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윈블루 Oct 15. 2021

우리는 교차하는 두 줄의 직선처럼,

인연이라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는 교차하는 두 줄의 직선처럼 

한 지점에서 잠깐 만났다가 그대로 멀어진 것이다." 

 일인칭 단수, 돌베개 中,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읽다가 곰곰이 생각에 잠기곤, '인연'이라는 단어를 생각한다.

인연이라는 말은 단어가 참 식상한 말이다. 

음, 시간이 지나고 많은 사람들이 많이 사용, 오용하면서 그 본래 의미가 퇴색되어

클리셰가 되어버린 듯 아무 감흥이 없어져 버린 것 같다.

인연이라는 말 하면 떠오르는 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이선희 님의 인연이라는 노래다. 좋아하는 노래 중에 하나고,  

뮤직비디오가 처음 나왔을 때 보면서 울컥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여러 가지 인연들에 대해 옴니버스 방식으로 엮어서 그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또 하나는 전혀 다른 개인적인 느낌인데, 

중고차 판매하는 분이 자주 쓰던 단어였다.


예전에 중고차를 사기 위해 여기저기 정보를 알아보고 있을 때

인터넷 홈페이지를 본 후 믿음이 가서 전화 통화까지 한 적이 있다.

이렇게 인연을 맺게 되어 반갑습니다.라고 소개를 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고,

인연이 닿는 차' 이런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직접 점검하고 소중한 인연으로 차를 맺어주겠다고 하며

꽤 높은 중개 수수료를 요구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신뢰가 가긴 했지만,

말 그대로 나와 인연이 닿지 않아서 연결되진 않았었지만.  


인연이라는 단어를 사전을 찾아보면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가장 먼저 정의된 뜻은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라고 정의되어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한자도 보게 되었는데,  인연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사람인(人)에 잇닿을 연(聯) 혹은 연결할 연(連) 정도 일 줄 알았는데,  

인과 관계에 쓰는 인할 인(因)에 인연 연 (緣) 자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조금 더 유래를 찾아보니, 불교에서 파생한 단어로 다음과 같이 설명이 되어 있다.

불교 인(因)과 연(緣)을 아울러 이르는 말. 

인은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힘이고, 

연은 그를 돕는 외적이고 간접적인 힘이다.

오, 조금 더 사전을 찾아보니 꽤 깊은 불교의 철학 사상이 녹아들어 있는 것 같아

그만 이해하기로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소설 속 그 말을 곱씹어 생각하며 인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을 

당연하게 여겨선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세상에서 시작했던 처음이 각자 다르듯 

우리의 끝 지점도 각자 다른 지점에서 끝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쉽게 받아들이긴 어려운 명제라고 생각한다.

나의 삶의 시작 지점에서부터 끝 지점으로 향해 가는, 

연필로 꾹 눌러서 하얀 스케치북에 시작 지점을 잡고 선을 죽 그려가듯이

그려나가는 과정을 어떻게 그려나갈지는 

오롯이 나의 자유의지, 나에게 달려있지만,  


내 곁에 계신 부모님,  그리고 배우자,  내 친구, 내 아이 그리고 내 사람들 모두 

나와의 인연의 선이 어디까지 함께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저 나의 삶을 그려가는 선에서 현재 만나고 있는, 

그 이가

교차하는 한 지점에서 잠깐 만나는 직선 일지,  

포물선을 그리며 다시 돌아 만나는 곡선인지, 

아니면 지구가 태양을 천천히, 하지만 반복해서 빙글빙글 돌면서 

주위에 언제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스파이럴 곡선 일지는 모르지만,

내 인생의 곡선 속에서 마주치고 교차하는 그 이들에게 

긍정적이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음, 이 말 조차도 클리셰 같은 말이군.

음... 적어도 내 인생의 선과 교차할 때, 

임팩트'를 받을 수 있는 삶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