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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 Nov 10. 2024

그러기 싫다잖아

알아야 하잖아

어떤 날은 그런다
기억할까 봐
기억해야 할까 봐
그 무엇도 스쳐 지나가며
어떤 것도 눈에 상을 남기지 않으려
장면을 계획하나니

결국엔, 알아야 하잖아
자기 태피스트리 정도는 알아야지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 하루 그 끝,
몇 년 전의 블로그 필사를 들춘다.

상반되든 조화가 되든,
진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109 물론 여러 짐작이 가능했다. 나는 수많은 산을 올라가 봤기 때문에 고도에 따라 식물 군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고 있었다. 고도에 따라서 띠 형태로 식물 분포가 달라지는 이유는 보통 산의 정상으로 갈수록 추워져 온도가 변하기 때문이다. 나는 수면에서 멀어질수록 절벽에 어떠한 환경적 변화가 일어나서 이끼의 식생에 일정한 패턴이 나타난 것이라고 추측했다.


154. 폭풍에 쓰러진 나무는 이끼로 덮이고 그 통나무 위에 짜인 이끼 태피스트리는 나무숲이 형성된 역학을 투영한다. 나무를 넘어뜨리는 강한 바람에 날아간 사시나무 씨는 새로운 숲을 만든다.

226. 고사리와 습지머틀myrica gale이 피어 있는 길을 따라가니 낡은 정원 의자들이 나왔다. 의자는 정말 오래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매우 놀랍게도 바위마다 그곳에 딱 맞는 종의 이끼 카펫이 아름답고 풍성하게 덮여 있었다.

양털이끼속이 바위 윗면을 덮었고, 톳이끼속Hedwigia은 옆면으로 내려가 있었다. 선주름이끼속은 바위가 부식되어 새겨진 골을 따라 교묘하게 나 있어 오래된 양피지에 먹으로 그린 그림 같았다.

숨이 멎었다. 사소한 부분까지 완벽했다. 만들어진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곳이었다. 이끼 셰이크가 이룬 성과라면 진지하게 연구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264 작은 동굴 안에 이끼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내게 선물과 같이 주위에 신중하게 그 사실을 알렸다. 오래 전 내가 선태학자가 될 운명임을 깨달은 교수님은 은퇴하기 전 빛이끼를 보여주셨다. 처음에 나는 누구에게도 빛이끼를 알려주지 않으려고 했다.

건방지게도 그 가치를 충분히 이해한 사람들에게만 선물을 나눠주고 싶었다.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빼앗길까 봐 걱정하지는 않았다.


가치를 알아보지 못할까 걱정했다.

그래서 이 작은 반짝임의 아름다움을 몰라보는 사람으로부터 금을 꽁꽁 숨겨놓았다.


......265 하지만 빛이끼가 사라진 이유는 그게 다는 아니었다. 언젠가 한 오논다가족 노인은 내게 식물은 우리가 필요할 때 찾아온다고 말했다. 우리가 식물을 활용하고 그 재능에 감사하면 식물은 존중받고 그 결과 강하게 성장한다. 존중받는 한 우리 곁에 머문다. 하지만 우리가 잊으면 떠난다.


이끼와 함께 - 눌와- 로빈 월 키머러- 하인해


희미한 것도 어느 순간 선명하게 떠오른다
선명하건 희미하건 진실이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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