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요가를 다녀오더니 저녁을 하기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도 고기가 좀 당기던지라 와이프에게 슬쩍 '양꼬치 먹으러 갈까?'
라고 물어보았는데 갑자기 와이프에 눈이 번쩍 하고 빛나더니
침을 스읍- 하고 삼키는 것이 아닌가.
나는 속으로 '이대로 먹으러 가지 않으면 사달이 나겠다.'라고 생각하며
딸아이에게 서둘러 옷을 입으라고 재촉했다.
와이프에게 동네에 맛있는 집이 있냐고 물어보니
시장 근처에 있는 '신미 양꼬치'가 맛있다고 하여
십여분 정도를 걸어서 도착했다.
들어가자마자 양꼬치와 양념이 된 매운 양꼬치를 하나씩 주문하고는
양꼬치의 친구 영원의 단짝 맥주도 한병 주문했다.
사실 와이프가 대학교 때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일 년 정도 했는데
그때 양꼬치를 매일같이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얼마나 잘 먹는지 왠지 저녁을 자주 안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살짝 불안해졌다.
주문한 양꼬치를 화로에 올려두고는 먼저 한잔 했다.
와이프는 신이 나서 전쟁에서 승리한 장수처럼 호쾌하게
잔을 부딪히고는 벌컥벌컥 들이켰다.
정말 감사한 건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 딸이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고
웬만한 음식들은 모두 맛있게 잘 먹는다는 사실이다.
이날도 처음 먹는 양꼬치가 너무 맛있다며
1인분 가까이를 먹는 딸내미를 보며
이렇게 엄마 아빠의 술자리에 함께해 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양꼬치는 잘 익은 꼬치를 골라 하나씩 빼먹는 맛으로 먹는다
양꼬치 한 점마다 잔을 부딪혔더니 금세 잔이 비고 넉넉하던
꼬치도 금세 빈꼬챙이만 남아서 우리는 2인분을 추가로 주문했다.
잘 구워진 양꼬치를 쯔란을 듬뿍 찍어서 한입 그리고 한잔을 반복하니
와이프의 얼굴에는 행복감으로 가득했다.
양꼬치를 다 먹은 빈꼬챙이에는 마늘을 꽂아서 구워 먹으면 정말 맛있는데
평소 마늘을 좋아하는 나는 양꼬치만큼이나 마늘을 잔뜩 먹어 치웠다.
맛있게 식사를 이어가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테이블에 접시 하나를 터억 올려놓으셨다.
숙주를 맛있게 볶아 서비스라며 주셨는데 평소 나물을 좋아하는 우리 딸내미의 취향을
어찌 아셨는지 딸아이가 너무 잘 먹어서 너무 감사했다.
우리 딸도 얼른 키워서 나중에 세 가족이 양꼬치에
맥주 한잔을 기울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아이는 어른이 돼서 술을 안 마시겠다고 하지만 글쎄?
엄마 아빠가 이리도 술을 좋아하는데 가능할는지 모르겠다.
우리 가족은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배를 두드리며 식당을 나섰다.
가장 행복해 보이는 사람은 역시 우리 와이프!
저녁이 하기 싫었는데 좋아하는 양꼬치까지 먹었으니
그 행복감은 두 배 이상이었던 것 같다.
와이프가 기분이 좋아 보여서 나 또한 행복했다.
저녁이 하기 싫은 날 양꼬치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