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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선택의 기로에서 난 오늘도 갈팡질팡한다

by 해피써니쌤 Mar 11. 2025

6교시 미술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아이들은 자기 자리를 청소하면서 하교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쓰레기통 앞을 오가던 몇 몇 아이들이 웅성거렸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수용(가명)이 죽어라' 는 내용의 쪽지가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었다고 했다. 순간 깜짝 놀랐지만 표정을 숨기고 담담하게 말했다.


"가져 와 봐."

"제가 찢어서 버렸어요."


수용이가 대답했다. 바로 이르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기분 나쁜 걸 해결해보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어린 아이가 속상한 마음에 교사에게 바로 달려오는 게 일반적인데 아이가 속이 깊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모두 앉혀놓고 누가 썼는지 분위기 잡으며 물었다. 침묵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 눈치만 봤다. 이미 찢어서 버렸다는 말에 없어져 버린 일이 되었다고 생각하는걸까?


하교시간이 지나 버려 더 이상 아이들을 붙잡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집에 가기 전에 선생님한테 조용히 얘기하고 가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하면서 인사하고 보냈다.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오지 않았다.


괘씸한 마음이 가장 먼저 였고, 이것을 어떻게 해야할까가 두 번째였다. 이대로 넘어갈 수 없었다.


아이들이 모두 가버린 빈 교실에서 혼자 쓰레기통을 뒤졌다. 실물을 보면 뭔가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아이들이 버린 수많은 종이 조각들을 꺼내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찾았다. 앏은 펜으로 쓴 종이 조각을...... 좀 더 뒤적이니 나머지 조각도 나왔다.

두 조각으로 찢긴 종이 조각을 이어 붙여보니  

"수용이 죽어라 반장에서 물러나라" 이런 내용의 쪽지였다. 글씨체를 보니 남자 아이 같았다. 아이들 공책을 찍어둔 게 있어 하나하나 살폈다. 비슷한 글씨체를 금방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4-5명 정도로 좁혀지긴 했지만 쓴 사람을 찾긴 역부족이었다.

사실 찾는다 해도 심증만으로는 어려웠다.


한참을 고민했다.

내일 어떻게 해야할까?

이대로 넘어가선 안되는데, 어떻게 넘어가지 말아야 하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교실에 CCTV가 있다고 할까?CCTV로 확인했으니 솔직하게 얘기하라고 할까?아니야, 내가 학폭 담당이니 경찰관이 올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을까? 아이들의 감정에 호소해 볼까? 눈 감으라고 하고 용기 있는 자가 되라고 해볼까'

정답이 없는 상황, 이런 난감한 상황이 참 싫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을 해결해 나가는 게 교실에서 교사의 역할 중 하나다.


내일 이 상황을 잘 풀어나가기 위해 여전히 고민 중이다.

내일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고민할 것이다. 아이들을 보는 순간 어떤 결정이든 하겠지.

긴 세월 교직에 있었지만, 아직도 이런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헤매는 나를 발견한다. 여전히 덜 자란 나를 보며 생각한다.

아이들 입장에서 최선은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선택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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