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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찐만두 Jul 31. 2024

나는 그렇게 91년생 이혼녀가 되었다.

#11. 친정돈으로 부리는 사치와 자처한 독박육아

내 목숨 걸고 나만 뒤지게 고생한 출산을 마무리하고

2박 3일간의 입원을 하게 되었다.

분명, 연예인들의 홍보로 선택한 곳이었는데

입원실 이불은 왜 이리 더러우며 변기물도 안 내려가고

총체적 난국의 입원시작이었다.

딸을 수술대에 올리고 결재도 해준 친정엄마는

상대방이 자꾸

"방이 더러워서 못 자겠다"라고 하자 안절부절못하며

밖에 나가서는 초밥도 사 오며 최대한

기분을 풀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나 보다.


설상가상으로 옵션으로 추가한 마사지는

건물이 바뀌었다는 안내와 함께

11월 눈바람이 치는 날 옆건물로 가라고 하였고

2박이라는 시간 동안 최대한 회복을 하기 위해

배가 너무 아파서

상대방에게 같이 좀 가달라고 했는데

상대방은 친구들이랑 밥 먹기로 하였다고 하였고

그날 준비도 없이 나는 슬리퍼하나 신고

다른 산모들은 남편들의 부축으로 도착한 마사지샵에

나는 혼자 덩그러니 앉아서 마사지를 받았다.


그 짧은 와중에 또

신생아실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났는지

아이 얼굴에 크나큰 흉터가 남아있었고

그걸 상대방은 그냥 또!!

"괜찮아"라고 하며 그냥 퇴원수속을 해버린 후,

또 친정엄마가 결제해 준

최상의 조리원에 도착하였다.


너무 친절하신 분들과 깔끔한 실내와

맛있는 밥들은

산모인 내가 아닌 본인의 휴가같이 느껴졌는지

영화 보러 가자 뭐 먹으러 가자 등

머리 한번 감겨주고는 이래저래 요구사항과

친구들 만나러 나가고 술 먹고 오고

나를 위한 조리원 시간이라고는

차라리 상대방이 친구들을 만나러 가서

내가 보고 싶은 채널을 보는 순간이라고 해야 하나?


정말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보면

"본인도 좋아서 한 결혼 이제 와서 피코하나요?"

라고 할 만큼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돌아온 관사는 이제 정말 고립이라는 공간으로

나와 아이만 남게 되었다.


그 와중에 아이는 어찌나 안 먹고 안 자고

얼마나 힘들고 예민한 아이 었는지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마음과

그래도 엄마인 내가 키우자는 결정으로 아이를

키웠지만 너무 힘들다는 말도 사치일만큼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나름 육아를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이것 좀 해줘라고 하면 그것만 할 뿐,

밥 한 끼 차려준 적이 없음은 고사하고

화장실청소도 물론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도 꼭 골라본다면

새벽에 아이 분유먹이는 정도를 도운 건 인정하지만

힘든 육아를 이긴다고 매일 맥주를 마시다 보니

당연히 인간이란 피로가 쌓이는 게

당연지사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즉, 본인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지

새벽 3시 정도까지 울기만 하는 아이에게 소리 질렀다.


"아빠 잠못자서 일하다가 죽으면 좋겠어?"라고


뻥 같지만 정말이었다.

그리고 그냥 나는 내 관절을 포기했다.

아이 갖기 1년 전쯤 3중 추돌사고 후

(내가 맨 앞차량이었고 뒤차들의 잘못으로 추돌사고)

출산으로 반쯤 미쳐버린 관절들을 아프다고 하는 건

사치인 것 같았고.

신생아 아프지 않게 하루종일 청소하고 닦고 쓸고

삶고 하면서 (그 당시 초미세먼지가 시작됨)

그냥 안 먹고 안 자고 밥만 차리고 치우고 청소하고

3개월은 밖에 안 나가는 게 좋다고 어디서 주워 들어서

그렇게 독박육아를 자처하였다.


그리고 아이가 4개월이 되었을 때

나는 그 공간을 뜨는 상대방의 전출을 명 받았고

상대방은 2주 정도 먼저 전출지에 가있었는데

따로 있는 순간에 다가왔던 결혼기념일 당일,

오예스 먹으며 육아 중인 나는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뭐 해? 애기가 너무 안 잔다"

"나 동기들이랑 고기 먹고 있는대? 왜?"


후에 상대방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 이야기를 하면

미안하다고 했는데 꼭 또 이야기해? 라면서

본인의 잘못은 없었고

새벽에 분유 몇 번 준걸로 육아 다했다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으스대는 모습에 역겨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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