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본가에 왔더니 내 것이 아닌 물건들과, 그래서 어찌할 수 없는 것들과 앵무새 3마리, 저번 대청소 때 정리하지 못한 많은 것들이 무질서하게 있었다. 예전보단 훨씬 낫지만, 뭐랄까 정신이 사나웠다. 전엔 이런 무질서를 어떻게 견딘 거지? 본가에 살 때 싸움이 잦았던 이유도 어쩌면 이 무질서 때문이 아닐까. 아, 정말이지. 가족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유난히 시끄럽게 울어댄 귀여운 앵무새 녀석들과 주변 환경 때문에 무언가를 집중할 수가 없어서 짐을 둘러메고 자취방으로 왔다.
항상 뭔가를 허락받아왔다. 허락을 구하고 결정을 위임하면서도 뭐가 잘못되었는지 몰랐다. 어린이, 청소년기까지는 그게 안전한 길이었겠지만 성인이 되고는 아니었다. 아주 사소한 결정들도 다 말하면 한쪽 방향으로 정해주고 나는 대체로 그것들을 따랐다. 그러니까 원래 예정된 대로 내일이나 모레쯤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떠나는 것에 대해 허락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당연하다. 문득 내가 결정하면 되는데 왜 그랬을까, 하며 아무 연락 없이 일단 버스에 몸을 실었다.
자취방에 와서 씻고 침대에 누워 쉬니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깨끗하진 않아도 물건들의 정해진 자리가 있고, 필요한 것들이 다 있는 나만의 소중한 공간이 너무나 좋다.
아마 본가가 정리가 잘 되어 있었더라도 이랬을 것이다. 가족들이 다 그래서 떠밀리듯 가지게 된 생각과 습관이 하고 싶은 걸 선택하길 주저하게 한 적이 많았다.
그러니 내가 수학과를 다니든 포기하든,
워킹홀리데이를 가든 말든,
누구를 만나고 사귀든,
다 내 결정이고 내 책임이다. 그래야만 하고 난 이걸 꼭 기억해야 한다.
5월이 지나간다.
참 아픈 달이었지만 결국 끝났다.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는 6월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