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국의 아홉 번째 밤 05
어느 더운 날 어느 고양이가 어느 야자수 밑 검고 넓은 돌 위에 누워 있었다.
고양이는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 내 몸을 받치고 있는 이 돌은 마치 밤하늘 같다.
그리고 때로는 이런 생각도 했다.
- 다시 태어나면 달에 사는 돌이 될 것이다.
그리고는 하늘에 떠 있는 깨어진 달의 조각들을 바라보았다.
돌이 돌이 되어서 돌로 존재해야하는 억겁의 시간들을 떠올렸다.
고양이는 뭔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나 털을 곧세우고 앉았다.
- 고요함을 고요하도록 둔다는 것은 사실 엄청난 예민함을 요하는 작업일 것이다.
작은 움직임에도 모든 신경을 쏟겠지.
예를 들어 아침 햇빛을 받은 이슬이 공기로 변하는 소리나
어린 아이의 뺨에 난 솜털을 지나면서 변하는 바람의 움직임에도 신경질이 날 것임이 틀림없다.
고양이는 다시 따뜻하게 데워진 돌 위에 누워 검고 넓은 면 틈새의 하얗고 작은 돌들이 박혀진 부분에 뺨을 대고 부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