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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niO Nov 07. 2022

외유내강

나에게 해 주고 싶은 말

주변에 대다수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특징들이 있다.

외유내강

이런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른 사람들에게 더 많이 베풀고 배려할 줄 알고 친절하다. 그런데 속은 참 단단하다. 그래서 어려움이 다가올 때 차분하고 합리적이게 일을 잘 해결해 나간다. 또 이런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 하나 있다. 자기보다 약하고 지위가 낮은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는다. 차라리 더 친절하게 인사하고 배려를 할 줄 안다. 지위나 명성, 그 사람의 재산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할 줄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에게 무조건 친절하지는 않다.  내가 잘 해 주었을 때 그런 부분을 만만하게 보고 이용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필요 이상의 친절을 절대 베풀지 않고 당당하게 거절도 할 줄 안다.

외국에서 살면서 스쳐 지나간  많은 한인들 중에도 그런 분이 계셨다. 그때는 나 보다 훨씬 더 나이가 많았던 어른이셔서 나와는 직접적인 큰 연관이 없으셨는데도  아직까지도 이 모든 내용들에 딱 맞았던 한 분이 요즘도 종종 생각이 난다. 그래서 그분처럼 나이 들고 싶고 그분처럼 넓은 그릇을 가진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럼 어떻게 하면 외유내강의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당당한 거절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이건 불합리한 요구라 생각될 때에 그 사람과의 관계를 망치는 것이 두려워 그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고 혼자 힘들어할 때가 있다. 모든 부당한 요구들을 거절 못 하고 다 받아들여주면 처음에는 고마워하지만 점점 그게 당연시되어지고 인간이기에 자기도 모르게 나를 만만하게 대할 수도 있게 된다.

더 오래가는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그때 정확하고 정중한 거절을 할 줄 아는 게 미래에 상대방과의 관계도 더 오래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야만 상대방도 내가 싫어하는 부분을 알고 존중할 수 있게 될 것이고 한 번 더 생각하고 나에게 부탁이나 요구를 하게 될 것이다.

 

-도움을 주고 싶어도 현명하게 하자.

남편은 20대 어린 나이에 레스토랑을 운영을 했었다. 주방장 아저씨들은 다 15~20년은 나이가 많으셨고 남편도 직원들에게 일을 시키는 것보다 본인이 말을 않고 일을 다 도맡아 하는 것이 편했던 성격이라 항상 레스토랑에서 보면 직원들은 한가한 것 같은데 남편만 항상 분주하게 일을 도맡아  했었다.

그중 도박을 즐기시는 주방장 아저씨 한 분이 계셨다.  몇 년 뒤에 보니 그 도박비 때문에 매주 가게에서 주급을 받으시면 그 절반의 돈은 사채업자에서 빌린 돈의 이자를 갚기에도 급급하셨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루는 남편에게 고민을 얘기하고 너무 힘들다는 말씀을 하셨다. 마음이 약해진 남편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도박비를 다 갚아 주었고 아저씨는 일을 하면 가족들의 생활비를 제외하고 주급에서 받는 반의 돈이나 그 이상의 돈을 열심히 갚기로 약속하면서 모든 것이 평화롭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처음 몇 달은 이자 제로로 돈을 그대로 갚아 준 남편에게 항상 고마워하고 열심히 일을 하셨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니 점점 가게일을 게을리하셨고 다시 도박도 조금씩 하시는 것 같았다. 아저씨가 가게에 나오지 않고 밤새 노시다가 낮잠을 자고 계시면 그때 만삭의 몸이었던 나는 그 아저씨 집에 직접 차를 몰고 가서 노크를 하고 깨워서 가게에 데려다주곤 했다.

그때 우리 둘은 뼈저리 느꼈다.

'호의도 현명하게 해야 하는구나.'

그때 우리가 직접 돈을 갚아주어서는 안 되었다. 가게는 그 사람의 직장이었고 그렇게 무이자로 돈을 쉽게 갚아주게 되면 어떤 안타까운 상황이 와도 우리는 그 아저씨에게 일을 그만두게 할 수도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호의에 익숙해지니 감사함도 없어졌다.  일을 해도 받는 돈이 반틈이니 자기가 벌여놓은 잘못 따위는 다 까먹고 그냥 지금 상황이 짜증 났을지도 모른다.

그럼 그때 가장 현명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사채업자보다 이자가 낮은 다른 쪽을 소개해 주는 방향으로 도움을 주었어야 했다.  그럼 그 아저씨는 마지막까지 우리와의 사이도 좋았을 것이고 열심히 일하며 더 감사했을지 모른다.


-너무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굽신거리는 행동을 하지 말자.

나에게 이윤을 챙기기 위한 영업사원도 아닌데 필요 이상으로 미안하다는 말이나 고맙다는 말을 너무 많이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은 많이 하면 처음에는 친절해 보이지만 너무 과하게 오래 듣고 있으면 더 진정성을 못 느끼게 되고 너무 사람이 가벼워 보일 수 있게 된다.

영국 사람들을 보면 sorry라는 말을 참 아낀다. 특히 직접적인 본인의 잘못이 아닌 경우에는 그 회사나 가게에 속해 있는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너무나도 아끼며 "that's not my fault"라고 하는 게 너무나도 책임감이 없어 보이고 짜증도 났다. 하지만 어느 날 한국에서 택시를 탔는데 길이 막히는 상황에서 자꾸만 "죄송합니다"를 말씀하시는 친절한 기사분을 만났을 때는 처음 한두 번은 감사했지만 자꾸만 말씀하시니 "괜찮아요. 길이 막히는 게 누구 잘못도 아닌데요 뭐.. "  하면서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이 가벼워 보이는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외유내강인 사람들이 모두에게 참 친절하다. 하지만 고마운 일이 있으면 정중하게 고맙다는 말을 진심을 담아 한 번만 하면 된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도 정말 내가 미안할 때 진심을 담아 한 번을 하면 된다. 상대방이 그 진심을 느꼈다면 번복하지 말자.


-다 괜찮다가 아닌 나의 의견을 확실히 말할 줄 알자.

레스토랑에 가서 메뉴를 고를 때 본인은 다 괜찮다고 아무거나 상관없다고 항상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난 그게 더 힘들다.

한 번은 한국에서 지인이랑 고깃집을 갔는데 거기엔 막창이랑 돼지고기 둘 다 파는 가게였다. 난 한국에서 먹는 음식은 뭐든 좋았고 정말 두 가지 다 한참을 안 먹었기에 뭐든 좋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난 둘 다 좋으니 둘 중 뭘 시킬까"라고 물었다.  친구는 몇 번이나  둘 다 좋다고 내가 먹고 싶은 걸 시키래서 사람이 많으면 두 가지 다 시키겠지만 두 명뿐이니 그냥 막창 3인분을 시켰다. 그런데 한참 먹으면서 "어제저녁에도 막창을 먹었는데..."라는 말을 살짝 한다. 아예 말을 말던지 굳이 듣고 나니 괜히 미안하고 불편한 맘이 들게 된다.  그 순간 난  "그럼 돼지고기를 시키지.. 난 정말 둘 다 괜찮았는데."라고 하니 자기도 정말 괜찮다는 말을 다시 한다. 그런데 딱 봐도 어제 먹었던 막창보다는 돼지고기를 시켰던 게 좋았을 표정과 말투가 나온다.


이렇듯 친절하고 착하다고 생각되는 배려는 고마움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불편함의 기분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때로는 본인의 의견과 원하는 부분들을 어느 정도 정확하게 말해 줄 때가 훨씬 도움이 된다.

자신의 의견이 없는 지나친 배려는 민폐가 될 수도 있다.



남에게 친절할 줄 알고 먼저 배려할 줄도 알면서 나의 신념과 가치를 바르게 가지고 있고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을 아끼고
날 존중할 줄 아는 사람,
외유내강의 멋진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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