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의 가시가 아픈 법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래. "
이 말에 잠시 띵- 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멍을 때리며 빈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내게 B가 건넨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내게 말한 건 아니고, 내 동생 녀석에게 한 말이긴 하지만,
내게도 귀를 관통해 심장에 푹- 하고 들렸다.
"마음의 여유가 있는 쪽이 이해하는 거야."
.....
마음의 여유는 어디에서 오는가?
곳간에서 오는가?
손톱 밑의 가시가 아픈 법.
아무리 주변에 참혹하고 고통스러운 사건이 있더라도
당장은 내 손톱 밑의 가시가 지금은 제일 아프다.
누구도 인정해 주진 않을 수 있지만.
가시에 찔려 본 적이 있으신지?
나는 그렇게 심하게 가시에 찔려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굳이 기억을 더듬자면
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일 먼저 떠올라서 괴롭게 만든 건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렸을 때, 그리고 손톱이나 발톱에 조그만 티눈이 들어갔을 때였던 것 같다.
지금 다시 그 장면과 그 기분을 리와인드 하기만 해도 끔찍하다.
언젠가 짧은 머리카락에 괴로워한 기억이 있다.
사실 꽤 자주 이런 일이 발생하는데, 이런 일은 높은 빈도로 내가 머리,
아니 머리카락을 자르고 온 날 저녁이나 다음날에 발생한다.
특히 손톱과 손가락 끝이 만나는 지점,
살갗 깊이 파고들어 아무리 손톱 끝으로 잡아 빼보려 해도
뭉툭한 손톱 끝에 잡히지는 않고 헛손가락질만 하다 지쳐버렸던 것 같다.
두께로 따지자면 전성기 때 한참 쓰던 하이테크 0.3? 볼펜으로 점 하나 꼭 찍은 것 같은,
그런 두께의 머리카락을 뭉툭한 손톱 끝으로 뽑아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결국에 몇 번은 반짇고리에서 실을 꺼내 손에 피가 안 통할 때까지 칭칭 감아
압력에 의해 밀려 나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혹은 그게 그 정도까지 참을 수준은 아니고 뽑힐 일말의 희망이라도 보인다 치면
손톱깎이를 가져와서 마치 허준이 어의가 되어 세자에게 시침을 시술하듯 하는 집중력으로
살짝 살갗과 함께 뽑아내는 방법을 주로 이용했었던 거 같다.
티클만 한 가시가 그렇게 내 몸뚱어리 전체에 행사하는 폭력은 꽤나 어마어마하다.
찔리기 전에 내가 일상에서 준비하던 모든 것들을 내팽개치게 만들기... 까지는 아니더라도
집중하던 모든 것에서 내 집중력을 다 빼앗아 오롯이 내 손가락 끝, 티끌만 한 가시에 가둬버리니 말이다.
....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워지며
포용해 줄 " 겨를"이 생기지가 않더라..
당장 내가 아프고 힘들면 여유가 없어지는 건 당연한 거고
아무리 고상하고 멋지고 이상적이고 이타적이며
전 지구적 위대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당장 내 손가락 하나 티끌이 괴롭히면
동참하기 힘들고 공감하기 힘든 것이
사람의 마음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