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콩 Jan 04. 2024

서른인데요, 부모님이랑 같이 삽니다(4)





요리엔 영혼이 담긴다


"밥은 먹었니?", "언제 밥 한번 먹자", 밥을 좋아하는 우리네 한국의 인사말엔 늘 밥이 들어갑니다. 단순히 위장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음식에는 추억과 영혼이 담겨서가 아닐까 싶은데요. 특히나 누군가 나를 위해 만들어 준 음식이라면 더더욱 그 마음을 잊을 수가 없죠. 케첩이 듬뿍 올라간 볶음밥은 제겐 바로 그런 음식입니다.



미대에 가려고 입시미술을 하던 학생 시절, 어머니는 매일, 그것도 심지어 최대 두 끼 분량까지 도시락을 싸주셨어요. 미술학원에서는 밥을 먹을 시간이 정말 부족하거든요. 당시엔 밥시간이 고작 30분이었고, 그러니 도시락 말고는 라면 같은 인스턴트식품밖에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도시락 덕분에 밥을 굶지 않았지요. 하지만 맞벌이를 하고 계셨던 어머니는 요리할 여유가 별로 없으셨고, 볶음밥은 시간이 많이 들지 않으니 아마 간편해서 자주 메뉴로 낙점되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그렇게 질리도록 먹었던 볶음밥이 지금 와서는 추억의 음식이 되었어요. 입시미술을 해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수능 이후 막바지 기간이 가장 힘들거든요. 그때 학원 커리큘럼도 잘 안 맞고, 시험 전형도 달라져서 적응 못하고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림 그리다 울기도 하고... 친구도 없어서 혼자 밥을 먹곤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가 싸주신 도시락은 꼭 옆에 내 편이 있는 것 같아 배도 마음도 참 든든했던 기억이 남아 있네요.



이제는 반대로 제가 부모님 밥을 챙겨드리곤 해요. 학생 때 매일같이 받았던 도시락을 이젠 반대로 싸 드릴 수 있으니 뿌듯하더라고요. 물론 요즘 세상엔 도시락을 밖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지만, 직접 만들면 좀 서툴더라도 마음이 담길 것 같아서요. 제가 학생 때 느꼈던 것처럼요. 뭐든 마음껏 해드릴 수 있으니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부모님 외에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꼭 뭔갈 만들어 주곤 하는데, 음식 선물은 저의 러브 랭귀지♥️에요. 만약 제게 먹을 걸 받으셨다면 제 최고의 플러팅을 받으신 거랍니다.(맛은 보장할 수 없지만요. 하하)



혹시 저처럼 도시락 싸는 거 좋아하는 분 계신가요?






도시락 덕후의 다른 글 보러가기 ->


이전 08화 서른인데요, 부모님이랑 같이 삽니다(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