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삐 Nov 19. 2022

65. 육아 공부 중입니다만

내가 이럴 줄 몰랐다.

대학 동창여섯 살 된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낸다고 했을 때,

친척 오빠아이가 초등학교로 입학하던 해에 애 교육을 위해 집을 대치동으로 옮겼을 때,

직장 상사가 매주 고3 딸의 학원 라이딩 때문에 주말을 온전히 대치동에서 보낸다고 했을 때,


저런다고 애가 서울대에 가나?

너무 유난스러운 건 아닐까? 

나는 절대로 저렇게 키우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모든 인생의 예측이 빗나가듯이)

'어쩌면 우리 애가 천재는 아닐지도 몰라'라는 서툰 기대와

지금부터 내가 뭐라도 하지 않으면 하나밖에 없는 아이에게 '무심했던 엄마'로 낙인찍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아이의 교육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 아니 지레 걱정을 하고 있다.


그 걱정이 아이의 예의범절, 가치관, 도덕성, 자율성 등에 대한 것이었으면 참 좋았겠지만 어떤 '대학'을 나와서 어떤 '직업'을 가지느냐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아서 왠지 씁쓸하긴 하다. '인성'이 좋으면 좋겠지만 인성'만' 좋아서는 안될 것 같고 인생을 독립적ㆍ주체적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면서도, 부모를 보살피는 효자였으면 좋겠고 지 하고 싶은 일을 직업 삼아 살았으면 하면서도, 이왕이면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직업(아마도 '사'자) 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흠칫했다. 결국 내가 이루지 못한 일을 내 자식이 이뤄내는 것으로 '대리만족'하려는 엄마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다. (나는 스카이 근처도 못 가봤고 직업도 변변찮다.)

엄마의 결핍으로 아이를 양육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이미 나는 편협하게 세상을 보고 있는 엄마가 되어 간다. 이러다가 나 때문에 아이가 자꾸 작고 좁은 내 세상에서만 살아갈까 봐 불안해진다.

겨우 9개월이 된 아이를 두고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나중에 엄마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걸 알면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세 아들을 모두 서울대에 보낸 박혜란 님의 책을 읽었다. 본인은 물론 남편도 서울대를 나왔다. 온 가족이 서울대 출신이다.(일단 여기서 한 번 기가 죽는다.) 둘째 아들은 가수 이적(달팽이가 그냥 나온 노래가 아니다.)이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읽은 이유는,

100퍼센트의 확률로 자녀를 서울대를 보냈다는 사람의 교육관(자녀관)이 너무나 평범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비법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었다. 어쩌면 저자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세 아들은 태어나면서 부모의 머리와 집중력을 물려받았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가정환경에서 자란 건 아닐까 짐작해본다. 


그중에서 감명 깊었던 부분이 있어서 발췌했다.



저 글에 따르면 나는 '좋은 엄마'가 되기는 글렀다. 벌써부터 아이와 노는 것을 즐기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있다. 특히 아홉 번째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안 할 자신은 정말 없다.

책을 읽고 남편과 대화를 나누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임신했을 때부터 우리는 자녀 양육에 대한 이야기를 수없이 나눴었었는데,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시작하든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든지 결론은 항상 '책'이다.

 '책을 읽는 아이' 

그것도 '스스로 책을 읽는 아이' 

나아가 '재미있어서 스스로 책을 읽는 아이'


남편은 하루 5시간 정도 규칙적으로 책을 읽는 편이다. 본인 입으로 책을 통해서 인생이 좋은 방향으로 풀렸다고 말한다. 좀 더 어릴 때부터 책을 읽었더라면 삶이 완전히 바뀌었을 거라는 아쉬움과 함께 국어든, 영어든, 수학이든, 책을 많이 읽으면 다 잘하게 되어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반면에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지 않았고 지금도 책을 가까이하지는 않는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에 크게 영향을 받거나 육아를 할 때 힘들거나,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게 어렵게 느껴지진 않는다. 다만 일상에서 내 생각의 그릇이 작다는 걸 느끼고 어휘력도 빈곤하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서 괴롭다.)


동서양을 통틀어 역사의 큰 흐름을 주도한 위대한 리더들의 공통점은 바로 고전과 역사책을 중시했다는 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현대 명문가의 자녀교육》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기에 아이를 독서광으로 키우려면 이제부터 나도 독서광이 되어야 한다. 

집안일(빨래, 청소, 설거지)과 육아(놀아주기, 재우기, 이유식, 목욕)를 끝내면 침대에 널브러져서 핸드폰과 텔레비전을 보고 싶은 강렬한 유혹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아이의 미래와 나의 미래를 위해서 그 유혹을 뿌리치고 하루 몇 장, 아니 단 몇 줄이라도 책의 글자를 읽는다.  


책을 많이 읽고 생각 정리를 잘하게 되어서, 브런치에 글을 적는 게 수월해지는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64. 짧고 굵게 살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