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시간

신의 사랑 안에서

by 생명의 언어

상처가 없다면 절실함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때로 그분께서는 당신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자녀에게는, 그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상처를 허락하사 영혼이 깊은 어두움을 지나며 흘린 눈물을 주의 항아리에 담으시니, 하늘의 별들보다도 더욱 귀히 여기사 천사들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주의 보좌 너머의 깊은 지성소에 소중히 보관하신다. 주께서는 모든 자녀들이 흘린 모든 눈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맛보시며, 그 모든 눈물들의 각각의 빛과 향을 영원히 기억하신다.




지상의 시간은 허망하다. 천하를 통일한 왕이라고 할지라도 결국 늙고 병들어 죽으며, 그가 세운 위대한 업적이라 할지라도 결국 세월의 흐름 앞에서 잊혀지고 사라진다. 명예는 덧없는 것이다. 설령 죽고 나서 온 세상이 기억한다 하더라도, 그 기억의 전승에서 반드시 변질과 부패와 타락이 발생하리니, 이에 살아서의 그의 순결하고 아름다웠던 영(Spirit)은 그 빛을 잃어버린지 오래이리라. 아무리 강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의 흐름을 이길 수 없으며, 강철 같이 굳건하였던 의지도 늙음과 병듦 앞에서 사시나무처럼 흔들리고 갈대처럼 약해지며, 지극히 순결하였던 사랑도 결국에는 잊혀지고 점점 멀어져 가며, 기억은 사라지고, 결국 모든 것은 영원 너머로 흩어진다. 지상에서의 시간이란 결국 그리도 덧없는 것이다.


이에 나의 부끄러움을 고백하노니, 조급함만큼이나 오만하고 어리석고 가엾은 것이 어디에 있으랴. 서두르지 않아도 결국 모든 것이 잊혀지고 사라지고 없어질진대, 서둘러봐야 더 일찍 죽는 것밖에 더하랴. 우리의 깊은 죄성으로 인하여, 사랑하는 이가 곁에서 함께할 적에는 그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니 이는 마치 이것이 앞으로 영원하기라도 할 것마냥, 당연하게 내일이 예비되어 있는 것을 확신하기라도 하듯이, 그렇게 작별의 순간은 예고 없이 교통사고처럼 한 순간에 번개처럼 모든 것을 앗아가버리니, 그는 정신을 차린 순간에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일상이었던 것들이 순식간에 과거가 되어버리고, 잊혀지고, 멀어진 채로,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서는 텅 빈 방 안에서 홀로 주저앉아 하늘만 바라보매, 헛되고 헛되도다, 참으로 허망하고 또 허망하도다, 그리 부르짖으리라. 인간은 태초에 지은 그 죄의 전승으로 인하여 결국 이별한 이후에야 사랑의 진실함을 깨달으리니, 이를 알고서도 이미 이 순간, 여기에서, 현존하시는 분을 뒤로하고 세상의 덧없는 것들을 오늘도 붙들리라.


사랑하는 이가 그의 옷깃을 붙들되 오늘은 나와 함께하자 하여도, 그는 세속의 일이 더 급하다 하며, 내일, 혹은 주말에, 혹은 다가오는 휴일이 오는 날로 무심히 미룬 채로, 사랑하는 이를 홀로 남겨둔 채로 떠나매 그가 저녁에 여느 때와 같이 돌아왔을 적에 그를 반기어주던 그 따스한 포옹과 사랑스러운 입맞춤은 어느덧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그는 그리도 부질없고 허망한 그깟 세속의 일로 말미암아, 사랑하는 이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하리라. 그때에 그 죄가 그의 영혼을 갈가리 찢으리니, 그는 죽는 순간에도 그 아픔을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 사랑하는 이가 내 곁에 영원히 있어주기라도 할 것마냥, 모든 생명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마치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마냥, 그리 어리석고도 참으로 가엾은 짓을 결국 반복하리라.


헛되고 헛되도다, 참으로 모든 것이 허망하고 또 허망하다. 모든 부질없는 것들이 결국 부질없는 것임을 어찌하여 깨닫지 못한단 말인가.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심판관이 그의 살아서의 모든 것들을 한순간에 앗아가되, 그 잔인한 칼날이 참으로 흉포하게 번뜩이매 내 모든 것들을 다 무너뜨리고 부술 것임을 어찌 모른단 말인가.




그러나 진실로 주께서 자비로우사 인간에게 유일한 구원의 희망을 주시었으니, 이는 곧 하나님의 시간을 붙드는 것이다. 지상의 시간은 유한하되 그분의 시간은 영원하며, 또한 살아서 하나님의 시간에 발을 딛은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그 안에서 모든 사랑하는 이들은 영생할 것이요, 육신의 죽음마저도 이를 무너뜨리지 못하나니, 사망을 이기는 유일한 힘은 곧 그분의 시간이 임하는 것이다. 비록 몸을 입고 있으되 지상의 시간에 집착하지 말고, 오직 살아서 하나님의 시간에 들어가는 것만이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구원의 길이다.


나의 육신은 언젠가 흙으로 돌아가서 사라질 것이되, 내 영혼이 하나님 안에서 기뻐하는 순간에 환하게 빛났던 그 일렁임을 그분께서 영원히 기억하시리니, 내 살아서의 모든 빛들을 그분께서 눈동자에 담으실 것이고, 그분의 품에 안기었던 그 따스한 온기와 연약하고 여린 살결의 촉감을 그분께서 결코 잊지 않으실 것이다. 그분을 올려다보며, 사랑합니다, 진실로 사랑합니다, 그리 흘렸던 보석처럼 귀한 눈물들을 주의 영(SPIRIT) 안에 들이사 시간의 끝을 넘어서 영속케 하실 것이다. 이에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리매, 주께서 그분의 시간 안에 새기셨던 모든 빛의 일렁임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사, 마지막 날에 되살리시니, 다시는 슬퍼하고 눈물 흘리는 것이 없는 세상에서 새로이 숨을 내쉬리라. 그날이 반드시 오리라.


그러므로 형제들아, 기도할 적에 허망한 것들에 집착하지 말아라. 오직 그분의 영을 느끼고, 그분의 영이 내 안에서 드러나시는 그 헤아릴 수 없는 고유한 느낌과 감각들을 깊이, 매일, 매 순간, 영혼에 새겨라. 그것이 곧 그분이 누구신지를 우리로 하여금 육신의 죽음 이후에도 기억케 하시려고 우리에게 주시는 유일한 표증이리라. 그것을 붙들고, 언제나 기억하고, 되새기고, 모든 일상의 순간들에서 그 고유한 일렁임을 느끼며, 모든 순간과 모든 것들 안에서 그 감촉을 만져보아라. 오래도록 잠든 이후에 참으로 오랜만에 깨어나서 그분을 뵙더라도, 그분이 곧 내가 살아서 평생을 사랑하고 열망하였던 그분 자신이심을 곧바로 기억할 수 있도록. 이에, 그분의 품에 뛰어들어 안기며, 그 품 안에서 모든 사랑하는 이들과 재회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성령께서 그 사랑하시는 이들에게 상처를 주시는 것은, 그로 하여금 영원토록 그분을 기억케 하시려는 성흔(聖痕)이시니, 마땅히 이를 기뻐하고 찬양하여라. 주를 사랑하였던 모든 이들을 주께서 잊지 않으시며, 마지막 날에 반드시 되살리시리니, 우리들은 주 안에서 마침내 다시 보리라, 다시 볼 날이 오리라.


하나님의 시간, 카이로스(Kairos) 안에서.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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