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 찍으면서, 사후체험을 하다.
기계 안에서 눈물을 주룩주룩..
허리가 아팠다. 아픈 쪽 다리와 등까지 통증이 번지는 느낌이 들어 병원으로 향했다.
예전에 디스크 증상으로 고생한 적이 있어서 혹시 더 악화되진 않았나 하는 마음으로 방문했는데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MRI를 찍게 되었다. 귀마개와 헤드셋으로 무장을 하고 손을 다소곳하게 가슴에 올리고 나를 태운 기계는 마침내 기계 윗부분으로 나를 끌고 들어간다. 그 순간, 헉. 숨이 조여 오고 가슴이 답답해왔다. 미칠 것 같았다. 그렇지만 중간에 그만 두면 처음부터 다시 찍기 시작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은 이상 그냥 버틸 수밖에 없었다. 이 증상은 폐소공포증 증상이었다. 그 기계가 나를 짓누르는 것 같았고 꼭 커다란 관에 드러누운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두 뺨엔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렸다. 당황스럽게도 그것은 '눈물'이었다.
갑자기 내가 죽은 것 같고 그 순간 후회가 밀려왔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이보세요, 너는 진짜 죽은 게 아니야!'라고 미친 듯이 되뇌었다. 생각을 해봤다. 내가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결론은 현재도 내가 가득히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과거에 대한 후회'였다. 나중에 더욱더 시간이 흘러 진짜로 죽음이라는 손님이 찾아오면 그때도 똑같은 후회를 할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회한의 눈물이 녹아 나온 것 같았다. MRI는 기껏해야 15분 20분 촬영한다고 했었는데 그 시간이 마치 1시간은 지나고 있는 듯 느껴졌다. 내 앞의 아저씨는 잠이 들어 있더구먼......
MRI 촬영실에서 나오는데 다리에는 이미 힘이 풀려있었다.
촬영결과를 듣는 것도 버거웠다. 언제부터 내게 폐소공포증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왔을까?
이제 이것과도 동거하는 법을 살살 익혀야 하나? 무릎, 허리, 손목도 버거운데 이것까지 데리고 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하지만 이것은 나에게 선물을 하나 가지고 왔다.
적어도 내가 지금부터 생을 다할 때까지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소회 같은 것이다.
난 분명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순간 후회를 했고, 그중에서 가장 후회했던 건 현재에 머물지 못하고 미래와 과거에서만 방황을 하며 갈팡질팡하는 내 모습이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그 기계 속에서 폐소공포증의 존재를 인식했고 이제는 그만,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의 불안을 잃고 싶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