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혁, 다섯 번째 이야기
지겹다. 아, 그러니까 말 그대로 지겨운데 겪을 때마다 또 새로운 느낌이 드는 데다가, 이제는 꽤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닥치고 나면 한동안은 멍한 시간이 많아지고 또 골골대면서 앓아누워야 하는 그런 거 있잖아. 요즘 드는 생각은 그게 꼭 연인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사람 관계에서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내가 새로운 사람을 알고 다르게 살아온 인생 얘기 듣는 걸 참 좋아하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을 사귀면서 많은 에너지를 투자하는 게 오히려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야. 아마 만남의 횟수만큼이나 이별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깨달았단 말이기도 하겠지.
웃긴 건 이제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게 싫증 났다고 말하면서도 시간이 지나 보면 그걸 또 반복하고 있다는 거지. 인생은 혼자라는 결심은 항상 얼마 못 가서 다시 누군가에게 에너지를 쏟고 있더라고. 다행히 매사에 최선을 다하자는 신념은 사람 관계에서도 통하더라. 대상이 누구든 간에 시작과 끝 사이에 최선을 다하면 적어도 미련은 남지 않을 거라 믿고 싶거든. 물론 한창 에너지를 쏟던 관계에서 다시금 작별을 하고 나면 또다시 인생은 혼자라는 결심을 할지도 모르겠어. 그러면서도 기억력이 꽤나 바보스러운 나는 또 다른 누군가와 안녕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와서는 지겹지만 늘 새롭고, 무디지만 아픈 관계들이 차라리 익숙한 아픔이길 바라는 마음뿐이야. 우리의 처음 시작이 그러했듯, 마지막 끝인사도 그러하길 바라는 마음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