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딸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 있는 동안, 시간을 쪼개 글을 썼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워밍업을 한답시고 뜸 들일 여유는 꿈도 꾸지 못했다. 아이를 보내놓고 몸을 휙 돌리면 그때부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야 겨우 시간을 맞추곤 했다. 작업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가사 노동은 모두 저녁 시간으로 미루었다. 바깥에서 점심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웬만해선 약속도 잡지 않았다. 아이가 옆에 없는, 혼자 있는 시간은 어떻게든 온전히 글쓰기에 투입되었다. 그 시간 동안 내내 집중해서 일했던 터라 아이가 귀가하면 이미 한차례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적지 않은 숫자의 여성 작가들이 왜 한동안 책을 뜸하게 내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가 있다는 것은, 이렇게 글 쓰는 일에 있어서 분명히 득 보다 실이 크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힘들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특히 호흡이 긴 장편소설을 쓰는 동안에는 그야말로 영혼이 반쯤은 나간 상태에서 아이를 돌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