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협력과 협응

일곱번째 강의

인류사에 있어, 협력은 30억년 이상 이어져 온 인류의 진화에 중점적인 역할을 하는 요소이다. 인류는 협력으로 인하여 발전해왔고, 협력 없이는 더이상의 발전이 없다고 보아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문화적, 사회적 발전은 대부분 협력에 의한 결과물들로 인하여 발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협력과 협응의 과정에서 파생하는 언어의 사용과 다양한 개체 사이의 소통을 통하여 이런 문화적/사회적 발전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라 보고 있다. 이러한 연쇄적인 작용은 결국 인류라는 종의 진화로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협력의 정의


협력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타인을 위한 개인의 소모/희생” 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개인이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여 일어나는 현상보다, 공통된 이익이나, 개인의 것은 희생/소모하면서 이루어지기에 특별하다고 볼 수 있다. 협력은 그 양상에 따라 크게 두 분류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쌍대협력(Pairwise Cooperation)과 집단협력(Collective Cooperation)이다.


쌍대협력의 경우, 추구하는 목적은 대개 사적 재산(Private Goods)이며, 단체/집단보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쉽게 말하여, 개인과 개인 사이의 사적 이익을 위한 협력이라는 것이다. 다소 반대되는 성향의 집단협력의 경우, 사적재산 보다 공공재산을 목표로 하는 협력이다. 단체의 이익을 위한 협력인 만큼, 이루어지는 단위 또한 개인과 개인 사이의 협력보단 다수의 개인이 모인 양상을 띄는 것이 더욱 일반적이기도 하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기 때문에, 이러한 양상에 있어 개인의 이익은 다소 배제되는 편이기도 하다. 쌍대협력과 집단협력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흔히 접하게 되는 국가간의 무역/경제협정이 있는데, 두 국가 사이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진다면 쌍대협력, 다수의 국가가 모인다면 집단협력 이라고 칭할 수 있다.


이처럼 매우 폭 넓은 개념이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공생(Mutualism)과는 확실한 차별점을 두고 있다. 우리 흔히 생각하는 공생 관계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둘을 완전히 다르게 분류하는 요소가 바로 “희생/소모” 의 요소이다. 자연적인 섭리나 대체적으로 한쪽의 희생 없이 이루어지는 공생 관계와는 달리, 협력이라 정의되는 것에 있어 중점적으로 보는 요소가 바로 “타인이나 단체를 위해 이루어지는 개인의 희생/소모” 의 존재 유무라는 것이다.


협력의 문제점과 대안방안


인간 사이의 협력에 있어 제일 큰 의문점으로 꼽혀왔던 부분이 바로 “상호성”이기도 하다. 내 자산을 소모하여 도움을 주었을때, 그것을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점이 항상 따라다니는 것이다. 실제로 인간의 본능적인 협력성을 악용하여 남을 착취한 예시가 인류 역사에 너무나도 만연하기 때문에, 과연 그러한 악행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지가 문제라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비록 명확하지 않아도 대처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존재해 왔다.


첫번째 수단이자, 협력의 문제점에 제일 잘 대응하는 요소가 바로 “가족 관계(Family Relations)”이다. 쉽게 말하여, 유전적/사회적 고리로 묶여있는 것 자체가 이러한 문제점의 대응 요소가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계에 있어 협력은 더욱 긍정적이게 이루어지게 될 수밖에 없는데, 주요 원인이 바로 인간의 본능적인 유전자 보존의 욕구 때문이기도 하다. 나와 혈연관계, 즉 나와 같은 유전자를 나눈 개체들의 존속을 위해서라도 협력이 더욱 긍정적으로 이루진다는 이론이다.


두번째 수단은 바로 상호성(Reciprocity) 그 자체이다. 이 원리는 생각보다 매우 단순한 구조를 띄고 있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흔히 아는 “기브 앤 테이크”의 원리이다. 협력 하에 상호적 이득을 보고, 내가 준 만큼 나에게 이득이 돌아온다는것을 보장받기 때문에, 굳이 이득을 취하기 위하여 협력이라는 개념의 허점을 악용할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세번째 요소는 바로 “명성(Reputation)”이다. 매우 직관적인 방식으로 사용되며, 실제로 우리의 실생활에서도 생각보다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협력해야 하는 관계에서, 명성이라는 가치기준을 이용하여 누구와 손을 잡고, 누구를 피하거나 배척해야 하는지 판가름하는 것이다. 속된 말로 누구를 “걸러야”하는지 가 지표가 되는 것이다. 주로 개인의 판단보다는 타인의 판단에 의해 성장하는 지표이다. 따라서 어떤 말을 하는지에 따라 명성이라는 요소가 득이 될수도있고 해가 될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점은 명성의 정확도이다. 내 평가나 명성이 정확하지 않을 경우, 그에 따른 나에게 돌아오는 불이익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는 것이다.


네번째 요소는 “근접성(Spacial Proximity)”이다. 맥락에 맞게 풀이하자면 “접근성”이란 말이 더 맞을 듯 한데, 이는 얼마나 사회적으로 다양한 사람들 또는 요소들과 연결되어 있는지는 나타낸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흔히 말하는 “네트워킹”의 개념으로, 앞서 말한 3가지의 요소들을 충족하려면 어느정도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마지막 요소는 “집단선택(Group Selection)”의 개념이다.


친사회적 심리(Prosocial Psychology)


친사회적 심리의 핵심 요소는 인간의 감정과 소통에 있다. 인간 사이의 협력은 인간의 공감능력, 언어, 명성과 상호작용에 대한 감정이나 기억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일 크다고 볼 수 있는 것은 감정의 영역이다. 인간이 상호작용을 통해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들인 감사함, 측은지심, 자신감과 같은 감정은 상호같의 협력의 확률과 질을 향상시켜준다. 반대로 부정적인 감정들은 협력을 기피하게 만드는데, 여기서 죄책감, 용서, 창피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오히려 개인으로 하여금 미래의 협력관계 대한 긍정적인 변화를 준다. 사회적인 측면에 대입해봤을 경우, 형벌이나 창피함을 느끼게 되는 것에 대한 공포도 협력관계에 있어 관계를 손쉽게 악용하거나 이탈하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중간정리


협력은 한가지 독보적 개념이나 요소에 의해 이루어지는것이 아니다. 앞서 말한 요소들과 더불어, 5가지의 핵심적인 개념의 시너지 안에서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것이 협력이라는 것이다. 흔히 “5R”이라고도 불리는 이 5가지의 조합은 Relations(관계), Rules(규칙), Reputation(명성), Righteousness(정의), Reward(보상)이며, 인간의 협력을 결정하는 것 또한 이 다섯가지의 개념인 것이다.


큰 집단에서의 협력


앞서 나온 5가지의 법칙은 소수의 집단이거나, 구성원 하나하나 매우 촘촘하게 연결된 집단 안에서는 큰 문제없이 효과를 발하지만, 집단과 구성원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야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상호간의 공통점이나 정보가 적을수록, 단순한 사회적 개념들을 통하여 협력이 이루어지는것은 더욱 힘들어진다. 이런 경우, 변질자들이나 협력을 악용하는것을 방지하기 위한 추가적인 요소들이 필요하다. 큰 규모의 집단에서도 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사회적 규범과, 그 규범의 집행자들이 필수적이다. 여기서 집행자들이라 함은, 사회적 규범을 지키게끔 단속하는 것이 그들의 일인, 즉 타인의 단속을 통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자들을 뜻한다. 여기서 추가되는 또 하나의 핵심적인 개념이 바로 6번째 R; Ruler(지도자)이다.


공공자산을 위한 협력


대규모의 사회에서 제일 필수적인 협력이 바로 공공자산을 위한 협력이다. 현대 사회에 비유하자면 물, 음식, 전기와 같은 생활에 필수적인 자원의 확보인 것이다. 거의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예외없이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 이러한 기초적 공공자산의 특징이다. 이러한 경우,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조건적인 협력자”로 분류된다. 즉, 내가 나서서 자원하는 것이 아닌, 속된 말로 “쟤가 하면 나도 한다”의 모습이란 뜻이다. 이러한 대규모 사회의 경우, 개인의 참여나 변질, 혹은 부재로 인하여 사회의 양상이 크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자기중심적 사고나 반사회적 변질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진다고도 볼 수 있다.


공공자산의 위한 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그 집단은 우선: 1.사회 연결망, 2.추구할 공공자산에 대한 합의, 더불어 3.연대감 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2번과 3번의 조건이 충족되면, 사회의 공통된 의도가 형성되었다 볼 수 있고, 1번이 충족이 되며 협력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대규모 사회에 지도자가 없다는 가정 하에, 3번(연대감)은 더욱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공통된 의도가 형성되었을때, 정보와 명성의 문제(협력해야 할/하지 말아야 할 사람)는 방향을 틀게 되는데, 이는 협력할 사람을 가리는 형태가 아닌, 공공자산의 이용을 제한하는 형태로 변하게 된다. 쉽게 말해, “쟤랑 일하지 말자” 에서 “쟤는 우리꺼 못쓰게하자”로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의 제일 큰 단점은, 바로 형성되는 데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규범이나 개인간의 상호작용, 공통의도 형성이나 연대감의 형성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리고, 시간에 따른 결과 또한 확실하다고 볼 수 없다. 특히나, 지도자라는 독자적 존재가 없는 사회라면 더더욱 힘들다.


대규모 사회에서, 지도자의 핵심 역할은 보상과 처벌을 통하여 규범을 감독하고 확립하는 것이다. 큰 역할만큼 지도자에게 주어지는 보상 또한 매우 크다. 따라서 지도자가 본인의 역할을 확실하게 수행한다는 가정 하에, 연대감이 형성되지 않은 집단 내에서의 효과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올바른 지도자는 사회질서의 확립을 가속시키며, 사회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 하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그 결과 또한 매우 참담해진다. 엉터리 지도자는 사회를 분열시키고 분쟁을 만들어내며, 결국 사회의 협력을 무너트리는 요소가 된다.


대게 이러한 대규모 사회들은 그 속에서 보다 작은 집단들로 쪼개지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대게 앞서 나온 5R의 법칙이 적용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집단들 또한 지도자의 존재로 인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협력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군대 조직이 있다.


협력에 대한 핵심 요소로 볼 수 없는 것들


앞서 말한 모든 것들이 조화롭게 기능해야 일어날 수 있는 것이 협력이지만, 반대로 단독적으로 놓고 봤을때 협력과 무관해지는 개념들 또한 존재한다. 이는 주로 인간의 감정에 기반한 개념들인데, 유대감, 이타심, 공감능력과 같은 감정들은 결국 사회 연결망이나 상호작용의 대상 및 목적이 없다면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이러한 개념들은 협력에 있어 윤활제나 가속을 담당하는 역활이라 본다. 이러한 개념들의 약점 또한 명확한데, 바로 기만이나 심리적 조종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총정리


결국 인간 사회에 있어, 가족 관계를 넘은 다양한 상황에서의 협력을 설명하는 것은 5(6)가지 원칙의 시너지 효과인 셈다. 5R/6R의 개념은 단순화된 사회적 논리(미래의 그림자, 대칭적 보상, 동기화된 의사 결정, 모두에게 동일한 이익/비용)를 극복하여, 협력에 대한 더욱 확실한 원인과 해석을 제공하며, 인류 진화에 존재하는 문화적 규범과의 관련도 보여준다.

keyword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