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바라기 Feb 15. 2024

가족 여행에서 최고의 맛집은?

가족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맛집  찾기

  나는 MBTI에서 'J'다.

  'J' 성향을 가졌다는 건, 계획적인 사람이라는 말이다. 여행을 가도 미리 계획을 세워놓고 떠나는 사람이 있고, 무작정 떠나는 사람이 있다는데 난 늘 사전에 일정을 짜서 간다. 내가 같이 가는 가족 여행은 물론이고, 첫째와 둘째가 초등 저학년 때 아빠랑 셋이서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도 3박 4일 일정을 짜서 할인되는 온라인 티켓까지 모두 구매해 보냈다. 그렇게 여행을 다니다 보니 남편은 당연히 따라만 다녔다. 운전사와 사진사 역할은 톡톡히 하지만,  "다음은 어디로 가면 돼?",  "오늘은 뭐 해?"를 연달아 묻는 남편이 얄밉고 괘씸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쩌랴? 내 발등을 내가 찍은 것을...... "


  계속되는 질문 중에 나를 가장 곤욕스럽게 하는 것은 "뭐 먹어?"였다. 하루 세끼, 집에서 먹을 때야  아침엔 식빵 한 조각, 점심엔 떡볶이나 칼국수, 저녁엔 삼겹살 이런 식으로 아무거나 먹지만, 여행 오면 그 지역의 맛집을 찾았다. 우리가 여행하는 동선에 따라 가까운 맛집들을 찾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중심으로 평점과 후기를 살펴본다. 애들이 어렸을 때는 얼마 먹지 않기도 했지만 물어볼 필요가 없어서 내 맘대로 결정했다. 주로 어른들이 좋아하는 음식점으로 가 아이들이 잘 먹으면 다행, 혹시 잘 못 먹으면 기본 반찬들이랑 먹어도 괜찮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입맛에 안 맞는 식당에 가면  투덜거리고, 가기 전부터 자기가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 재보면서 안 가겠다고 우기기도 했다. 어떤 음식 먹고 싶냐 물으면, 짜장면, 돼지갈비같이 흔하디 흔한 메뉴를 늘어놓는 게 일쑤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몇 년 전에 경주 와서 돼지갈비 먹고, 강원도 가서 짜장면 먹었다.

  뭘 먹으면 어떠냐 싶은 마음으로 가긴 했지만 내심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아쉬움을 남기곤 했다.


  급기야 이번에 경주에서 2박 하고 부산으로 내려갔다가 갈등이 커졌다. 부산 가면 국제 시장에 가고 싶다고 해서  한참 헤맨 끝에 국제시장 먹거리 골목에 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분식류를 먹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신나서 갔다. 씨앗 호떡과 유부주머니, 떡볶이, 어묵을 먹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찾아간 포장마차 거리에서 둘째가 심통을 부리기 시작했다.

'더럽다.', '이상하다', '그냥 가자.'

중 2가 되면서 '나 중 2입니다.'를 온몸으로 외쳐대고 있다. 북한이 우리나라를 못 쳐들어 오는 이유는 중 2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에 같이 웃고 넘겼는데, 요즘 몸소 체험 중이다. '더럽다'와 '싫어.'를 남발하던 딸, 결국 길거리로 날아드는 비둘기를 보고 무섭다며 다시 숙소로 가자고, 이해할 수 발언들을 해대는데 마음이 부글부글 끓었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가 없어 어묵만 먹고 가자고 하면서 길 건너 '고래사어묵' 체인점으로 가 먹고 싶다던 어묵을 종류별로 먹었다. 자갈치 시장도 둘러보며 식사될 만한 걸 먹고 싶었지만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돌아가기로 했다.

  차 타고 숙소로 가던 길, 남편은 밥을 못 먹었다고 궁시렁 거리고. 난 부산 국제시장 별미라던 유부주머니와 비빔당면을 못 먹었다는 아쉬움에 젖어있다가 안 되겠다 싶어 "무조건 먹고 가자!!"를 외치며 급히 '유부주머니'로 카카오맵에서 검색했다. 뜨아~!! 제일 위에 뜬 곳은 '서울시 종로구'에 있었다. 종로가도 먹을 수 있는 걸 부득부득 우기며 먹으려고 하는 내가 답답하고 이 상황이 우스웠지만,  저녁 한 끼 해결하고 가자는 마음으로 깡통시장 안에 있는 분식집을 찾아갔다. 주 메뉴인 비빔당면, 떡볶이, 김밥, 유부 전골을 시켜 먹었다.


  여행 마지막 날 아침, 나는 고민 고민하다가 리조트에서 아침 조식 뷔페를 먹기로 했다. 우리 가족은 아침을 많이 먹지도 않는데 비싸게 느껴지는 조식뷔페를 거의 먹은 적이 없다. 아이들도 조식뷔페 같은 데는 당연히 안 가는 줄 안다. 아침은 간단히 때우듯이 먹고 마는데 조식 뷔페를 가자는 말에 아이들이 깜짝 놀라며 '진짜?'를 연발했다.

  우리가 머문 리조트 조식 뷔페가 다른 리조트보다 저렴한 데다가 리조트 근처에 아침식사 가능한 식당 음식값이 비싼 편이라 조금만 보태면 조식 뷔페를 먹을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아이들을 깨웠지만 아이들은 조식 먹으러 가자는 말 한마디에 벌떡벌떡 일어나 나갈 채비를 했다. 우리 가족은 식당에서 한  시간 넘게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가져다 먹으며 행복한 식사 시간을 가졌다. 남편은 묵은지김치찜에 밥 한 그릇 뚝딱하고, 아이들은 피자, 그릭 요거트, 시리얼, 빵을 여러 번 가져다 먹었다. 전 날 국제시장에서 비싸게 사 먹은 부산 어묵도 있었다. 남편은 "어제 어묵 먹으려고 그렇게 고생 안 했어도 됐는데......" 슬그머니 자신의 마음을 내비쳤다.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고 아쉬워하지 않는 식사 시간이었다. 마지막 날 조식 뷔페는 여행의 마지막을 행복한 기억으로 마무리해 주었다. 맛집이고 검색이고 다 필요 없다. 모든 걸 모아 둔 뷔페가 최선의 선택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로운 기억을 쌓아가는 여행의 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