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상념 속에 파사이 역에 도착했다. 파사이 역 주변은 엄청 지저분하고 붐볐다. 역을 알려주는 표지판도 없어 물어 물어 겨우 역사를 찾아 들어갔다. 그리고 작은 창구에 대고 목적지를 이야기하고 표를 사고 싶다고 했는데 안에 앉은 여자가 줄 지어 서있는 관광버스 한 대를 가리키며 그냥 타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표도 사지 않는 나는 불안해서 재차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모두 계속 그 버스만 타면 된다고 한다.
그 버스의 상태를 말하자면 간단히 서울의 시내버스와 비교할 때 서울의 시내버스는 리무진 수준이다. 어디선가 패차 직전의 한국 자동차가 여전히 동남아 어딘가로 팔려나간다고 하던데 그 자동차들 중 하나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 유리창 앞 혹은 버스 외부 어디를 봐도 이 버스가 어디로 향하는지 쓰여 있지 않았다. 내가 계속 밍기적 거리고 있으니 겁이 없는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대니는 옆에서 왜 빨리 안타냐고 사람들이 타라고 하면 타면 되는 것 아니냐고 성화를 부렸다. 등 떠밀려 버스에 올랐는데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 있다. 대충 빈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찾았는데 그런 것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또 자리는 얼마나 비좁은지……. 이걸 타고 드디어 내가 동남아 어딘가로 팔려가는구나 싶어서 언니들과 소통하는 단체 카톡방에 열심히 사진을 찍어 올리며 3시간 뒤에 나한테 연락이 없으면 인터폴에 꼭 신고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언니들은 장난삼아 들었겠지만 내심 50%는 나의 진심이었다.)
버스가 출발하고 얼마 되지 않아 차장 같이 생긴 사람이 앞좌석에서 부터 승객들에게 일일이 목적지를 묻고 돈을 받고 있었다. 나도 목적지를 얘기하고 돈을 지불하니 손바닥만한 누런 직사각형 갱지에 외구멍 펀치로 구멍을 몇번 뚤고 그 종이를 나에게 주었다. 종이에는 암호 같은 숫자들이 빼곡했다. 아마 요금을 납부했다는 차표인 것 같았다. 신기한 것은 차장이 승객들의 목적지를 모두 기억한 건지 알아서 잘도 내려 준다. 또 중간 중간에 도로 옆에서 손을 흔드는 사람들을 다시 태우고 요금을 받고, 이렇게 계속 내렸다 탔다를 반복했다. 나는 호기심이 발동해서 차창 밖으로 정류장 표시가 있는지 열심히 살펴보았는데 도통 찾을 수 없었다. 이방인의 눈에 띄지 않는 현지인들만의 암묵적인 신호나 표시가 있나 보다 생각했다. 문제는 주말이라 길이 엄청 막히는데 수시로 가다 서다를 반복해 도대체 언제쯤 우리 목적지에 도착할 지 도통 감을 잡을 수없었다. 수시로 구글 지도를 확인하는데 목적지까지의거리는 좀체 줄지 않았다. 혹시 몰라 나는 중간 중간 버스 차장에게 바탕가스의 마따붕까이가 어디쯤 인지 물었고 그 때 마다 계속 지금은 내릴 때가 아니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렇게 약 2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차장이 우리를 보고 무작정 내리란다.(°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