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국의 아홉 번째 밤 07
물이 없는 나날이었다.
사막은 자주 모래 바람이 불었다.
먼지가 자욱해지면 여우는 큰 바위를 찾아 틈새에 몸을 구기듯이 웅켜 넣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래로 만들어진 거대한 바람이 덮쳐왔고 그럴 때 마다 여우는 눈을 감았다.
모래와 모래들은 서로 부딪치며 세찬 빗소리를 만들어 냈다.
여우는 거대한 사막을 뒤덮는 큰 비를 떠올렸다.
여우는 더 이상 집을 떠나온 날을 기억하지 못했다. 나에게 가족이 있었던가.
아른거리는 얼굴들은 언젠가의 꿈에서 봤던 환상처럼 느껴졌다.
다만 어쩌다가 작은 바람을 만나면 불현듯 희미한 감각들이 되살아왔다.
뺨과 뺨을 맞대고 부빌 때 털과 털이 뒤섞이던 부드러운 온기가 먼 바다에서 밀려온 파도처럼 여우의 몸을 감쌌다.
이런 감각들은 너무나 가벼워서 스쳐가는 향기처럼 머물지 못하고 금세 사라졌다.
그럼 여우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멈췄던 발걸음을 떼었다.
그 날은 마지막으로 물을 마시고 난 후 여섯 번의 달이 지고 일곱 번의 해가 뜬 날이었다.
다시 먼지가 날리기 시작했다. 곧 모래 바람이 들이 닥친다. 하지만 근처에 적당한 크기의 바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 때 뿌옇게 변해버린 시야 끝에서 하얗게 번쩍이는 두개의 작은 빛을 보았다.
- 아이야.
여우는 직감적으로 피로 맺어진 가족의 냄새를 맡았다.
- 어머니.
- 아이야, 이제서야 너를 찾았구나. 가자, 우리의 집으로.
먼지는 마치 거인처럼 크게 더 크게 몸체를 불리고 있었다.
익숙한 모래의 냄새가 났다.
- 저는 가지 않아요.
- 지금까지 너를 찾아 다녔다. 이제 곧 큰 모래바람이 온다. 이곳은 위험해. 집으로 가자.
- 어머니, 그 곳은 저의 집이 아니에요. 제 행복은 거기 있지 않은걸요. 이곳이 저의 집이에요.
멀리 보이던 두 눈이 더 크게 반짝였다. 여우는 서둘러 고개를 돌려 반대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휘몰아치는 모래 바람 사이로 들어가는 여우의 뒷모습은 점점 작아지다가 점이 되고 그리고는 영영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