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어릴 때 동네 놀이터를 누비며 놀다가 심심하면 꼭 단골 문구점에 데려갔다. 문구점 냄새는 제본소와 살짝 비슷하다. 사무용품의 건조하지만 거슬리지 않는 냄새와 새 물건의 비닐 포장지 냄새를 맡으며 들어가면, 알록달록 예쁜 펜과 귀여운 지우개, 수첩과 스티커에 시선이 빼앗겨 한참을 눈을 뗄 수 없었다. 과장 조금 섞어서 집에 문구가 수백 개 있다는 엄마의 잔소리에, 유행하는 무언가를 살 순 없었다. 이것저것 조심히 보면서 언니가 들고 오는 장난감을 구경했다.
내가 제일 좋아한 건 스티커였다. 다 갖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딱 하나만 골라 계산해서 나오면 쓰기가 너무 아까웠다. 한 곳에 모아두고 종종 꺼내 매끈한 표면을 어루만지면서 스티커 한 판을 하나도 쓰지 않고 수집만 하는 사람으로 자랐다.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때는 그렇진 않았다. 등교할 때 시간 여유가 있는 날이면 학교 옆 럭키 문방구에 들러 500원 짜리 스티커를 한참 보다가 사서, 포장 비닐과 뒷대지를 버렸다. 그리고 학교에 도착해서는 포토 앨범에 스티커를 전부 옮겨 붙였다. 스티커북을 챙겨다니며 매일 책처럼 넘겨 보았다. 그 땐 올록볼록한 입체 스티커를 좋아해서 폭신한 표면을 꾹 눌러보기도 하며 붙였다 떼었다를 반복했다.
내 친구들은 다들 가방에 스티커북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었다. 쉬는 시간마다 서로 바꾸어 보다가 마음에 드는 걸 교환했다. 사람마다 남에게 양보할 수 없는 스티커가 있는 법이고, 그건 남의 눈에도 똑같이 좋아 보인다. 그럴 땐 양으로 밀어붙이면 된다. ‘이거 주라. 내 거 다섯 개 줄게.’
여담으로 다 커서야 알게 된 건데, 정작 언니는 완구 쪽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언니가 펜이나 노트를 집어든 장면을 본 적이 없다.나만 스티커 부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