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전하는 그와 그녀들의 이야기를 담아요. [브런치 스토리 연재글 "유연한 정체"]
'방긋'은 아니었는데, '방긋'웃는 그녀, 내 손가락을 몇 개 잡고 현관을 나선다. 다른 이의 손으로 가는데, 놓아지는 그녀의 손이 얼마나 꼭 잡은 지 실감한다. '날 믿었구나.' 싶은 힘이 느껴지는 27달 그녀.
그녀는 생각과 판단을 한다. 조바심 내지 않는다. 이야기하면 단번에 생각에 몰입해 규칙 등을 이해한다.
경계를 늦추지 않던 그녀에게 천천히, 천천히 다가간다.
'우리 자두, 웃었어.' 편안하게 생긋, 상큼하게 웃는다.
'방긋', 31달 그가 웃는 얼굴을 보낸다. "나 보고 이렇게 이제 방긋 웃어주는 거야?" "색칠할까?" "아니야", "놀이할까?" "아니야." 몇 번 며칠 후 '방긋' 경계를 한 꺼풀 벗어난 표정, 편안해 보여서 나도 '방긋' 웃음이 난다. "이발했네. 머리를 찰칵찰칵 잘랐어요, 엄마랑 가서?", (끄덕끄덕) " 아, 머리를 싹둑싹둑 잘랐어지? 싹둑싹둑했어?", 네.(끄덕끄덕), "찰떡같이 알아듣는 우리 멜론."
어린이집 연장반 시간 전 출근 후 15분 정도 만나는 그와 그녀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고보니, 17년 전의 24개월 넘은 널 다시 보니 첫째 하느라 그랬나, 넌 참 참했다. 많이 아팠지만, 참 참한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