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합니다

17 퇴사합니다

by 크리스티나

서점에서 카운터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면 저를 사장으로 오해하시고 말을 건네오시는 분들이 종종 있었어요.


혹시, 이 서점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지는 않나요? 라고.


서점에서 일하는 것에 약간의 로망을 가지신 분들이 있어요. 저도 그중 한 사람이었구요. 책방은 어쩐지 여유로운 공기가 흐르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저도 책에 둘러싸여 일한다는 것에 혹해서 서점이라는 세계에 뛰어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2년 그리고 2개월을 끝으로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이번달 말까지 일하게 됩니다. 열정을 쏟아부었던 그간의 시간들을 제 인생의 아름다웠던 한 시절로 기억하려 합니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미지를 향해 다시, 한발 내딛게 되는군요. 솔직히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앞을 보고 걸어가보겠습니다.


흔히 백세 시대라고 표현합니다. 그 말에 따르면 저는 아마 절반 좀 넘게 온 것 같습니다. 이만큼 살고보니 인생이 계획한 대로 흐르지는 않는다는 사실 하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지난한 이 인생의 수확이라면 수확이라 할 수 있겠지요.


한적한 동네의 작은 서점 주인으로 살고 싶다는 소망이 지극히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사실 한 가지는 뼈저리게 깨우쳤습니다. 책이라는 상품이 어떻게 유통되는지를 실제로 경험해보니 서점을 열고 싶다는 생각은 멀리멀리 달아나더군요. 한때의 꿈으로 간직하는 편이 좋겠다 싶어요.


퇴사하면 휴식을 좀 가지려 합니다. 20대에 알게 되어 지금까지 변함없이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이 최근 출간되었어요. 문학책만 취급하는 책방에 주문해 놓았구요. 시를 한 편씩 암송하거나 필사하며 쉬는 날들을 보내려 생각하고 있어요. 산 아래 저수지에 겨울새가 찾아왔는지도 궁금하구요. 저수지에 올라가지 않은지도 오래 되었거든요. 그저 마음과 몸을 탁! 내려놓고 힘을 빼보는 연습을 하고 싶어요.


이 글을 마지막으로 서점인의 일상 연재를 마칩니다. 큰 사건도 없이 지루하기도 한 이야기들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매사 지나치게 진지한 것이 저의 단점인데 앞으로는 함께 미소지을 수 있는 이야기로 돌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쓰기도, 인생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었으면! 희망합니다.


추위가 서둘러 찾아온 것 같아요. 자고 일어나는 아침에는 겨울 날씨를 체감할거라 하더군요. 긴 겨울 모두 포근하게 보내실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수고한 자신에게, 그리고 오늘도 애쓰는 여러분들께 마음으로 한 송이 꽃이라도 건네고 싶은 마음입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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