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로 아까운 하루를 허비한다.
건설업을 떠올리면, 군대문화 그리고 소주를 자주 마시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실제로 건설현장에 있으면, 소주를 자주 마시는 직원이 많다.
회식으로 마시고,
저녁식사 반주로 마시고,
자기 전에 마시고,
건설업의 고된 하루를 마치고 소주를 마시며 털어내는 게 습관이 된 게 아닐까
나는 비록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소주를 싫어한다.
처음부터 소주를 싫어한 건 아니다.
20대에 대학교 친구들, 회사 동기들과 자주 어울려
소주, 맥주 여러 술을 섞어가며 새벽까지 마셨다.
술을 마시며 동료들과 웃고 떠드는 게 그저 좋았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소주가 달기도 해서 싫어하지 않았다.
내가 소주를 싫어하게 된 시기는 30대이다.
첫 번째 30대가 되면서, 몸이 버티지를 못한다.
20대에는 소주를 2병 마셔도 간이 해독을 해줘 끄떡없었지만
나이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바뀌니 간도 기능을 저하되었다.
30대에는 소주를 마시고 숙취로 다음날 제정신일 수가 없었다.
뇌가 관성이 있는지 움직임에 따라 움직여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또한 속까지 더부룩하여 종교가 없지만 신을 자주 찾곤 했다.
두 번째는 술 먹은 다음날 하루를 허비한다.
두 번째 이유가 결정적인 이유다.
소주를 먹은 다음날 허비되는 시간에 대하여, 20대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직 살아갈 날이 창창하니까.
하지만 30대에 회사에서 힘든 일을 겪고 체력 또한 저하되며
나는 나 자신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철학책을 미친 듯이 읽었다.
나는 무엇일까?
나는 왜 사는 걸까?
나에게 직장이란 무엇일까?
나를 알아가려고 노력했다.
메멘토 모리(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내가 살아가는 모토 중에 하나이다.
모든 인간은 무한히 살 수 없고 언젠가 죽는다.
나는 언젠가 죽기 때문에, 내가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다.
돈으로 살 수도 없는 시간, 하루하루 허투루 살 수 없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가족과 보내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내가 좋아하는 독서에 사용되는 시간도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 비하면 아까운 마당에
술로 허비되는 시간은 얼마나 아까울까
(나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