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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블루 Oct 02. 2021

Take Five에 관한 5가지 기억

노래 좀 좋아하신다면 한번쯤 들어보시는 것도..

#Take 1.

생각보다 한산한 월요일 아침, 지하철에 사람이 별로 없다.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영향인가..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내리는데, 갑자기 서태지의 Take Five가 듣고 싶어 진다.

(글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유튜브 알고리즘 때문이 제목을 노출시켰기 때문이겠지?)

오랜만에 듣는 노래에 월요일 출근길 엘리베이터 탑승하는 기분이,

약간은 "금요일"스러워진다.


퇴근하면서 유튜브를 열어서 보니 내가 딱 듣다가 멈춘 부분이 자동으로 

나온다.

자연스레 듣다 1절에서 멈춘 노래를 다시 듣는데 역시 좋다. 

이놈의 유튜브 알고리즘. 역시 편리하다.



#Take 2. 

네이버에 뮤비나 관련 글을 찾아보려고 검색을 하는데 

숙어처럼 영어사전에 아예 뜻이 나와 있다.

take five

(5분 휴식 따위) 잠깐 쉬다, 막간 휴식을 취하다. (=rest briefly, take ten, take a brief respite.)

오, 네이버 사전에 쳤더니 이런 뜻이 있었군. 

서태지의 앨범에는 테이크원, 투, 쓰리, 포 , 파이브 이렇게 되어 있어서 

마치 무제'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은데..


오래전에 테이크 파이브 노래를 접하게 되고 좋아하게 돼서 

다른 곡도 비슷한 느낌이려나, 하고 들어 본 적이 있는데

너무 다른 분위기였던 것 같아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Take 3. 

테이크 파이브 뮤비에는 신세경이 나오는데, 

몇 년 전에 윤하가 서태지의 테이크 파이브 리메이크를 하면서 신세경 씨가 꽤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윤하의 뮤비 버전을 보면서 신세경 씨, 참 아름답다- 라는 생각과  외모 참 안 변한다.라는 생각. 

나도 신세경처럼 생겼으면..(?)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뭐 항간에 떠도는 말로는  가수는 노래 가사 따라간다고 하는 말도 있는데,  

어찌 보면 가수는 아닐지라도, 아역으로 뮤비에 출연한 덕에 

테이크 파이브의 한 소절처럼 변치 않는 모습을 가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망상을 한다.

그래도, 그녀 나름대로 세월을 계속 피하고만 있지는 않을 테니 남모를 고민이 있겠지?

힘들게 마사지를 받는다던지, LED마스크를 끼고 산다던지.. 뭐 등등..


뮤비에서 종이비행기를 통한 현재와 과거로의 연결을 만드는데 

무척 인상 깊었다고 해야 하나.. 그렇다.

뭐, 윤하의 버전도 꽤 괜찮지만, 

역시 , 원곡의 락킹하고 메탈릭 한 사운드가 더 좋지.

베이스와 일렉의 흐름이 무척이나 가슴 뛰게 한다고나 할까.



#Take 4.

테이크 파이브 노래를 처음부터 안 건 아니었다.

그때의 나는 노래 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지금도 지대한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다만 서도..)

게다가 이곡을 처음 접했던 건, 노래가 아니라 제목만이었다.


이 곡이 발매되었던 건, 98년도, 한참 스타크래프트가 열광하던 때였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스타크래프트의 확장판인 부르드워가 이쯤 나왔던 것 같은데,

그때 교실에서는 마린이랑 저글링이랑 싸우면 누가 이기냐,

배틀크루저는 어떻게 뽑는 거냐, 캐리어랑 싸우면 어떻게 되냐 등등,

PC방이 한창 붐을 이루고, 한 시간에 무려 2천 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친구들이 멀티플레이의 재미에 빠져서 한참 방과 후가 시끌시끌했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학교 앞 오락실의 독주체제가 끝이 나고,

점차 PC방파와 오락실파로 양분화되고 있던 그런 시절이었었지.


다시 테이크 파이브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곡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한 건 다름 아니라 영어 수업 때였다.

조별 모임을 해야 했고, 조를 자율적으로 구성한 다음

조 이름을 영어로 만들기에서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여러 가지 멋진 이름들이 난무했고,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On fire 등 

꽤 힙하고 그럴싸 한 조 이름이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생각해도 On fire는 중학교 영어 조별 그룹 이름 치고는 꽤 과분한 이름인 것 같다.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는 걸 보면.

나는 그때 당시 이사를 와서 아는 또래가 없어....라고 하기엔,

년도를 가만 보니 이사는 5학년 때 왔으니 시간이 좀 지난 후였구나, 


아무튼, 

친했던 단짝과도 헤어졌었고 

극도의 소극성으로 똘똘 뭉쳐있어서

조를 구하지 못한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잉여 인력이 되어 완성된 어딘가에 끼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내가 속했던 조 이름이 바로 테이크 파이브였었다.


그때의 기억이 선명한 것은, 


이미 조원이 5명이 구성되어 테이크 파이브에 대한

그럴싸한 의미 부여 등이 완성되었는데,

나 때문에 테이크 파이브가 안된다며

극구 거부하다 

결국 선생님이 강제로 조별 배치를 끝내고 나서야 나를 흘겨보며 

조 이름을 어쩔 수 없이 테이크 식스로 팀을 짰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한동안 그 조에서 미운털이 박혔었던 것 같다.

영어는 내게 그저 꼬부랑 말일뿐이었으니까 말이다.


이제 와서 또  생각해보면 ,  이 노래의 가사 처음 시작은 

"내겐 좋은 사람이 많다고 생각해"인데,


실제로 테이크 파이브 조에서는 

별로 좋은 사람대접은 못 받아서 첫 기억은 좋지 않군.

그래도,  노래는 참말로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다.

유튜브 댓글을 보니 인생을 바꾼 노래라는 간증이 많이 나온다.

뭐 난 그 정도는 아니고 메탈릭하고 락킹 한 기타의 흐름과 곡의 느낌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흐름이라 그랬던 것 같다.


#Take 5.

그때의 테이크 파이브 조 시절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마 인생 처음으로 종합학원을 잠깐 다녔었고,

영어 지문 1과 분량의 문장을 선생님이 외우라고 시켜서

학원에서 밤 한시까지 교과서를 외우고 학원 봉고차로 집까지 왔던 기억이 난다.

그 해 중간고사의 난이도가 무척 헬이었는데,

유일하게 나만 성적이 조금 올라 학교 선생님이 깜짝 놀라셨던 기억도 나고,

정작 어머니는 학원을 다녔는데 왜 성적이 조금밖에 안 오르는 거냐고

타박(?)하셨다가, 나중에 학교 선생님께서 다른 친구들은 다 평균이 10점 이상 떨어졌다고

상황 설명을 해주셔서 나중에는 내 체면도 살고, 엄니도 괜찮아하셨던 기억도 난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그때 퇴근... 아니지 음.. 하원길에 

어머니 아버지께서 처음으로 아들램이 밤늦게까지 공부했던 모습에 

정말 처음으로 배웅이란 걸 집 앞 마을버스 슈퍼 종점까지 오셨던 기억이 

꽤 인상적이고 따뜻했고, 행복했던 기억 속 조각으로 남아있었던 것 같아.


테이크 파이브를 떠올리다 스르륵 내 무의식 속에서 수면 위로 올라온 기억을 더듬으며 

미소를 짓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wC0te1kB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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