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예찬

by 피연

사람마다 사치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내게 카페, 특히 카공은 살짝 사치의 영역에 들어간다. 도서관이라는 대체제가 있고, 가격이 많이 올라 고정비용으로 쓰기엔 부담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잔잔바리로 사치를 많이 부리고 있다. 자주 카페를 가다 보면 아메리카노만 마신다고 해도 한 달이 쌓이면 꽤 큰 금액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매달 아끼지 못했다는 무언의 죄책감을 느끼지만, 이제 나에게 카페는 끊을 수 없는 무언가가 되었기에 차라리 고정비용으로 빼두는 게 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카페는 일단 예쁘다. 그리고 내 취향에 맞는 공간을 선택할 수 있다. 인테리어 디테일이나 가구를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넓고 밝고 깔끔한 곳을 좋아하기에 그런 곳을 몇 군데 발굴해 두고 돌아가면서 즐기는 편이다.


아늑한 곳도 좋아하고 집의 크기는 작아도 상관없긴 하지만 이건 카페가 상업시설이라는 점과 관련 있다. 너무 좁으면 내가 차지한 자리가 불안정해진다. 언제 손님이 몰릴지 모르고, 내가 차지한 자리 하나로 인해 이 가게가 장사가 안 되면 괜히 미안하기 때문이다. 그리 오래 머무는 편이 아님에도, 눈치 주지 않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카페라도 스스로 불편하게 느껴서 갈 거면 넓은 곳을 가게 되었다. 아마 20살에 자영업을 경험했던 영향이 클 것이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과 취향에 맞는 걸로 무려 공간을 선택한다는 게 제일 큰 매력 같다.


카페는 언제든 사람이 살기 쾌적한 곳이다. 여름엔 시원하고(시원을 넘어 추운 경우가 더 많은 점이 살짝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겨울엔 따뜻하다. 배고프거나 목마르면 뭔가를 더 주문하면 된다.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너무 눈에 띄는 것만 아니라면 뭐든 해도 상관없다. 친구와 수다를 떨어도, 과제를 가져와서 해치워도, 그림이나 글쓰기 같은 취미 활동 모두. 심지어 커피를 팔기 때문에 카페인을 마시고 정신을 차리는 것까지 가능하다.


음악이라는 분위기와 사람들의 시선, 대화 소리가 있다. 이건 도서관이 해주지 못하는 역할이다. 잔잔하면서 음질 좋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은 생각 없이 쉬기 좋다. 공부를 해도 유독 잘되는 이유는, 나처럼 너무 조용한 곳은 숨이 막히고 적당한 소음이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나 혼자라는 생각에 있지도 않은 여유를 부리느라 집중도가 떨어진다. 반면 카페에서 공부를 하려고 하면,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을 걸 알면서도 남들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딴짓을 하기에 제동이 걸린다.


다양한 음료를 맛보고 선택할 수 있다. 내게 맞는 커피는 아메리카노인지, 라떼인지. 원두는 산미나 고소한 맛, 디카페인이 좋은지. 티 종류나 달달한 음료는 어느 브랜드의 무슨 메뉴가 맛있는지. 이런 것들은 또 다른 취향이 된다. 소나무처럼 한결같이 한 메뉴를 좋아하면 그건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는 지점이 되기도 한다.


쉬는 날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하나 주문해 두고 읽고 싶은 책을 펼쳐 읽을 때면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걸 굳이 사치로 분류하는 게 더 손해가 아닌지. 연장된 학생 시절을 보내느라 카페에 갈 기회가 많아서 일시적으로 이럴 뿐, 경험에 의하면 일을 할 땐 카페에 가고 싶어도 못 간다. 낮에만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고 단 걸 안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은 퇴근하고 카페에 가는 게 애매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학원에서 일하면 10시에 퇴근하니 연 곳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니 갈 수 있을 때 도장 깨기 하듯 다양한 곳을 가보자며 애써 포장해 본다. 이 글조차 카페에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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