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열기로 인해 돈은 번 사람들은 누굴까? 재테크에 열중했던 당신일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재테크로 돈을 제일 많이 번 사람은 바로 은행이다. 은행은 조그만 위험도 감수하지 않은 채 당신의 투자에 올라타 수익이 오르면 그만큼의 수익을 얻어갔으며, 설사 당신의 투자가 실패해도 웃으며 칼같이 수수료를 떼어갔다.
자본주의( EBS, 가나출판사)
위 문장을 읽을 때 지나간 일이 하나 떠올랐다. "우리도 주택연금에 가입할까?"라고 내가 남편에게 말한 적이 있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죽을 때까지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고 주택 가격에서 남는 것이 있으면 돌려준다고 하니까. 노후준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노인들에게는 환상적인 노후대책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주택연금공사에 전화를 해서 상담 예약을 했다. 남편과 나는 상담을 받고 생각한 끝에 가입하지 않기로 했다. 주택연금을 상담하면서 보니 주택연금은 연금이 아니라 주택을 담보로 한 평생대출이었다. 상담사가 한 설명을 대충 정리하면 이렇다.
내가 30년을 더 살아야 지금의 집 가격만큼 받을 수 있다. 이 집값은 감정사가 감정한 가격이다. 내가 70살이니까 운이 좋아 100세까지 즉 30년을 더 살아 있으면 집값만큼 받을 수 있다. 은행이 내게 집 값을 다 주어도 은행은 절대 손해보지 않는 구조였다.
주택연금에 가입한 사람이 얼마 안 돼서 죽으면 주택을 팔아서 대출금과 보증료와 이자를 제하고도 남는 금액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은행은 받을 것 다 받아갈 수 있다. 좀 오래되어 죽으면 은행이 받아갈 금액이 모자랄 것이다. 가령 70세의 가입자가 30년을 더 살았다고 할 때 이자는 집 가격의 두 배가 된다. 집 가격이 10억 원이면 이자가 20억 원이 된다는 말이다.
이 많은 이자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길래 은행은 절대 손해보지 않을까? 이는 너무나 간단명료하다. 주택연금 가입자에게 받아간다. 보증료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가입할 때 보증료를 좀 많이 떼간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보증료라고 하면서 떼간다고 하는데 이는 언제 얼마를 떼 가는지는 설명해 주지 않았다.
보증료도 대출금에 포함되는데 다달이 받는 연금 아닌 대출금과 함께 매월 복리로 계산한다. 매월 복리에 복리에 복리를 더해 가니, 주택 가격이 10억이면 30년 후엔 이자가 20억이나 되는 것이다. 주택연금에 가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으면 주택을 팔아 은행이 가져가고 남으면 후손에게 돌려준다고 한다. 그런데 보증료에다 대출금의 이자를 매월 복리로 계산해서 가져가는데 남는 돈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나는 주택연금이 노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은행을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택연금은 은행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해주는 구조니까, 벼룩 간을 빼먹는다는 속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주택연금은 노후대책을 못한 노인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간을 빼먹기 위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택연금이란 말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택연금은 연금이 아니라 평생주택담보대출이니까. 사람들이 대출이란 말에는 거부감을 갖기 때문에 연금이라고 바꿔 불렀을 것이다. 주택연금이라고 할 때보다 평생주택담보대출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가입하는 사람이 적을 것이다. 이런 용어 하나도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니, 집을 뺏기는 것 같은 상실감이 들었다. 남편도 나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주택연금에 대한 설명을 하는 유튜브를 시청하면서 가졌던, 노후대책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 주택연금에 가입하지 않기로 하고 나서 남편은 괜히 쓸데없는 말을 꺼내 시간 낭비했다고 내게 투덜거렸다.
나는 그냥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면서 살면 되지. 놀고먹으면 뭐 하나? 아프기만 하지.라는 평소의 내 모토대로 살기로 했다. 자본주의(EBS, 가나출판사)를 읽으면서 내가 주택연금이 노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은행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틀리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금융자본주의에서 살아가려면 금융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마음에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