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내 온라인 수업을 마치고 대니를 기다리는데 7시가 넘었는데도 오지 않는 것이다. 시간은 8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돈 조금 벌겠다고 이 사달이 났구나 싶어 순간 겁이 났다. 무슨 사고가 생긴 건 아닌가. 혹시 납치를 당했나.(필리핀에서 한국 사람은 돈이 많다는 인식에 간혹 납치를 당한다고 한다_유튜브 피셜) 전화를 걸고 핸드폰 위치 추적을 하며 혼자 난리 부르스를 쳤다. 남편에게는 뭐라고 얘기해야 하나. 그나저나 시댁에서 난리 날텐데 등등 아이의 안전보다 왜 내가 당할 수모가 먼저 떠오르는지 모를 일이다.
7시 30분이 되었는데 아이가 태연히 들어왔다. 내가 왜 전화를 안받냐? 어떻게 된거냐 물으니 6시30분인데 왜 그러냐면 퉁명스럽게 이야기 한다. 보니 내 노트북 시계는 한국 시간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필리핀보다 1시간 빨랐다. 나는 온라인 수업 시간표 때문에 노트북 시간을 한국 시간으로 설정해 놓았었다. 대니에게 혼자 그랩을 탔는데 괜찮았냐 물으니 별일 없었단다. 나는 네가 안와서 엄청 불안하고 초조했고 힘들었다 장황하게 설명하는데 듣는 대니 얼굴은 무념 무상이다. 엄마가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면 위로 차원에서라도 한마디 할 만도 한데 참.... 저 공감력 제로는 남편을 닮아 그런가 싶었다. 그러면서 나는 아이 피지컬을 계속 살폈다. 어른처럼 보이나, 아이처럼 보이나 한참 생각했다. 엄마 입장이라 그런지 아무리 살펴도 얼굴은 아이티가 역력했다. 그래서 앞으로 나갈 때는 꼭 모자를 쓰라고 했다. 필리핀 사람들은 워낙 키가 작고 왜소해서 덩치만 보면일반 성인 남자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낱 어떻게든 어른으로 보이길 바라는 얕은 수를 강구한 것이다.(돈을 포기하지 못하고.....)
대니에게 늦은 저녁을 차려줬다. 저녁을 먹고 대니가 갑자기 헬스할 때 장갑이 필요하다고 해서 베니스 몰에 장갑을 사러 갔다. 아무리 찾아도 대니가 원하는 장갑 파는 곳을 찾지 못해서 헬스장으로 가서 헬스용 장갑을 파는 곳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그러니 거기 있는 직원이 SM AUAR에 가면 전문 스포츠 매장이있는데 그곳에서 살 수 있단다. 혹시 몰라 가격이 얼마쯤 되냐고 물으니 장갑 세트 하나에 2,500페소란다. 한 달치 헬스장비용보다도 더 비싼 장갑가격은 살다 처음 봤다. 어이없는 나를 뒤로 하고 아이는 그 장갑이 필요하다고 계속 나를 졸랐다. 나는 너무 돈 쓰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는 아이에게 화가 나서 우리는 또 투덕 투덕했다. 결국 졸리비 버거 1개를 사주고 기분을 달래주었다. 그런데 아이가 헬스장 직원이 적어준 메모(헬스장 장갑 파는 곳)을 열심히 핸드폰에 등록하고 있었다. 이게 앞으로 내게 어떤 큰 재앙이 될 것인지는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어쨌든 숙소로 돌아와 우리는 넷플렉스를 보면서 잠들었다.요즘 넷플렉스에서 블랙리스트를 정주행 중이다. 겁나 재미있다. 한국에서는 너무 바쁜 일상으로넷플을 볼 여유가 없었다. 필리핀에 와서 영어 공부겸 시청하기 시작한 넷플은 이젠 필리핀에서 보내는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었다. 왠지 내가 넷플을 보려고 필리핀에 온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살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