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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의 인력

바지 추켜 올리기

by 홍선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전하는 그와 그녀들의 이야기를 담아요.[브런치 스토리 연재글 "유연한 정체"]


이리 와 봐요

바지 한 번 추켜 올리자


정리하세요

(자석에 이끌리듯이) 정리 중...


오.



큰 두루마리 휴지 심지로 탑을 쌓아 쌓아 구조물을 만든다. 멋지다. 만들고 구경하고 손뼉 친다.


다른 놀잇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한다.


정리하고 다른 놀이 해야지, 정리하세요를 거부하던 그를 바라보다가


하고 싶은 말을 뒤에 두고 이리 와봐요 바지 한 번 올리자 하고선, 바지를 두어 번 5초 정도 추켜 올려주고 바로 정리하세요 하니


세 살 그가 인력에 이끌리듯이 조용히 싫어요 안 해요 하지 않고 휴지심을 다 정리하고 간다.


오호라.


바지 추켜올려주기가 몇 번 통할 지 몰라도 5초의 바지 올려주기 라포형성이 된 단 말인가 하며 집에 와서도 다시 한번 초 단위 라포형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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