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어찌 되건 시간은 흐르고 나는 흘러가는 일상 속 이혼녀란
사건은 종결되었고 나는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날들이었다.
다만
바쁨의 중간중간의 어떠한 틈이라도 생긴다면
후회라는 감정이 둑을 뚫는 물처럼 쏟아지는데
그 순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날들은 있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후회도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내가 한 후회는
어른이라고 생각한 나의 모든 선택이
옳은 적도 잘된 적도 없었다는 점
그게 꼬리를 물고 물다 보면 결국 나 자신의 자책과
그냥 내가 이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는 게
역겨워지곤 하였다.
그렇지만 또 단단해지려고 하다 보니
이렇게 가족이라는 소중함을 내팽개친 채
잘 먹고 잘사는구나 하는 어이없음과
너보다는 내가 더 열심히 하루하루를 좀 살아야겠다는 느낌도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감정이었다.
나는 이혼녀라는 꼬리표가 생겼고
초반에는 불안했다.
그 누가 알아차리면 어쩌지
나는 공인이 아닌데 그냥 손가락질
혹은 커핏집에서 수다주제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한편으로
TV에 나와서 이혼사유를 밝히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사람들이 멋있고
또 대단하기도 하면서
그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었지만
아직 아이의 성년 전 양육비 문제는 계속 진행이겠지만
난, 그냥 나이고 싶었던 매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