을 다 안다며 어떻게 나를 이렇게 가두고 통제하고 힘들게 할 수 있냐며 그 변명 같은 문장에 치를 떨었던 적이 있다. 자기도 처음이면서 세상에 처음 태어난 내가 뭘 좀 하겠다는데 왜 그걸 반대해? 라며 엄마가 생각한 그 세상이 전부가 아닐수도 있는데 나를 좀 믿어주지, 내가 하고싶은 대로 내버려두지!!! 했지만 엄마는 누구보다 내가 잘못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을거란 생각을 할머니를 보며 생각했다.
“어머니, 오늘은 뭐하러 오셨어요?”
역시나 공감하면 오열할 것 같아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사무적으로 이야기하는 나를 향해 할머니는 사위가 나쁜놈이라며 한참 사위에 대한 얘길 늘어 놓으셨다.
“나 이거 해결하면 내 딸한테 가려고. 나는 아무것도 바라는거 없어ㅋ 내 딸이 억울한거만 밝히면 돼.“
딸이 죽는지 2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과거에 사는 할머니. 그리고 떠났지만 그 딸을 대신해 싸움을 계속해가는 할머니한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어머니, 뭐였든간에, 건강 잘 챙기세요. 밥 잘 드시고 힘이 있어야 싸움도 하고, 딸 억울함도 풀어주고, 어머니 원하는거 다 하실 수 있으니까. 아프지마세요. 그리고 밥 꼭 잘 챙겨드세요.”
이 말 끝에 할머니가 남긴 말은
“나중에 내가 다 해결하고나면 아가씨 밥 한번 사줄께. 나랑 꼭 밥 한번 먹어.“
밥이 뭘까? 살고싶다는 얘길까? 위로에 고마움의 표시일까? 나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할머니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일방향의 얘기이지만, 응원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