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 딸은 요즘 축구에 관심이 많다.
얼마 전 생일날 선물로 할머니께 축구공을 선물 받고는
시간이 날 때마다 나에게 축구를 하러 나가자고 졸랐다.
시간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난주 금요일저녁
또다시 나가자고 조르기에 까짓 거 아빠의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운동장으로 향했다.
소싯적 운동장을 누비던 실력으로
발재간을 몇 번 부리면 딸내미를 쉽게 떨쳐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내 오산이었다.
한창 물이 올라가는 딸내미의 체력은 상상 이상이었고
생각과 달리 물에 젖은 손처럼 무거운 몸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몇 분을 채 뛰지도 않아 심장이 터질듯한 고통과
턱밑까지 차오른 숨을 헐떡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반면 딸아이는 총총거리며 종횡무진 나를 압박했고
나는 비겁하게 몸싸움으로 방어하기 시작했다.
젊었을 적에는 웬만한 구기종목에 자신이 있었기에
충격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를 막기 위해
몸싸움을 하고 있는 꼴이 스스로 너무 우스웠다.
한편으로는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준
딸에게 고맙고 대견한 감정이 들었다.
그렇게 기쁘며 슬픈 운동을 끝마치고는
녹초가 된 몸으로 나를 이긴 딸내미에게
피자 한판을 사주러 피자가게로 향했다.
생에 처음으로 딸에게 패배한 기쁘고도 슬픈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