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인생을 살고 계시나요

이상혁, 네 번째 이야기

by 이상혁

"한국에서나 잘해라."

"뉴스 안 봤어? 멕시코가 얼마나 위험한 나라인데 거길 가?"

"가서 말이나 제대로 할 수는 있어? 이제 막 배우기 시작했잖아."



처음 멕시코로 취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무언갈 시작하기에 앞서 하고자 하는 목표를 주변에 알리는 것부터 도전의 시작이라 생각해서일까. 대뜸 멕시코에 취업을 하겠다는 소신 발언은 지인들의 입에 오르기 충분한 화젯거리였다.


무언가 결정하는 순간이 올 때면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고 타인의 의견, 눈치를 꽤나 보곤 했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하고 싶은 게 생겼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며 주변 사람에게 조언을 가장한 동의를 구하곤 했다. 멕시코라는 선택을 극구 만류하는 주변 사람의 시선이 가장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야 보면 해외여행 한 번 안 가본 놈이 지구 반대편 멕시코에 취업을 하러 간다니, 내가 봐도 참 걱정되는 놈이긴 했다.


그 시절 뭐가 그렇게 어려워 결정을 망설였을까 돌아보면 자라온 환경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해외여행 한 번 안 가본 나와 부모님을 포함한 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단짝 친구들. 대학 시절마저 학과 생활을 즐기지 않으며 동네 친구와 10년을 넘게 어울리다 보니 서로 내다보는 시야와 생각이 꽤나 비슷했던 것도, 대뜸 멕시코를 간다는 나에 대한 걱정도 지금에 와서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비슷한 상황에 한 가지 예를 들어보려 한다. 신발이 모두 가지런히 정리된 공간에 삐뚤어진 신발 하나를 본 우리는 삐뚠 신발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남들이 모두 가지런히 정리했으니 그렇게 해야 한다며 그게 기준이고 정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방에 가보니 모든 신발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에 하나의 신발만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상황에서는 반대로 정리를 잘 한 신발이 기준에서 벗어난 것이다.


A의 성향을 가진 B의 성향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사람은 본인과 맞지 않는 사회에 억지로 자신을 끼워 맞추며 살아간다. 약간만 다른 의견을 제시해도 쉽게 이상한 사람이 되곤 하지만 조금만 벗어나도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채 맞지 않는 퍼즐 조각을 억지로 맞추며 살아간다.


이렇게 성장하는 시기엔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지가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 돌아본 인생이 타인의 의견으로만 가득하다면 그건 어떤 인생일까. 주변의 조언과 충고는 충분히 듣되 결정은 본인의 몫으로, 비록 후회하고 넘어질지언정 본인의 의견으로 가득 찬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인생에 하나의 기준이나 정답 따위는 없으며 내가 택한 길을 옳은 길이라 믿고 살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후회하며 인생을 살아가던 때와는 다르게 삶의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되었으며, 돈만 좇던 인생에 새로운 목표도 생기니, 반복되는 일상이 권태롭다는 생각도 자연스레 사라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