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번째 강의
일반적 갈등
일반적 갈등의 경우, 가장 흔하게 이루어지는 형태의 갈등을 뜻한다. 이는 인간 사회 뿐만 아니라, 타인 혹은 타자의 존재만으로도 발생하게 되는 갈등이기에, 자연의 불가피한 섭리라고 볼 수도 있다. 인류사의 경우, 일반적 갈등은 대게 자원의 희소성으로 부터 발현하게 된다. 음식이나 영토, 천연자원과도 같은 물질적 자원에 더불어, 공동체나 짝, 명예와 부 같은 비물질적 자원으로부터도 발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인간사에 있어 더욱 발현이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겠다. 갈등의 상황에서의 대처 또한 주목할만한 점인데, 대부분의 경우 폭력이나 유혈사태에 이르기 전에 갈등 해소의 해결 제도를 활용, 혹은 만드는 방식으로 해결해 왔다. 해결 제도의 예시로는 제3자에 의한 중재나 공간 분리, 원인 제공자/가해자에게 가해지는 제재나 비판 등이 있다. 보다 흔히 알려지지 않은 예시로는 아동/유아의 사회화가 있는데, 이는 이러한 갈등을 해소함과 동시에 예방하고자 하는 측면에 더 깊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면 이렇한 해결 방안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정당하게 해결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 사회적/물리적으로 강한 쪽이 유리하게끔 이루어지는 비대칭적 해결이 많으며,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갈등은 계속 지속되거나 새로운 갈등이 파생되어 발현하게 된다.
수렵채집 사회의 갈등과 폭력
초기 인류인 수렵채집 인구의 경우, 그들의 폭력 수준과 영역성은 사회성을 띄는 다른 종의 동물들과 유사한 형태를 띄었다고 관찰된다. 통계적으로 한 집단 내에서 약 2% 가량은 동종 폭력으로 사망하는 사례를 보였다고 한다. 초기 형태의 전쟁 또한 이러한 수렵채집 사회의 집단으로부터 탄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데, 상당히 단순화된 정의를 내리자면 “사상자가 발생한 집단간의 충돌” 로 정의할 수 있는 형태이다. 일반적 갈등의 분석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초기 형태의 전쟁 역시 자원의 확보로 인한 전쟁이 대부분이었다. 대부분의 전쟁은 남성들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보통 천연자원이나 여성을 두고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었다. 전쟁의 형태 또한 현대에 비해 조금 다른 양상을 띄었는데, 주로 집단간의 소규모 매복을 통한 공격의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근/현대와 같이 수십명 이상이 참여하여 싸우는 대규모 전투는 매우 드물었다.
농경 및 산업 사회의 갈등과 폭력
인류의 발전에 따라 사회나 집단의 양상이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갈등의 형태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제일 큰 변화는 앞선 사회에 비해 증가한 사망률인데, 이는 사회 구조의 탄생과 변화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본인의 땅과 재산이 있는 농민들은 더이상 갈등을 피하기 위해 도망치거나 항복할 수 없게 되었고, 권력의 개념이 생기며 권력자들이 평민이나 병사를 본인의 이익을 위해 전쟁으로 몰아넣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구조에 있어 정치적 단위나 그 규모가 증가할수록 집단 내부에서의 폭력을 감소하였지만, 반대로 집단 간의 폭력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러한 사황에서 전쟁을 가속화 시킨 대표적인 요소들로는 무기의 혁신과 전파에 더불어, 사용 의지가 있는 사람들의 손에 들어간 전쟁의 기술이었다. 근 1만년간 가장 중요한 인류의 군사적 혁신을 꼽자면 대표적인 예로 기마술, 냉병기, 화약 등이 있는데, 이러한 기술의 발명에 따라 전쟁에서의 희생자의 수와 집단의 규모 또한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쟁과 대규모 국가의 탄생
앞서 나온 설명과 같이, 전쟁과 인간 집단의 규모는 항상 밀접하게 연관되어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때, 대규모 국가의 탄생의 원인 또한 전쟁과 전쟁기술의 발전으로 볼 수 있는데, 바로 두가지 요소(국가의 크기, 전쟁 기술)가 서로 상호의존적이라는 것이다. 알다시피, 전쟁의 승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술, 즉 무기의 질과 양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들이 군대의 규모나 병참, 지리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한쪽이 발전함에 따라 다른 한쪽도 자연스레 따라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 국가간의 경쟁에서 결국 한가지 요소라도 부족한 쪽이 패배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국가나 집단의 구조 또한 그에 맞추어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더 많은 병사, 더 견고한 무기, 더 안정적인 병참을 위해서는 결국 집단의 크기 또한 커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시간을 거듭하며, 대규모 국가와 더 나아가선 제국의 개념으로 발현하게 된다. 전쟁의 승리에 있어 다소 과대평가된 요소도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지도자나 우두머리의 능력/자질이다. 지도자와 같은 핵심 인물이 전쟁에서 결정적인 경우를 차지한 경우도 꽤 많으나, 다른 요소들의 영향이 더 컷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애초에 전쟁의 역사는 승자의 입장해서 전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다소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지도자의 역량이라는 한가지 요소가 아니라, 상대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한 다른 핵심 요소가 분명 겹쳐있을 것이라는 분석 또한 나오고 있다.
희생자와 가해자의 분포
역사적으로 보았을때, 전쟁이나 분쟁 상황에서의 가해자/희생자의 분포는 매우 한쪽으로 치우져진 양상을 보인다. 과거의 인류 역사의 경우,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살상은 극소수의 남성에 의해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근현대에 진입하게 되며 양상이 조금씩 바뀐 추세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요소의 핵심에는 역시나 무기의 발전을 찾아볼 수 있다. 과거와 달리 무기의 기술이 발전하며, 무력이나 신체적인 요소보다는 전략적인 요소가 더 커졌다는 점이다. 핵무기나 미사일과 같은 장거리 무기의 발전으로 인하여 여성 또한 전쟁에서의 살상 능력이 동일하게 올라간 것이다.
마이클 만(사회학자)의 전쟁론
저명한 사회학자인 마이클 만은 사회학과 연관지어 인간의 전쟁에 대한 특별한 시각을 제시하였다. 애초에 사회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조금씩 전쟁이라는 주제와 멀어지기 시작했으며, 현대의 사회학에서는 전쟁과 같은 주제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고 볼 수 있기도 하다. 이에 만 교수는 역사 기록에 남아있는 유라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에서의 전쟁 기록을 기반으로 전쟁의 원인과 발현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이론을 내놓는다. 만이 탐구하고자 했던 것은 전쟁이 품는 아이러니에서 지작되었다. 전쟁은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막대한 손실을 남기며, 승패와 무관하게 참여한 양쪽 다 몰락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입증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도대체 어떻게 전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인가?
만은 전쟁이라는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과, 그에 관련된 개인에 초점을 맞추어 시작한다. 대부분의 전쟁은 한명의 지도자와, 그의 측근에 자리한 극소수의 지배층에 이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고대 그리스를 제외하고, 심지어 현대사회에서도 이러한 방식은 변화하지 않았다. 탐욕(토지나 노예), 명예, 정복감과 같은 것들이 전쟁을 부추기는 요소가 되는데, 승리할 경우 고위층들에게는 이러한 전리품과 명예가 주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전쟁의 피해와 부담은 오롯이 평민과 패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전쟁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극소수는 결국 승리라는 조건 하에, 전쟁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불어, 지도자의 경우 승리할 시 본인의 정당성과 지지율 또한 올라가기에, 전쟁은 그저 권력과 명예를 위한 게임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물론 전쟁에서 패배하거나 장기전으로 지속될 경우 그 반대의 사태가 나타나지만, 그것 또한 지도자의 입장에서는 그저 전쟁이라는 도박의 일부일 뿐인 것이다.
여기서 다른 핵심적인 의문점이 등장하는데, 결국 손해밖에 볼 일이 없는 서민이나 병사들은 왜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여하게 되냐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사회적인 요소들이 크게 작용하게 된다. 99%의 병사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 젊은 남성인데, 세대나 사회와 무관하게 이러한 젊은 남성이 집단은 이념과 상호작용, 기만에 매우 민감한 심리를 보인다는 것이다. 일부는 탐욕과 명예때문에 참여하기도 하는 반면, 소속 공동체가 주는 사회적 압력이 더욱 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전쟁에서 평화를 지지하는 남성은 겁쟁이로 비난받았던 점도 주목할만 한 요소이다. 결국 이러한 사회적 압력은 자기 기만의 형태로 바뀌게 되고, 병사가 된 젊은 남성들을 스스로를 “정의의 사도”처럼 생각하게 되는데, 동시에 적군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는 점을 간과하게 된다. 징집의 경우, 분석은 조금 다르게 흘러가는데,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처벌”이다. 징집에 응하지 않거나 탈영할 경우, 매우 심하게 처벌된다. 따라서 개인은 그 부름에 응하지 않기 위하여 도피라는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촘촘한 사회에서 매우 힘들기도 할 뿐더러, 징집에 응하는 것만큼 힘들기도 하다고 판단되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하여 거두게 된 승리는 상무적/남성적인 가치를 홍보하는 군대의 문화와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고, 지도자의 권위를 높이며, 결과적으로 젊은 남성들로 하여금 스스로 이러한 가치를 쫒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후 이렇게 모여진 집단은 서로를 위협하게 되고, 이는 갈등을 해결하는 협상으로 이루어지거나, 통제되지 않을 시 전쟁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전쟁은 기본적으로 내집단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외집단에 의한 공감이나 이해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는 전쟁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거나 더 극단적으로 번지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전쟁이 지속될 시 세금, 부상자와 사상자의 증가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에서 지도자들이 국가적 손실을 우려해 전쟁을 중단한 사례가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한 요소이다. 오히려, 상황과 반대로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분석으로도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한 질문들이 아직 존재한다. 바로 전쟁이라는 특정한 개념이 아니라, 이러한 갈등의 형태가 어떻게 형성되고 발현되어 폭력적인 사태로 변화하는지, 또한 갈등 이후의 증오가 어떻게 지속되는지에 관한 것들이다. 만 교수는 이에 대해 7가지 단계로 나뉘어진 “집단 갈등 이론”을 제시한다.
집단 갈등 이론
대부분의 갈등은 서로 겹칠 수 있는 단계적 궤적을 따라 발현되는데, 이는 아래와 같이 7가지의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단계: 외부에 의해 부과된 제약
생물학적 관점에서 봤을때, 제약이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제약은 곧 자원에 대한 접근성의 감소를 의미하며, 이는 곧 기대수명의 감소와 존속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것이다. 인간의 경우, 제약이라는 개념은 단순한 생물학적인 관점을 넘어서 명예나 권력과 같은 비물질적인 요소로 포함되기에, 제약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개념의 폭이 훨씬 넓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어떠한 방식으로든 부과되는 제약은 폭력적인 대립과 갈등의 가능성을 눈에 띄게 높이게 된다. 그러나 제약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폭력적인 갈등을 빚게 되는 경우 또한 드물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이유 또한 생물학적 요소에서 비롯된다. 폭력이나 무력이 사용될 경우, 한 집단이 상대보다 월등히 강력하거나, 외부 동맹의 도움을 받지 않는 한, 양쪽 모두에게 그 대가는 매우 크다. 이러한 점은 개체나 개인의 생존에 있어서 넘겨짚기 힘든 요소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간과 동물은 제약을 받더라도 폭력이나 무력을 이용한 해결을 가급적 피하는 것이다
2단계: 논쟁의 여지
논쟁의 여지란, 내집단 또는 권력자에 의하여 제약에 대한 프레이밍 효과가 이루어진 것을 뜻한다. 내집단의 일부 구성원 또한 권력자가 제약을 본인들만의 관점으로 해석하게 됨으로써, 논쟁의 여지가 발현하게 된다는 것이다. 단순한 제약이었던 해당 요소는 그 논쟁의 중점으로 변하여, 더이상 단순한 문제가 아닌 외집단의 직접적인 위협이나 내집단의 사상이나 이익에 직접적으로 반하는 문제의 씨앗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식으로 형성된 논쟁이 제약을 올바르게 반영하여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회적인 현상의 부산물처럼 형성되거나 일부의 상상력에 기반한 완전한 허구인 경우도 결코 드물지 않다. 이러한 단계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제약들이나 문제점들은 한동안 눈에 띄지 않고, 즉각적인 논쟁 형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3단계: 집단 혹은 권력층의 급진화
집단 내에서 이러한 논쟁에 따른 의견 차이가 이루어질 때, 그 다음 행동은 대부분 두가지의 방향으로 이루어지는데, 그것이 갈등의 해결이거나 극단적인 양극화이다. 사회적 조사에 따르면, 서로 반대되는 의견끼리의 교류가 부족할수록 사회적 양극화의 현상은 더욱 쉽게 이루어지고 가속화된다. 이러한 분열 사이에서 집단 내의 협력을 불러 일으키는 공유된 의도성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급진화한 집단 혹은 권력층들은 본인들만의 네크워크나 수소문을 통해 추종자를 모집하려 하고, 국가나 정부의 경우 흔히 강제 징집이라는 방법을 사용해 추종자들을 늘린다. 이러한 과정에서, 개인에게 선택권이 있을 경우, 폭력/무력 집단으로의 의도된 선택이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선택에서 벗어나길 택한다. 이러한 단체가 결성이 되면, 집회나 이념 공유, 상호작용 의식과 같은 행동을 통해 집단 내 개인간의 결속이 강화되고, 반대되는 외집단의 인식을 급진화된 방향으로 프레이밍하며, 결국 외집단을 해치고자 하는 공유된 의도성이 탄생하게 된다.
4단계: 집단 무력 행동을 촉발하는 지도자의 행동이나 자극, 그리고 시작되는 악순환
4단계에서는 선동 및/또는 지도자의 명령이 집단 행동을 촉발한다. 여기서 선동이란 상대방의 도발, 잘못된 관리, 잔혹 행위, 혹은 상대방의 일시적 약점을 의미하며, 때로는 내집단 스스로가 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선동의 직접적인 결과로 개인들은 각성하고 분노하게 되며, 이때 분비된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은 한동안 지속된다.
그러나 선동이 곧바로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여부는 4단계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에 크게 달려 있다. 이미 급진화된 하위 집단은 선동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급진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집단은 같은 선동에도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또한 공유된 의도성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설령 선동이 있더라도 함께 행동할 공통의 목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선동의 효과는 5R 패키지가 갖추어진 집단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나지만, 패키지가 불완전하더라도 선동만으로 집단 행동이 촉발될 수 있다.
집단 행동의 이징 모델에 따르면, 공공재란 상대방에 대한 승리 또는 방어를 의미한다. 선동이 가해지면 조건부 협력자들은 물리적으로 가까운 집단 구성원들의 행동을 보고 이에 반응한다. 집단 구성원들은 승리, 효과적인 방어, 탐욕, 명예, 지배와 같은 공공재를 가치 있게 여기며, 반드시 합리적으로 기대 이익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또한 구성원들은 자신과 연결된 네트워크 이웃의 행동을 어느 정도 따르게 되며, 무작위적 요소로 인해 일부는 이탈 대신 협력을 선택하기도 한다. 선동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개인이 이탈에서 협력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 이러한 역학은 집단이 5R 패키지를 갖추었는지와 무관하게 작동하며, 여기에 친사회적 규범의 내면화나 지도자의 명령이 더해질 경우 집단 행동은 더욱 강화된다.
한편, 선동에 반응하는 임계 기준치는 집단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더 급진화되어 있고, 사기가 높으며, 폭력에 긍정적인 태도를 지니고, 우수한 무기를 보유한 데다 지도자가 주도권을 쥔 하위 집단일수록 이 임계치가 낮아 작은 선동에도 쉽게 행동으로 옮긴다. 네트워크 효과의 측면에서는 집단의 규모가 가장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역설적으로, 가장 작은 하위 집단이 선동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가장 큰 하위 집단은 오히려 선동에 가장 둔감하다. 이는 소규모 집단일수록 내부 결속과 상호 감시가 강해 집단 행동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5단계: 시공간에 걸친 폭력적 집단 행동
먼저 시간적 전개의 관점에서 폭발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은 영구적 이탈자의 비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건부 협력자, 즉 주변의 행동에 따라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협력을 거부하는 영구적 이탈자가 지나치게 많으면 집단적 협력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임계 비율은 전체의 3분의 1로, 이탈자 비율이 이 수준을 넘어서지 않을 때 비로소 폭발적 집단 행동이 가능해진다. 반대로 이탈자가 3분의 1을 초과하면 집단 행동은 임계점을 넘지 못하고 소멸하게 된다.
폭력이 일단 시작되더라도 그것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류, 물리적 장애물, 상대방의 저항 등 다양한 요인이 폭력의 흐름을 끊어놓으며, 매번 중단된 후 다시 재개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사건 간격은 폭력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는 자연스러운 단절로 작용한다.
시간적 전개를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는 균형 이론이 중요한 설명 틀을 제공한다. 균형 이론에서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동의할 때는 +1, 갈등할 때는 -1의 값으로 표현하는 부호 그래프로 나타낸다. 이 이론의 핵심 원리는 두 가지다. 친구의 친구는 친구라는 긍정적 이행성의 원리, 그리고 친구의 적은 적이라는 부정적 연결의 원리가 그것이다. 세 사람으로 이루어진 삼자 관계가 이 두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불균형 상태, 예컨대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이 서로 싸우거나 세 사람 모두가 적대 관계에 놓이는 경우, 관계는 두 원리 중 하나에 맞게 재편되려는 압력을 받게 된다. 이처럼 네트워크 전체에는 균형을 향해 나아가려는 경향이 내재해 있다.
여기에 사회적 분류가 결합되면 그 효과는 더욱 강화된다. 논쟁이 심화될수록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입장에 순응하도록 하는 사회적 압력을 강하게 받게 되고, 이는 집단 내 결속을 높이는 동시에 집단 간 갈등을 더욱 격화시킨다. 결국 개인들은 점점 더 균형 잡힌 삼자 모델, 즉 아군과 적군이 명확히 구분된 구도로 수렴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갈등의 구조는 한층 단단하고 고착화된 형태를 띠게 된다.
6단계: 갈등의 종결
폭력적 갈등은 본질적으로 자기강화적인 성격을 띤다. 싸움은 선동을 증가시키고, 그 선동은 다시 싸움을 촉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에, 일단 시작된 갈등은 외부의 개입 없이 스스로 멈추기가 매우 어렵다. 전투가 끝나는 데는 크게 세 가지 경우가 있다. 한 집단이 명확히 패배하여 더 이상 저항이 불가능해지거나, 양측 모두 극도로 탈진하여 교착 상태에 빠지거나, 혹은 제3자가 개입하여 싸움을 중단시키는 경우다.
그러나 전투의 종결이 곧 갈등의 해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장기적인 화해를 위해서는 친사회적 제도가 존재하거나 새롭게 만들어져야 하며, 이는 폭력적 갈등뿐 아니라 비폭력적 갈등의 경우에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하나의 갈등이 끝나는 순간 그 갈등이 남긴 제약이 다음 갈등의 씨앗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갈등은 완전히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어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속적인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7단계: 남아있는 적대감
7단계는 갈등이 끝난 이후에도 지속되는 적대감, 즉 '아니무스(animus)'에 관한 것이다.
아니무스란 증오를 부추기는 적대적 성향으로, 갈등의 표면적 종결 이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심리적 잔재를 가리킨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가설이 있다. 양극화 모델에서 논쟁이 심화될수록 적대감도 함께 증가하는데, 이 과정에는 이력 현상(hysteresis)이 작용한다. 이력 현상이란 물리학에서 차용한 개념으로, 어떤 시스템이 외부 조건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이전 상태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갈등에 적용하면, 갈등이 공식적으로 해결되고 논쟁의 수위가 낮아지더라도 그 과정에서 축적된 적대감은 쉽게 낮아지지 않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적대감의 잔존은 구체적이고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상대방이 말하거나 행동하는 모든 것이 적대적인 의도를 가진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상대방의 선의나 화해의 제스처조차 불신과 의심의 시선으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아니무스는 새로운 갈등을 위한 잠재적 토양으로 기능하며, 앞서 6단계에서 논의한 갈등의 순환적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둘 이상의 집단의 갈등
지금까지의 논의가 두 집단 사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셋 이상의 집단이 관계된 경우에는 분석의 틀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우선 균형 이론은 개인 간의 관계뿐 아니라 집단 수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이 경우 네트워크의 교점은 개인이 아닌 집단 자체가 되며, 집단들 사이의 우호와 적대 관계가 균형을 향해 재편되려는 압력을 받는다는 원리는 동일하게 유지된다.
복수의 적을 상대하는 큰 집단의 경우, 동일한 구성원들이 여러 적과 동시에 싸우는 상황은 현실적으로 드물다. 대신 서로 다른 하위 집단이 각기 다른 적을 상대하거나, 같은 집단이 적들을 순차적으로 상대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전력의 분산과 집중이라는 문제와 직결된다. 상대적 전력은 무기의 질과 군대의 규모에 의해 결정되는데, 여러 전선으로 전력이 분산될 경우 각 전선에서의 전투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반면 전력을 한 곳에 순차적으로 집중하면 개별 전투에서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지만, 다른 전선의 공백을 감수해야 하는 전략적 trade-off가 발생한다. 결국 복수의 적을 상대하는 집단은 전력의 배분 방식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전체 갈등의 향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갈등의 예방과 해결
갈등의 예방과 해결은 앞서 살펴본 갈등 전개의 각 단계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근본적인 접근은 갈등의 출발점인 제약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다. 분쟁의 원인이 되는 자원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거나 대체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갈등이 발화하기 이전 단계에서 그 동력을 차단할 수 있다. 제약을 즉각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지도자가 해당 제약을 덜 논쟁적인 방식으로 프레이밍함으로써, 집단 구성원들이 이를 적대적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유도할 수 있다.
급진화와 선동의 단계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개입이 요구된다. 집단을 급진화로 이끄는 선동자들의 네트워크를 필요한 경우 강제력을 동원하여 해체함으로써, 급진적 이념과 적대적 프레이밍이 확산되는 경로를 차단해야 한다. 아울러 선동 자체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그 강도를 약화시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제도적 차원에서는 갈등 해결을 위한 공식적 기구와 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폭력에 의존하는 대신 제도적 틀 안에서 논의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갈등이 폭력적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분할 통치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 공격적 집단 내부의 잠재적 균열을 의도적으로 심화시켜 내부 갈등을 고조시킴으로써, 해당 집단이 외부를 향한 집단적 행동에 필요한 결속력과 공유된 의도성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다소 전략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이지만, 직접적 대립 없이 집단의 행동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갈등 억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