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늘은 또 얼마나 피를 말릴까.’
지옥이 따로 없었다. 매일 큰 아이와 씨름하며 꾸역꾸역 버텨내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내릴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메신저에 새로운 공지사항이 등록되었다.
<평생교육학습관에서 학부모교육 수강생을 모집합니다.>
‘평생교육학습관? 학부모교육? 이게 다 뭐지?’
자녀의 올바른 성장 및 학부모 역량강화를 위해 평생교육학습관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학부모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그래. 혹시 이거라면.’
큰 아이와의 지긋지긋한 싸움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뭐라도 하고 싶었다. 할 수 있었다.
아니, 해야만 했다.
회원가입을 한 후에 강의 주제와 일정을 살펴보았다.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자녀 마음 헤아리기’, ‘감정코칭’, ‘자녀와의 대화법’ 등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관한 주제가 많았다. 듣고 싶은 강좌는 거의 다 수강신청을 했다. 많을 때는 일주일에 세 번,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수업을 들었다. 아이 2학년 때, 주 4회 등교를 하게 되면서부터.
‘더 이상 나빠지지만 말자.’
등교, 등원 후 정신없던 아침의 흔적들을 대충 치우고 모니터 앞에 앉았다.
수업을 들으며 필기하고 마음에 새겼다. 나와 아이가 살기 위해서.
뭔가 큰 해답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다만 아이의 본격적인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에 돌이키고 싶었다.
“고생 많으세요. 잘하고 있으세요. 힘든 게 당연한 거예요. 정말 애쓰셨어요.”
친정 부모님께도 들어보지 못했는데 강사님들께 듣는다.
어린 시절 그토록 듣고 싶었던 그 말을.
“수고했어. 잘했어. 열심히 했으면 된 거야. 정말 최고야.”
아이도 기다렸을 텐데.
친정엄마로부터 받은 적이 없어 아이에게 주는 법도 몰랐다.
어렵지도 않은 이 말을 꺼내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강의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책, 블로그, 유튜브 등을 접하는 기회가 되었다. 관계 회복을 위해 여러 방법으로 공부했다.
중요한 점은 배운 것은 반드시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들은 내용을 전부 실행하지는 못하지만 한 가지라도. 그마저도 잘 될 때가 있고 안될 때도 있다. 하지만 시도하는 것에서부터 아주 작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한 엄마와 아이를 살리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만난 많은 강사님들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지금도 상황이 아주 좋아진 건 아니지만 바로 앞이 낭떠러지는 아니라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하지만 전처럼 아이와의 관계가 벗어나고 싶을 만큼 고통스럽지는 않다.
평생교육학습관을 통해 만난 진심 어린 강의와 따뜻한 다독임이 큰 힘이 되었기에.
속도는 더디더라도 조금씩 더 나아질 것이다.
더 늦기 전에 평생교육학습관을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이 아이와의 관계가 힘들면 학부모교육을 찾게 된다. 강의를 듣고 책을 읽고 공부하고 거듭 수업을 듣고 독서하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마음을 다치게 한 지난 시간들에 사과하기 위해서.
힘든 순간은 현명하게 넘길 수 있는 지혜를 가질 수 있도록.
무엇보다 어릴 적 ‘나’와 같은 상처를 아이에게는 주지 않으려고.
“더운데 힘들었지? 수고 많았어. 정말 최고야.”
학교에서 돌아오면 품에 안고 얘기해주어야겠다.
태권도에서 승급심사가 있는 오늘,
“잘할 수 있어. 항상 응원해. 엄마가 많이 사랑해.”라는 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