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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Sep 07. 2021

더 흐려지기 전에 여기 있는 책을 다 읽어야지



하늘을 올려다보니 파란 하늘가에 흰 꽃이 피었다 기분 좋은 하늘이다.

책을 읽다가 책 속의 내용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생각 하나가 파고든다. 도저히 책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잘못된 생각에 혼란스럽다. 문득 누군가가 올 것 같은. 어쩌다 한 번씩 생각나는 영상.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져 거울을 들여다본다. 머리도 만져보고 얼굴과 옷매무새도 고쳐본다.

얼레에 묶인 줄 알면서도 행여 휘청거려 보는 연처럼 먼 기억의 몸짓을. 


졸고 있던 바람이 까르르 비웃는다.

“에구. 이게 뭐람”

얼른 부엌으로 달려가 차가운 물 한잔을 벌컥 마시고 현실을 담아보니 쓴웃음만 나온다.



     기억


그대 홀로 길을 걸을 때

나 꽃으로 

걸음걸음 피어나다가

푸드득 산새 날갯짓에

풀꽃 향기로 날다가

노을 밟고 서 있는

그대 곁에

홀씨로 남아

기억 저편에서 

흩날린들     




그 어디쯤에선가 서성이던 발길, 바람에게 맘 들키고 싶지 않아 애써 태연한 척한다.

뭐 어쩌려는 거 아니고. 살구빛 노을을 밟고 보니 저편의 기억들이 말을 걸어온다.

그리움이 때때로 찾아오는 삶. 


“내 마음은 20대야~.”

나이든 사람들이 마음으론 외치고 있고 입으로 중얼거리는 이 말은 늙어가는 자신이 상처받지 않으려고 심란해하는 마음을 다독이는 처방전일 수도 있다. 아무리 예쁜 젊은 날을 보냈어도 세월이 흐르면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대상으로 밀려나지만 가끔은 떠오르는 기억 속에 들어가 방해받지 않고 놀아보기도 한다.

책속에는 수많은 길이 있고 삶이 있고 눈물도 있어 선택을 하는 것은 내 의지여야 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선택에 대한 책임도 있으니까. 언제든 떠나도 좋을 삶이 내게도 있는지. 언제고 심장이 말을 걸어왔을 때 덜컥 두렵기도 하겠지만 잠시나마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갖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는 이유가 되어야지. 

죽음을 재촉 하는 비가 내려도 당당히 맞자. 꽃이 피고 지는 것도 이유가 있듯이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은 신의 영역이기에 더 큰 뜻이 있다고 본다. 살면서 마음은 바래지고 시간은 훌훌 날아가고 기억하고 있는 풀꽃들의 흔들림마저 저편에서 가슴에 아려오는 저녁이다.


내안에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을 꺼내어 안부를 묻기에는 이미 어둑해진 하늘 아래 서서 그때에 내가 이렇게 용기를 냈더라면 하는 아쉬움마저 남는다. 내 마음을 사랑해 주지 못해서 상처받지 않으려고 자신을 갉아먹는 자아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기만 했던 지난 날들. 머리를 이리저리 굴러 봐도 이젠 아무 소용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 맘이 닫혀 있는 상태로 길을 찾아서일까?

책에 있는 내용들은 많은 생각과 행동을 하게 한다. 그러기에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는 너무나 중요하다. 우리 집 책꽂이에도 눈길 손길을 기다리는 책들이 많다. 

“눈이 노화로 더 흐려지기 전에 여기 있는 책을 다 읽으리라.” 

다짐한다.

저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는 겨울을 의식하고 걷는 삶은 뼛속까지 으스스 추워지겠지. 

그동안 아끼지 않고 마음과 함께 걸어와 준 육체는 여기저기 고장이 나려고 삐걱거리지만 한가닥 소망을 담아 '그래도 마음은 청춘이야' 로 심장을 다독여본다.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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