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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91년생 이혼녀가 되었다.

#30. 나는 한걸음 성장했는데 너는 나를 어떤 엄마로 기억하려나

by 여름찐만두

사실, 차라리 '혼자'가 되었다면

시간의 간섭 없이 내가 책임질 뭔가가 없이

수없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인생과는 다른 인생을 준비하고

무너질 시간도 그럴 여유 따위

아니, 다시 해보면 되지 라는 나의 위안 따위는

인생최대의 사치처럼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살다 못해 정말 소개팅 한번 없이

치열하게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졸업과 동시의 취업

그리고 혼자 돈 쓰는 거 아니라는 나의 스스로 책임감에

방문미술수업을 하다가

3중 교통사고까지 났지만 뭐 그날도 생각해 보면 밥하고

그냥 일상이었고 후에

출산 후 영원한 고통이 되었지만

그렇게 나 열심히 왜 살았지 싶었고

동시에 생각나는 건

다쳤어도 치료 잘 받으면서 여자는 끝까지 직업이 있어야 한다던

그 당시엔 진짜

너무너무 서글픈 마음이 친정엄마에게 향해져서

듣기 싫은 말로 들렸던 잔소리들이

이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하였다.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것이 맞을까

아님 아이를 위해 맞지 않아도 참는 걸까

나는 존재하려나


나의 어릴 적 외벌이 었던 집안의

엄마는 나에게 늘 최선을 다해주셨다.

유치원생인 내가 아프면 데리러 와주고

뽀송한옷으로 갈아입혀주고 따뜻한 배숙을 만들어서

한입한입 먹여주고 잠들면 잔잔히 느껴지던

이마 수건을 갈아주던 그 느낌과 그날의 침구들까지

유치원하원하는 날이면

엄마 손잡고 시내에 가고 바나나빵하나 사 먹고 들어오면서

같이 조물조물 간식 만들어 먹고 나가서 놀고 오면

선명하게 남아있는 손에서 나는 쇠냄새까지


30이 넘은 나도 아직 이렇게 선명한데,

난 아이에게 어떤 기억의 어떤 향기로 어떤 색깔의 엄마가 되려나


이런 모든 순간에도

나는 후회 속에 갇힌 어른이지만

아이만 걱정하는

나는 그렇게 나름 성장하였다.

'엄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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