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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Dec 06. 2023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새 학교에 전근해와 몇 년 만에 맡은 5학년은 너무 힘들었다. 몇몇 남학생들을 지도할 때면 교사에게 반항하고 소리 지르는 일은 다반사였고, 심지어 욕까지 했다. 한 학기를 겨우 버티다 2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학교를 쉬기로 했다. 

  생활 지도하던 나에게 한 학생이 개**라고 욕하며 책상과 의자를 뒤집어엎은 사건으로 교권 침해 신고를 하고 다음 날부터 휴가를 썼다. 그 사이 교권보호 위원회가 열리고, 또 다른 학생은 학교폭력으로 신고되면서 학급 분위기는 상당히 불안해졌다. 

3주 정도 지나서 새로운 담임 선생님이 결정되고 아이들은 안정을 찾아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내가 뭘 잘못한 걸까?'라는 자책감에 괴로웠다.


  그러다 얼마 전, 학교 상담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학교 폭력으로 신고당해 교육청에서 2시간 상담 조치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 학생도 나에게 반항하고 소리 지르며 날 참 힘들게 했었는데, 상담을 해보니 아이가 너무 달라졌다는 거였다. 상담실에서 너무 예의 바르고 차분하게 상담에 참여했다며, 나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보며 '품행 장애'가 아닐까 했던 의심이 싹 사라졌다고 했다.


  "변했다니 다행이에요. 앞으로도 잘 자라면 좋겠네요."라고 답변했다. 변했다는 걸 다행이라고 여긴 것도, 앞으로 잘 자라면 좋겠다는 것도 진심이다. 하지만, 의구심이 들었다. 생각의 꼬리는 계속 이어졌다.

  '사람이 그렇게 변할 수 있나? 정말 아이가 괜찮아졌다는 건가? 그럼 나에게 했던 행동들은 뭐지? 결국 또 내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었던 건가?' 

  이젠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일어날 힘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밀려오는 자책감이 나를 무너뜨렸다.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지긋지긋하면서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파고드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그때 문득, '선택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미 지나간 과거를 자책하면서 괴로워하기보다 이 일로 내가 좀 더 단단해진 것을 감사하자.

그 아이가 변했느냐 안 변했느냐 고민하기보다 내가 이만큼 변하고 성장한 것을 감사하자.

한없이 무례했던 그 아이의 비인간적인 행동을 비판하기보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행동하지 말아야겠다 배운 것을 감사하자.


  어떤 습관을 갖기로 선택하느냐, 어떤 생각을 하기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 되는지 결정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는 선택 속에 살아간다. 수많은 선택 속에 나의 생각도 포함된다. 나도 모르게 들어오는 생각들을 흘려보내느냐, 잡느냐는 내가 결정한다. 생각의 길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것도 나의 선택이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생각의 파도 속에 나를 버려두지 말고, 좀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안목과 판단력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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