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조직을 위한 다양한 점 찍기, Connect the dots
스티브 잡스는 "Stay Hungry, Stay Foolish"로 유명한 스탠퍼드 대학 졸업 연설에서 대학에서 순수한 호기심에 시작한 서체 공부가 10년 후 맥킨토시 디자인에 큰 영향을 주었던 경험을 전하며, "물론 그런 순간들이 연결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었습니다. 제가 대학에 있었을 때요.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모든 것이 명확하게 보입니다. 다시 말해서, 여러분은 미래를 내다보며 현재의 점들을 연결시킬 수는 없습니다. 다만 현재와 과거의 사건만을 연관시켜 볼 수 있을 뿐이죠. 그러므로 여러분들은 현재의 점들이 어떻게든 미래와 연결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Connect the dots)"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의 2가지 비밀, Up vs Down 글에서 인간이 정보를 처리하는 두 가지 방식을 말씀드렸는데요. 상향은 정보 자체에 집중하여 세부적인 특성을 파악하는 방식이며, 하향은 과거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단번에 해석하는 방식입니다. 지각한다는 건 에너지 소모가 많은 고차원 작업으로 모든 정보를 상향식으로 처리할 경우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에 뇌는 하향 중심으로 상향 방식을 적절히 조합하여 정보를 처리합니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일할 때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1. '효율성' 위한 하향 중심 일하기가 기본!
우리는 일할 때 기본적으로 그동안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나만의 일하는 방식'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데요. 뇌 관점에서 보면 이건 매우 효율적인 프로세스인 거예요. 경험, 노하우, 업무지식 같은 게 모두 포함됩니다. 일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일이 계속 몰려든다면 빠르게 판단해서 해결하고 다음 일로 넘어가야 하는데 이때 '효율성' 중심의 하향 처리는 매우 유용하게 작동하는 거죠. 그런데 이 방식만 고수하면 어떻게 될까요?
2-1. 하향 방식만 고수한다면, 그 결과는 Automatic Thought
"대리님, 혜택 정보 화면에 왜 이런 데이터가 나오는지 알려달라는데요?"라는 물음에 '아 101번째 같은 유형이군, A화면 보고 B 테이블 데이터 보고 C화면의 이력을 보면 되니까 슥슥슥~' 내가 하는 일에 익숙해지면 순식간에 의견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생각으로 에너지 소모하지 않도록 생각을 최소화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거죠. 이런 방식이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인지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오류의 한 유형이 자동적 사고(automatic thought) 인데요, '어떤 일을 접할 때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의미하며 이것이 부정적인 결과만 나오다면 심리적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고 말합니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이런 말 하는 사람을 자주 만날 수 있는데요. "아 그거? 내가 해봐서 아는데 안 돼", " 아 그거? 이런 점이 문제일 거야"와 같은. 자동적 사고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인사이트를 얻거나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섣불리 판단하거나 자신만의 경험에서 답을 다 내려버린다면 잘못된 원인 파악으로 문제를 더 키울 수도 있게 되죠.
2-2. 하향 방식만 고수한다면, 그 결과는 Change Blindenss
자기 관심 영역이 아닌 상황이나 사물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을 뇌과학에서는 변화맹(change blineess)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농구 선수끼리 패스를 몇 번 주고받는지 테스트하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 유명한데요.
일할 때도 내가 보려는 것만 보려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에 주변 정보가 달라지고, 기술 흐름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주저하게 되죠. '오래 해서 지겹긴 한데 익숙하고 편해'라고 말하는 동료를 우리는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2-3. 하향 방식만 고수한다면, 그 결과는 답정너
함께 일하기 가장 힘든 유형 중 하나가 '자유롭게 의견을 말해봐. 어차피 내 말이 맞을 테지만'의 태도를 고수하는 사람인데요.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조율해서 새로운 답을 찾아내는 방식이 아니라 어차피 내 생각이 접답이니 내 말대로 하면 돼 라는 태도를 가진 리더와 함께 일한다면, 그 리더의 생각에 맞춰서만 돌아갈 뿐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의견을 내고 의사결정하기 어려워집니다.
3. 그래서 상향식 새로운 자극과 경험이 필요해요
익숙함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하고 해보지 않았던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직접 시도해 보는게 베스트겠지만 책을 읽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간접 경험만으로도 유사한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생각의 틀' = '경험의 범위'의 관점에서 보면 다양한 점을 찍어간다는 건 결국 나와 생각의 확장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다양한 점을 찍고 있는 동료와 함께 한다는 건 조직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이는 중요 한한데요. 인지적 다양성은 복잡한 문제 해결 과정에서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혁신은 20%가량 향상하고 리스크는 30%가량 줄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 그리고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은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사고 범위를 크게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나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우리 같이 점 한번 찍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