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리 선택이란 어려운가

by 피연

내 습관 중 가장 고치고 싶은 게 있다. 그건 바로 답답하게 계속 고민하는 것..

심지어 결론을 내려놓고도 항상 계속 생각하는 게 버릇이다. 이럴 때 선택 기준이 내게 명확하게 없는 것은, 지난 많은 날들을 남들의 결정에 기대어 살아왔기 때문이겠지.


주로 돈이냐, 배움이냐의 기로에 많이 섰다. 은근히 배움 쪽의 손을 많이 들어줬던 것 같다. 그런 선택이 이어지니 이제 돈이 자유를 조금씩 뺏어가기 시작해서 숨이 조금 가빠졌을 뿐.


또 습관처럼 먼 미래를 재고 있다. 아마 오늘 잠을 많이 못 자서 더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얼마나 완벽한 선택을 하려고 이렇게 오래 붙들고 고민하나. 아이러니한 점은 그렇게 고민이 길어질수록 시간이 흐르며 타이밍이 변해버린다는 것. 마음이 끌리는 일을 선택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일이다.


수학이 아니라 영어를 가르치는 게 맞나 하는 질문을 두고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에, 행동으로 옮기는 것만 남았다. 그 과정에서 TESOL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는데 문제는 재학생 할인을 받아도 250은 넘는다. 이 과정을 방학 때 거치면 나에게 매우 도움이 되며 많은 것을 얻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이제 마지막의 마지막을 향해 최소한의 알바만 유지하며 달려가는 입장에서 굉장히 빠듯해지는 선택이라 선뜻 고르지 못하는 것이다.


안 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독학으로 영어 다시 감 살릴 수도 있고, 꼭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보고 싶다. 겨울에 들으면 되긴 하다. 이런 식으로 미루다가 결국 못 듣게 되려나? 이번에 질러버릴까? 아니, 정말 필요하면 내가 어떻게든 기회를 마련하겠지 싶어서. 일단은 후퇴하기로 하는데 왜 이리 마음이 아쉬운지 모르겠다.


직장인의 특권은 선택의 자유가 생기는 것이다. 처음으로 내 딴에는 꽤 큰돈을 모았을 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유의 맛을 보았다. 단위가 커지니 더 큰 결정도 할 수 있게 되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나이를 먹으면서 많은 일들이 변하지만 그중 제일 큰 건, 변수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져야 할 책임이 많아지고,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진다. 삶은 점점 예측하기 힘들어지고 할 일은 점점 많아진다.


그래서, 어른들이 20대 초반을 즐기고 뭐든지 해보라고 했었구나. 그 시절을 너무 걱정으로 보내버린 게 안타깝다. 하긴 지금도 이러고 있는데 그 때라고 뭐가 달랐을까 싶긴 하다....


방향이 흔들리는 건 이렇게나 괴롭다. 주어진 일부터 차근차근 처리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너무 멀리 보다가 발을 헛디디지 말고 지금 당장, 여기에 집중하는 걸 연습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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