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더 정확히 2분 48초 길이의 소리가 나를 내리 꽂았다. 그러고는 후벼 파는 것이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악기의 소리들, 에코,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나로 하여금 무력감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고른 슬픈 영화의 결말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예고 없는, 갑작스러운 키스를 받은 것이다. 나는 화가 나기도 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잘있던 내 마음을 잔뜩 들쑤셔 놓았고 내 마음은 더 이상 잘 있게 되지 않았다. 그래, 잘못되었다. 나의 어딘가가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 노래로부터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잠자는 약을 벌써 먹은 것은 아닌지 확인했다. 내 기분은 황홀했고, 술에 취한 것 같았다. 새로운 방, 새로운 공기,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잠. 낯선 남자, 낯선 향기, 알고 있는 포옹. 한 번도 들은 적 없지만 나는 이미 이 노래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숨을 쉬기가 조금 어려워졌다. 숨을 내뱉는 것은 괜찮으나 들이마시는 공기가 내 가슴을 시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인생에서 나 말고는 중요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는데 그렇게 되었다. 내가 지금 눈물을 흘린다면, 이 눈물은 누구를 위한 눈물이겠는가? 이 노래를 베를린에서 다시 만나야겠다. 그때는 이 노래에 대한 환상과 감흥이 줄어들까? 나의 심장이 덜 뛸까? 이 노래가 무엇을 노래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아까 말했듯, 나는 이미 필요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내 머릿속에는 선명하게, 그러나 흑백으로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다. 이 이미지는 남의 것을 빌려온 것인지, 과거의 내 것인지, 미래의 내 것이 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진한 향기가 난다. 이 향기는 코가 아닌 마음으로 느껴진다. 진한 향기 때문에 가슴이 시리다. 이게 사랑일까? 이건 사랑을 부르는 것인가, 느끼는 것인가, 아는 것인가?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찬 공기가 묻어있는 이 노래를 얌전히 코트 걸이에 걸어 쓰다듬고, 이제는 그만 따뜻한 우유에 목욕을 하고 싶다. 해가 등져버린 밤하늘의 날카로운 별들을 따다가 내 마음에 들도록 재배열한다. 늦은 보사노바, 하수구 쥐들의 춤, 눈동자가 붙인 하늘의 별들. 아름다운 밤이다.