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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Jun 13. 2024

밖거리씨 택배 왔어요

택배를 받고 쓰다


마당을 공유하는 건물을 각각 말할 때 제주에서는 ‘거리’라 한다. 안에 있는 본 건물이 안거리, 마주보는 조금 작은 건물이 밖거리다. 안거리 밖거리, 그러니까 안채와 바깥채가 ㅣㅣ 모양으로 마주보는 두거리가 옛날 제주 집의 기본 형태다.


안거리와 밖거리가 마주보지 않아ㅣㅣ가 아닌 ㄱ,ㄴ자가 되거나, 건물이 하나 더 있어 ㄷ자가 되면 수직으로 있는 건물을 모커리(모거리)라 한다. ㄷ자 세커리(세거리)라면 가운데 ㅣ자 부분이 모커리고, 양쪽 모서리를 이루며 선 안거리 밖거리가 마주본다. 빈 부분에 문간거리인 모커리가 하나 더 있어 ㅁ자를 완성하는 네커리(네거리)도 있다. 네커리집은 한 마디로 부잣집이다.


밖거리에서는 집안의 아이들이나 나이든 부모님이 살곤 했다. 문간거리 방은 창고나 일꾼의 방으로 썼을 테다. 식구 수가 줄고 입주일꾼도 없는 요즘엔 비어있는 밖거리에 가게를 열거나 세를 주거나 한다.


십 년 전 얻은 제주살이 첫 셋집도 밖거리였고 지금 살고 있는 집도 그렇다. 안거리에는 집주인이 살고 있다. 주소를 쓸 땐 혼란하거나 곤란한 일이 없도록 반드시 건물을 표시해야 한다. 별채, 밖거리, 왼쪽 건물, 기와지붕, 흰색 건물 따위 부연설명을 써두어야 하는 거다. 이렇게까지 해도 한 번씩 길 잃은 애들이 생긴다. 엊그제 서울에서 온 애도 하마터면 못 찾아올 뻔했다. 하늘, 아니 고냉이신이 도왔다. 냐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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